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H.J.(2003-10-31 10:56:18, Hit : 5893, Vote : 1308
 부끄러운 나를 고백케 한 오체투지 (2)


        
Written by H.J.  [2002/05/27 09:28]  Hits: 169 , Lines: 17  
부끄러운 나를 고백케 한 오체투지 (2)


눈부신 햇살이 방안 가득히 들어와 나를 깨웠다.  오전 9시 이다.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오니 눈이 시리도록 높고 맑은 파란 하늘이 나를 맞이했다.  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동안 한국의 가을 하늘이 세계의 으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의 하늘은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하늘이다.  오염에 찌들지 않은 맑은 공기가 가슴속 깊이 들어와 나를 깨끗이 정화 시키는 것 같았다.  

라싸에서의 첫날은 고산에 적응하는 날이다.  이곳은 해발 3600m가 넘는 고산지대이기 때문에 산소의 양이 많이 부족하다.  무리하게 높은 곳을 오르거나 뛰어다니면 숨이 차고 심한 두통과 구토를 하게 된다.  호텔 문을 나서서 가벼운 마음으로 천천히 이 골목 저 골목 돌아 다니며 티벳을 음미하기 시작했다.  눈부신 날의 라싸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었다.  잔인하리만치 따가운 햇살이 온 몸 속으로 파고 들기 시작했고 사진 속에서 만 볼 수 있었던 이색적인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이 나를 흥분 시켰다.  태어난 후 한 번도 씻지 않은 것 같은 얼굴, 언제 빨았는지 모르는 때가 꼬질꼬질한 옷을 입고 한 손에 마니차를 돌리며 걷는 사람, 야크버터를 수북이 쌓아놓고 파는 사람, 카닥을 손에 들고 호객 행위를 하는 사람, 한 손에 구걸 받은 돈을 깨끗이 펴서 들고 다른 한 손으로 구걸을 하는 사람 등등…………  티벳 전통 의상을 입고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늘어트린 여인들이 이방인을 쳐다보며 수줍어 하는 몸짓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타쉬텔레(안녕하세요?) 하며 해맑은 미소와 함께 손을 흔들어 주는 순박한 어린이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문명과는 거리가 먼 그들의 모습이 나의 눈에 화석이 되어 박혀 버렸다.

이곳 라싸는 티벳의 수도로써 티벳 여행의 중심지이다.  문화혁명 때 많은 사원이 파괴 되었고 지금도 계속되는 근대화 작업으로 인해 전통적인 가옥이나 도로의 모습들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도시의 서쪽은 중국의 이주정책에 따라 이주한 한족들이 주로 거주하는 신도시 지역으로써 관공서, 고가품을 취급하는 상점, 식당 등이 있고, 동쪽은 티벳인들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오늘 새벽에 내가 도착한 곳이 바로 한족들이 살고 있는 서쪽지역 이고, 숙소를 정한 곳은 다름아닌 동쪽지역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티벳 문화를 체험 할 수 있는 전통적인 거리이다.  나와 같은 배낭 여행자들은 모두 이 동쪽지역에 숙소를 정하고 티벳을 경험하게 되며, 이곳을 떠날 때에는 티벳에 대한 연민으로 가슴 아파하게 된다.

숙소 근처에 있는 조캉사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조캉사원은 티벳인들에게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순례자들의 최종 목적지가 되는 곳이다.  티벳왕조의 가장 영향력이 있는 왕이었던 송첸 감포는 당나라의 문성 공주와 네팔의 브리쿠니 공주를 왕비로 맞이 하였는데 두 공주는 독실한 불교신자로써 티벳에 불교가 전파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다. 조캉은 네팔의 브리쿠니 공주가 가지고 온 불상을 모시기 위해 건축된 사원으로써 일년 내내 순례자들로 붐비고 있는 곳이며 티벳인들은 일생에 한번 이 사원을 순례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기도 하는 곳이다.  이곳은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에 의해 많은 부분이 파괴 되었고 성물들은 사라져 버렸지만 지금은 복원되어 그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사원 앞에 도착해서 나는 내 몸에 전율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자신의 머리와 발끝을 땅에 대고 납작하게 엎드리며 절하는 모습을 보았다.  바로 오체투지인 것이다.  말로만 듣던 오체투지.  자신들이 믿는 종교에 대한 최상의 존경, 온몸과 마음을 다 바쳐 절하는 그들의 모습은 참으로 경이로웠고 감동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몇 년을, 어떤 사람들은 몇 달을 걸려서 오체투지를 하며 이 조캉사원으로 순례 길을 떠난다.  그리고 이렇게 신앙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의 순례로 인해 옷은 헤어지고 모습은 남루하였지만 그들의 눈빛이 너무 진지하여 옆에서 카메라의 셧터를 눌러대는 것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견딜 수 없는 육체적인 고통을 느끼면서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오체투지는 그들의 신앙심의 깊이를 나타내 주는 성스러운 종교의식 인 것이다.   나는 기독교인이고 더욱이 모태 신앙인이다.  그러나 나는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라고 입으로는 수없이 고백하지만 나의 구주인 그 분께 나의 온 몸을 다 바쳐 경배해 본 적이 없다.  자신을 낮추며 신께 자신을 헌신하는 그들 앞에서 참으로 부끄러운 나를 고백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한없이 작고 초라한 내 모습을 발견했다.  그 어떤 힘이 그들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승화시켰나?  티벳 불교는 그들을 살아있게 하는 힘이며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종교와 생활이 일치된 삶을 살아가는 티벳인들은 평화를 사랑하며 뛰어난 의술과 건축문화를 가지고 있는 유목민족 이다.

조캉사원 안은 순례자들로 발 디딜 곳 조차 없었다.  수많은 야크 버터램프에 켜진 불과 법당 안에서 나는 향내로 머리가 지근거렸다.  순례자들은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법당 안에서 옴마니밧메홈을 웅얼거리며 기도를 드린다.  그 웅얼거리는 소리는 법당 안 가득 울려 퍼지면서 형용 할 수 없는 묘한 분위기 속에 경건함을 갖게 하는 이상한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사원의 옥상으로 올라가니 멀리 포탈라궁이 보였다.  너무나 아름다워서 신비하게 느껴지는  포탈라궁은 내가 가장 보고 싶었던 곳이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나의 가슴이 마구 뛰었다.  동양의 베르사이유궁라고 불리는 포탈라궁.  그 이름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캉사원을 나와 사원을 둘러 싸고 있는 바코르를 돌아 보았다.  티벳인들은 조캉에 오게 되면 반듯이 한 손으로 마니차(경전이 들어있는 통)를 돌리고 입으로는 옴마니밧메홈을 중얼거리며 시계방향으로 바코르를 도는 순례의식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걸어서 어떤 사람들은 오체투지를 하면서 이 지역을 돈다.  다양한 차림새의 티벳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이색적인 거리이다.  거리의 양쪽은 상점과 노점이 어우러져 세계 각 국에서 온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는 이 바코르 거리는 티벳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라싸에서 티벳을 느낄 수 있는 거리 중의 하나이다.  




나그네
(2004-01-09 13:43:18)
티벳에경이로운여행에 감사드립니다
우연히 들렸다좋은여행
하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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