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11:15:14, Hit : 4045, Vote : 1298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6)

        
Written by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2001/12/01 20:29]  Hits: 213 , Lines: 39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6)  
갠지즈강가에서의 일몰
2000년 11월30일 오후


이 매력적인 여인의 이름은 '미라'라고 길잡이가 우리에게 소개를 시켜준다. 미라씨는 바라나시 힌두 대학(Benares Hindu University)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있는데 2년전 인도여행을 한 후 작심한 바 있어 한국으로 돌아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자기가 꿈꾸어 오던 소망을 달성하기 위해 이곳으로 유학와 공부를 하고 있는 아가씨다. 자기의 꿈을 성취하기 위해 이런 오지에 와서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며 잘 적응해 나가고 있는 의지의 한국여성이다.

미라씨는 왕언니와 나에게 오후에 무용이론 클래스가 있는데 같이 바라나시 힌두대학교에 가 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한다. 자기가 클래스에서 강의를 받는 동안 우리들은 대학교 교정 안에 있는 뉴 비쉬와나트(New Vishwanath) 힌두사원에서 구경을 하고 있으면 자기가 클래스를 끝내고 우리들과 함께 다시 이곳으로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사원구경은 둘째 치고라도 그동안 인도를 여행하면서 직접 부딪쳐 보지 못한 인도의 지식층들과 접해보고도 싶었고 힌두대학교의 풍경도 보고 싶어 그러자며 얼른 따라 나섰다.

미라씨는 바라나시 시내길을 통달했는지 성큼성큼 미로의 좁은 골목길을 잘도 돌아가며 큰길로 우리들을 데리고 나왔다. 혼잡한 거리에 나서니 릭싸꾼들이 우르르 달려든다. 미라씨는 힌두語로 싸이클 릭샤꾼과 바라나시 힌두대학까지 가는 삯을 흥정 한다. 어쩜 말도 그렇게 예쁘게 잘 하는지... 코를 뚫어 코걸이까지 달고 인도인들이 입는 옷차림을 한 매력이 철철 넘치는 외국여자가 나긋나긋하게 흥정을 하니 비쩍 마르고 눈이 퀭한 릭샤꾼들이 그만 뿅~ 가 미라씨의 야무진 흥정에도 군말 않고 받아들여 아주 싼 가격에 싸이클 릭샤를 잡아 탈 수 있었다.

싸이클 릭샤는 자전거로 만든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뒷좌석에는 겨우 두사람만이 앉을 수 있다. 특히 우리같이 몸집이 통통한 여인들은 세명이 나란히 앉기에는 도저히 불가능하나 어거지로 미라씨를 왕언니와 나의 무릎팍에 반쯤 걸쳐 앉게 하고 가는데 와! 풍만한 미라씨의 엉덩이가 덜컹대는 릭샤 진동에 따라 나의 왼쪽 무릎팍을 팍팍 눌러댄다.

다행히 미라씨의 엉덩이가 토실토실 살이 올라 그나마 쿠션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꽤나 육중하다. 덜컹대며 불안정하게 달리는 릭샤에 몸의 중심을 잡으려면 한손으로 옆에 있는 손잡이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오른손은 손잡이를 힘을 주며 꼭 잡고 왼 손으로는 미라씨 몸을 꽉 붙잡았으나 싸이클 릭샤가 급정거를 해 버리면 미라씨의 몸이 튕겨나갈 것만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말 인도의 복잡한 거리에서 싸이클 릭샤를 타고 다닌다는 것은 목숨을 내 놓고 다니는 것과 같다.

길이 혼잡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는 속도도 너무 느린데다가 미라씨의 몸무게가 갈수록 중량감을 더해 이젠 다리마저 짜르르 저려온다. 미라씨가 시계를 보더니 강의 시간에 맞추기가 어렵겠다며 오토 릭샤로 갈아 타고 가자고 반가운 제안을 해 온다. 삼륜 오토 릭샤로 갈아 타니 자리가 넓어 견딜만 하다. 뿌연 매연을 막느라 손수건으로 코를 막으며 복잡한 시내를 벗어나 한 삼십분을 더 달리니 바라나시 힌두대학교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꽤나 먼 거리에 있다.

Benares Hindu University는 1916년 Mahamama Pandit Madan Mohan Malviya에 의해 세워진 5평방킬로미터나 되는 광대한 교정을 가진 오랜 역사를 지닌 대학교이다. 오래된 가로수들이 길가 양옆으로 시원하게 뻗어져 있고 길 가운데론 모토싸이클, 자전거등을 타고 교정을 왕래하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복잡한 시내보다는 훨씬 한적하건만 어쩜 매캐한 매연은 교정 안을 이리도 휘어싸고 있는지...

