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31 10:14:16, Hit : 4307, Vote : 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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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의 편지


Written by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2002/02/19 08:49]  Hits: 309 , Lines: 91  
여행길에서 만난 친구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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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en!

비록 짧은기간의 만남이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해.
우리가 서로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따뜻한 가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나는 냉철한 이성보다 순간을 사랑하는 어리석은 마음을 더 소중하게 생각해.

35시간의 사투, 인간의 한계를 느끼는 고통속에 찾아간 Lhasa,
그곳에는 맑고 순수한 영혼의 Tibetan, 그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
마음속 깊이 달라이라마가 있어 행복한 그들,
결코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들,
그들을 만날 수 있어 나는 참으로 행복했어.
Tibetan, 내 가슴 가장 깊은 곳에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은 그들,
아마도 나는 전생에 Tibetan 이었나봐.

그동안 Tenjin(텐진)하고 전화통화도 하고 편지도 주고 받았어.
아마 그와의 인연은 평생 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며칠전 편지에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고 했어.
가이드 일도 계속하고.
우리가 보았듯이 열악한 환경속에서 살고 있는 그들,
그들의 미래를 위해 텐진은 많이 고민했고,
자신을 헌신하기로 결심한 것 같아.  
학교의 재정이 넉넉치 않고 대부분 가난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았고, 그래서 나에게 도움을 청했어.
나는 흔쾌히 도와 주겠다고 했지.

내년 5월쯤에 다시 티벳에 갈 예정이야.
지금도 티벳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했어.
중병에 걸린 것 같아.
꺼얼무에서 그대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결코 이번의 티벳여행이 이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거야.

같은 곳을 여행해도 누구와 어떻게 여행하는냐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나지.  
모두들 좋은 사람들이었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도록 남을거야.  
나에게는 큰 행운이었어.

Lhasa를 떠나는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어.
더 머무르고 싶었지만 그대들이 떠난 다음의
빈자리를 메울 수가  없을것 같았어.
굵은 빗방울을 맞으며 Yak Hotel을 뒤로 하고 떠나면서
내 마음은 한없이 쓸쓸했어.

혼자서 여행한 기분이 어때? 힘들었지?
때로는 고독하고, 때로는 홀가분하고, 물론 장단점이 있지.
그러나 내 경험으로는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해.
자신감, 나는 자신감이 생겼어.
무엇이든 혼자 할 수 있다는...
전에 유럽여행을 하고 돌아와 그 자신감이 넘쳐서
일을 저질렀다가 큰 손해를 본적도 있어.
10년전의 일이라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뼈아픈 실패였어.

이번 여행에서 헬렌은 무엇을 얻었다고 생각해?
아마 값진 것을 얻었을거야.
앞으로 남은 삶을 살아 갈 때 큰 도움이 될거야.
인생이란 예기치 않은 곳에서 특별한 만남을 하고,
그 만남은 때로는 인생을 바꾸기도 하지.

나도 남은 나의 삶이 어떻게 전개될 지 몰라.
그러나 하나 분명한 것은
나만을 위한 삶을 살지 않을 거야.
더불어 사는 삶을 살려고 해.
결코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렇게 될 지 모르겠어.
노력해야지.

헬렌,
그대를 알게 되어서 기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건강하게 잘 지내.

2001. 8.23.

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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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 석달동안의 힘들었던 배낭여행에서 돌아온 직후 언니의 친필로 쓴 편지를 받았다. 요즘같이 바쁘게 돌아가는 초고속시대에 인터넷을 통하여 소식을 금방 주고 받을 수 있는 전자메일이 아닌 펜으로 정성스럽게 쓴 글을 받는다는 것은 여간 감동스러운 일이 아니다. 전자메일로 글을 쓰다가 문맥이 잘 이어지지 않으면 지워버리고 다시 글을 쓴다고 그 흔적이 남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전자우편은 편지 보내기가 얼마나 쉬운가?  우표에 침을 발라 봉투에 바르지 않아도 되고, 우체국에 가서 편지를 부치는 번거로움도 없기에 얼마나 편리한 세상에 사는냐에 고마움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 언니는 그 문명의 편리함을 거부하며 아직도 아날로그의 시대를 고집하며 사는 언니다.

언니의 친필을 받고 하도 고마와 나도 친필로 언니에게 편지를 해야지... 맘만 먹고 있다가 어찌어찌 일상에 바쁘다보니 언니의 존재를 거의 잊어버리게 되었다. 근데 며칠전 언니에게 전자우편으로 편지가 왔다. 오잉? 을마나 반가운지...  문명의 이기로 인간이 노예가 되는 것 같다고 컴퓨터를 거부한 언니였는데 바쁘다고 답장을 안하는 게으른 동생에게 e-mail로 소식을 주고 받을 수 있게 배려를 해주어 너무 감사하다.

언니는 나보다 3살이 많은 중년의 여인으로 티벳으로 가는 도중 중국 꺼얼무라는 도시에서 만난 인연이다. 평균 해발 4000미터의 라사로 가는 그 힘든 35시간의 버스여정에서 같이 고행한 동료로 맑은 영혼과 순수한 열정을 지닌 여인이다. 나라를 잃은 티벳트인들에게 남달리 가슴 아파하며 그들을 위해 무엇인가 해 주려고 노력하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언니, 형제가 많은데도 하던 일을 다 접어두고 5년째 노부모를 모시며 자기의 인생을 희생하며 살고 있는 언니에게 나는 홀딱 반했다.

여행을 다니다 만난 인연, 인생의 여로에서 만난 그녀는 나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삶의 목표를 정해 주었다.

나만을 위해 살지 않겠다며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겠다고 노력하는 그녀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가득 내리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위의 사진은 언니가 라사를 떠나는 날 머물고 있던 야크호텔방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굵은 빗방울이 내리던 날, 커다란 배낭을 등에 짊어지고 빨간 우비를 입은 언니는 타조같은 모습으로 질척거리는 진흙밭인 라사의 거리를 씩씩하게 걸어갔다. 그녀의 후울쩍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동안 쌓였던 정을 되새기며 얼마나 섭섭하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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