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31 10:50:03, Hit : 5973, Vote :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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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시간의 사투 끝에 찾아간 곳 - 금단의 도시 라싸 (1)


    
Written by H.J.  [2002/05/25 12:46]  Hits: 155 , Lines: 11  
35시간의 사투 끝에 찾아간 곳 - 금단의 도시 라싸 (1)  
드디어 오후 4시에 라싸행 버스를 탔다. 티벳의 수도인 라싸까지는 이곳 꺼얼무에서 30-40시간이나 걸리는 장거리이다.  워낙 장거리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버스가 침대버스 이다. 그러나 라싸행 버스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장거리 이동 시 탔던 침대버스와는 사정이 무척 다르다. 우선 많은 사람들을 태워야 하기 때문에 두 명이 누울 수 있는 침대가 무척 좁다.  보통 다른 침대버스는 정원이 22명 정도 이나 이 버스는 정원이 40명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태워야 하기 때문에 침대길이도 짧고, 폭도 좁아 키가 큰 사람들은 발을 제대로 다 뻗을 수 조차 없다.  어둠 침침한 불빛, 먼저 탄 중국 승객들이 피워댄 담배 연기와 사람 찌든 냄새로 인 해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  한국에서는 20년 전쯤 이미 폐차 처분 했을 만큼 낡고 지저분한 이 고물 버스를 타고 금단의 도시 라싸에 들어가기 위해 나는 1,660위엔을 지불했다.   중국인들은 220위엔 이면 되는 것을 외국인 이라는 이유로 약8배의 돈을 지불 해야만 했다.  외국인이 티벳을 여행하려면 중국 비자가 있어도 별도의 여행 허가증을 받아야 한다.  그 이유는 티벳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역이기 때문에 개인이 마음대로 여행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한편으로는 외화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이다.  그래도 외국 여행객들은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티벳을 가고 싶어한다.  그만큼 그곳은 신비스럽고, 때묻지않은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곳이기 때문이다.