미라씨는 오토 릭샤꾼에게 수업을 받으러 교실로 가는 길에 내려달라고 하면서 힌두어로 왕언니와 나를 교정안 뉴 비쉬와나트(New Vishwanath;비쉬와나트는 세계의 중심이란 뜻) 힌두사원으로 들어가는 길목길에 내려 달라고 부탁하고는 부리나케 교실로 달려갔다.

왕언니와 나는 힌두사원을 돌아본 뒤 교정을 어슬렁 거리며 다니다 목이 말라 음료수를 사서 마시고 길가의 풍경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어느새 미라씨가 수업을 마치고 우리를 찾으러 왔다. 다시 오토 릭샤를 타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뉘엿뉘엿 저녁노을이 곱게도 지고 있다.

갠지즈강가에서 일몰구경을 하고싶어 미라씨한테 숙소로 가는길은 배를 타고 돌아가자고 제안을 했다. 학교 근처 나룻터에서 배를 잡아 타고 우리는 서서히 갓트뒤로 넘어가는 해를 바라본다. 인도의 일몰과 일출의 모습은 어찌 이리도 아름다운지...

어느새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주변에 어둠이 깔려오자 갓트 주변으로 반짝이는 수많은 등불들이 강가에 번져 묘한 빛을 띄며 일렁이니 일출이나 일몰때와는 또 다른 갠지즈강가의 모습에 잔잔한 감흥이 인다. 삐걱대는 노젓는 소리만 들릴 뿐 갠지즈강가는 주변의 소음을 다 흡수해 버리는지 고요하기만 하다. 우리는 아무말 없이 조용히 강을 따라 흘러갔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흘러가는 나룻배에 그저 몸을 맡기고 흘러흘러 어디론가 흘러가고 싶었다.

깊은 상념에 빠져 있는데 저 멀리 메인 갓트에서 불빛이 환히 비취는게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한 수도승이 횃불을 빙빙 돌리며 '푸자(puja;꽃불)'라는 힌두교의 제사의식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그를 에워싼 주변에는 수 많은 촛불들이 밝혀져 있다. 힌두교에서 가장 성스러운 강가강에서 이러한 종교의식이 치루어지는 것을 뱃길을 따라가며 조용히 지켜보다보니 어느새 숙소근처인 마니카르니카 갓트에 다달았다.

새벽이나 낮이나 밤이나 죽은 시신들을 태우는 연기가 하늘을 치솟는다. 어두운 밤이라 화장터의 모습을 더 잘 볼 수 있는데 밤하늘에 타오르는 연기가 아름답기까지 하다.

화장터에는 대나무 끝에 많은 등불들이 달려 있었는데 뭐하는 데 쓰냐고 물어보니 죽은 망자들이 밤에 불빛을 내어 '신이시여, 제 영혼이 지금 올라가오니 보살펴주소서”신호를 보내기 위해서란다. 푸자(꽃불)의 빛이 살아 있는 자의 기원의 빛이라면 화장터의 등불의 빛은 죽은 자의 내세에 대한 기원의 빛이다.

배에서 내려 밤중에도 불구하고 그 무시무시하다는 바라나시 미로의 밤 골목길을 미라씨의 친절한 안내 덕분에 왕언니랑 나는 안심하고 활보하고 다녔다. 이곳 바라나시는 치안이 좋지 않기로 소문이 난 곳이다. 특히 야심한 밤에 복잡한 골목길을 헤매며 다니는 것은 정말로 위험하다고 한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사기나 절도 심지어 살인까지도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 길잡이 말에 의하면 어느 일본인 배낭족이 바라나시에서 증발하였는데 가족들이 수소문하여 알아보니 강가강 동쪽 모래사장에 뼈만 남은 시체로 발견 되었다고 한다. 그 주변에 널부러져 있던 열 댓구의 다른 외국인 시신들의 뼈도 추스렸다는 이야기를 상기시키며 밤중에는 절대로 혼자 나다니지 말라고 거듭 강조한다.

길떠나 생소하고 낯설은 곳을 여행할 때 그 길에 익숙한 이 누군가의 안내를 받아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알리라. 외로운 나그네에게 따뜻한 친절을 베푸는 이들의 고마운 마음 씀씀이가 가슴속 깊이 각인되어 여행을 마친 먼 훗날까지도 그에 대한 감사의 기억이 깊게 남게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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