티벳은 티벳고원에 위치한 광활한 영토를 가지고 있으며, 종교와 정치가 일치된 형태로 달라이라마가 영적, 세속적 지도자로 있는 독특한 나라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1950년 중화인민공화국의 인민해방군에 의해 점령 당하는 비극을 초래했다.  그때 티벳정부는 UN에 호소하여 도움을 청했지만 아무런 도움 조차 받지 못했다.  냉정한 정치논리 만이 존재하는 현실정치의 벽은 그들에게 너무 높은 장벽 이었던 것이다.  그 후 티벳 인구의 1/4이 나 되는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 몰리는 슬픈 티벳의 역사가 시작 되었다.  현재 중국면적의 1/4이 티벳의 영토이었으며, 지금은 서장자치구라 불리우고 있는 티벳은 원래 영토의 1/2도 채 되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땅이 청해성, 사천성, 감숙성, 운남성 등으로 강제 편입 되었다.  티벳 여행 허가증을 받기 위해 이틀동안 머물렀던 청해성의 꺼얼무도 원래는 티벳의 영토였다.  지금 티벳은 중국화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으며, 머지 않아 티벳 본래의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내 자리는 2층이었다.  버스는 꺼얼무를 벗어나 황무지 언덕과 허허 벌판을 가로지르며 계속 달렸다.  저녁 6시 30분쯤  버스는 벌판에 세워진 허름한 집 앞에 멈추었다.  이곳은 라싸로 들어가는 버스들이 잠시 멈추어 승객들이 식사도 하고, 급한 볼일도 보고, 휴식을 취하는 곳이다.  말하자면 간이휴게소인 것 이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아무리 둘러보아도 화장실 같은 곳이 없었다.  그런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는 것 이 아닌가.  그들을 따라가 보았더니 그 곳에는 땅 위에 그냥 한쪽에만 거적을 둘러친 천연의 간이화장실이 있었다.  물론 문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여기저기 않아서 아무렇지도 않게 용변을 보는 것이 아닌가.  발을 잘못 움직였다가는 다른 사람이 본 용변을 밟을 수 도 있는 상황이었다.  중국의 화장실 문화는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은 결코 상상 조차 하기가 쉽지 않다.  문이 없는 것은 예사이고 어떤 곳은 심지어 칸막이도 없다.  그래도 그들은 남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용변을 본다.  어떤 사람들은 마주보고 않아서 용변을 보며 이야기도 나눈다.  그러나 그 동안 사막지역을 다닐 때에도 이처럼 원시적인 화장실을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어찌하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수 밖에 없다.  여기서 볼일을 보지 않으면 나중에 더 힘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나도 그들과 똑같은 사람이고 단순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 뿐이다.  더욱이 부끄러워 할 필요는 없다.  나도 쭈그리고 않아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생리현상을 해결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서 옷을 추스렸다.  거추장스러운 인간의 허울을 벗어 버리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마주친 그들의 모습이 정겹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버스는 또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계속 피워대는 담배연기, 고물차에서 나는 휘발유 냄새, 사람냄새, 덜컹거리는 차 소리,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6월의 날씨인데도 해가 지면서부터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창문에서는 찬바람이 들어와 발이 시렸다.  억지로 눈을 부쳐보지만 좀처럼 잠은 오지 않고 머리가 부서질 것 같이 아프다.  고산병의 시작인 것이다.  이런 고통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구토하는 사람도 생기고, 모두들 얼굴들이 하얗고 마치 환자들 같다.  특히 2층 뒷자리는 죽음의 자리이다.  좁은 비포장 길을 꼬불거리며 달리는 버스가 한번 튀기 시작하면 뒷좌석에서는 비명소리가 난다.  그곳에는 비교적 나이가 젊은 티벳 청년들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인가 보다.  어느덧 날은 밝아오고, 버스는 계속 달리는데, 고통은 점점 심해져 오고, 구토까지 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죽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나는 왜 이 길을 가고 있는가?  그곳에는 과연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히말라야 산자락에 숨어 있는 신비한 나라 티벳.  21세기 최고의 지성이자 영적 지도자 달라이라마, 동양의 베르사이유궁 이라 불리는 포탈라궁, 오체투지가 있는 티벳불교, 생각만 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은둔의 땅 티벳을 찾아가는 길은 너무나 멀고도 험난했다.  물질 문명에 찌들어 사는 타락한 인간들이 찾아오는 것을 거부하는 것 같았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물만 먹어도 토했다.  지금 버스는 고장이 나서 3시간째 수리를 하고 있었다.  원래 라싸행 버스는 고장이 잘 나기로 유명하다.  워낙 고물 버스라서 제시간에 도착한 버스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몇 번 고장 나고, 몇 시간 수리를 하느냐에 따라 도착 시간이 정해진다.  내가 탄 버스는 지금이 4번째 고장이다.  지금까지는 고장이 나도 1시간을 넘지 않았는데 좀 심각한 상태 인 것 같다.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버스 밑에도 들어 가고 엔진도 뜯어 놓고 별 방법을 다 쓴다.  머리도 식힐 겸 버스 밖으로 나와서 걸음을 옮기는데 다리가 휘청거리고 하늘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한 걸음도 제대로 떼어 놓을 수가 없었다.  할 수없이 쭈그리고 않아 생수병을 꺼내 들고 이를 닦기 시작했다.  머리는 아프지만 입안이라도 상쾌하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지나가던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우리는 이미 티벳땅으로 들어섰고 그곳은 물이 매우 귀한 곳 이었다.  비싼 돈을 주고 산 물로 이를 닦고 있는 내 모습이 그들에게는 사치스럽게 보였을 지도 모른다.

버스는 또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해발 5000m의 탕글라 고개를 넘어서 라싸로 다가가고 있었다.  또 다시 밤이다.  버스에서 2일째 밤을 보내고 있다.  아까 저녁 무렵에 운전기사의 말로는 8시간쯤 후에 도착 할 것 이라고 했지만 그들이 말하는 시간은 그다지 정확하지 않다.  한참 잠을 자고 있는데 “라싸다” 라고 외치는 누군가의 소리에 눈을 떴다.  그때가 새벽 3시10분.  우리는 무려35시간을 달려 금단의 도시 라싸에 도착했다.  밖을 내다보니 희미한 가로등 만이 보일 뿐 칠흑 같은 어둠 속의 라싸는 그 모습조차 나타내지 않았다.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감내하며 찾아온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라싸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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