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21:00, Hit : 4055, Vote : 1276
 인도 여행기 - 아그라 (5)


        
Written by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2001/11/27 16:05]
인도 여행기 - 아그라 (5)  
아그라에서 보낸 시간들- 타즈마할
2000년 11월 27일


타즈마할은 해가 막 떠오르려 할 때와 둥근 달이 환히 비치는 보름달 밤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엊저녁 식사후 몸이 고단하여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건만, 해가 다 떠오른 아침 8시경에야 일어나 타즈마할이 일출을 받는 그 아름다운 모습을 놓쳤다. 아쉬웠지만 이왕 늦은김에 아침식사를 느긋하게 즐기고 오전 10시경 왕언니와 나는 숙소에서 5분거리인 타즈마할로 슬슬 걸어갔다.

매표소에서 외국인입장료 960루삐(미화 $20불 상당, 내국인은 그 1/100 정도인 10루삐안팍)를 지불하여 표를 샀다. 외국인입장료가 내국인들에 비해 너무 비싸다고 투덜 대면서 타즈마할의 정문을 들어 서는데 입구에서 서너명의 경찰들인지 경비원들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살벌하게 지키고 서있다가 우리들의 가방을 열어보라 하더니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다.

폭탄물이나 음식물, 칼, 라이터나 성냥,담배, 껌 등등 건물에 자그마한 손상이라도 줄만한 소지품들을 일일이 수색하는 일인데 나의 작은 배낭속을 구석구석 까뒤집듯 뒤지드니 마침내 껌 한통과 새끼손가락 크기의 스위스제 손톱다듬이용 나이프를 찾아내고서는 마치 무슨 흉악한 테러범들로부터 어마어마한 흉기(?)라도 압수하듯 눈을 부라리며 입구 옆 보관소에 갖다 맡기라 한다.

허름하게 생긴 보관소의 벽면에는 나무로 만든 선반들이 놓여져 있고 그 선반위에는 이미 여러종류의 노획물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960루삐나 받는 외국인입장료에 비해 보관료는 고작 1루삐라 한다. 위압적인 그들의 수색 태도와 사리에 맞지 않는 보관료를 요구하니 화딱지가 난다. 짤랑거리는 바지주머니를 뒤져보니 그 많은 동전 중 하필이면 그 흔한 1루삐 짜리가 하나도 없다.

그냥 눈에 띄이는 대로 5루삐를 주니 거스름돈 줄 생각은 하지 않고 딴청만 부린다. '왜 잔돈을 주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잔돈이 없으니 나중에 나올 때 받아가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약이 바짝 올라, 그래? 사람 잘못 봤어... 나올때 두고보라지 내가 그 거스름돈 받아내나 안 받아내나... 일단후퇴! 휴우,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쫀쫀해졌지? 그냥 박시시(적선)한 셈 치면 되련만...그래도 그러면 안되지... 여긴 공공기관인데, 암, 본때를 보여줘야지...

찜찜한 기분으로 우선 1차 관문을 통과 하여 관광기념품을 파는 상점들과 가게들이 있는 널찍한 마당이 보이는 곳으로 나오니 아뿔사 이번에는 더 우락부락한 너댓명의 경비원들이 우리들 앞을 막으며 2차 수색 관문을 통과하라 하는 게 아닌가. 정문 입구에서 한꺼번에 하면 될 것을 왜 이리 분답을 떤다냐? 투덜대며 검문소 안을 들여다보니 어두컴컴한 내부의 오른쪽벽으로는 또하나의 소지품 보관소가 보인다.

또한번의 배낭수색을 이잡듯이 하더니 이번에는 몸수색까지 한다. 흐흐! 이번에는 왕언니가 걸려드셨다. 며칠전에 내가 드렸던 껌 한통이 왕언니의 바지주머니 속에서 나온 것이다. 흐윽, 관광객들의 소지품을 철저하게 가려내어 인도의 위대한 유산을 고이 보존 하려는 갸륵한 뜻은 이해는 하지만 무시무시하게 생긴 인도인들 앞에서 무슨 죄지은 사람 모양 두번씩이나 검문검색 받기를 강요 당하다 보니 김이 팍 새며 기분이 여엉 아니올씨다다.

어두컴컴한 2차 관문소를 그럭저럭 무사히(?)치루고 빛이 환히 비치는 밝은 곳으로 걸어 나오니 허억! 타즈마할! 갑자기 숨을 쉴 수가 없다. 정면으로 바로 마주보이는 우유빛 대리석 건물은 반짝이는 아침햇살에 마치 오아시스 사막에서 신기루가 허공에 떠 있는듯한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나의 숨통을 짖누른다. 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못박혀 꼼짝달싹도 못하고 한참을 그렇게 깊은 못 속으로'뿅~' 빨려 들어가는 느낌으로 넋을 잃고 바라본다.

그 무엇이 이리도 나의 마음을 송두리째 사로잡는 것일까? 하나의 건물을 보고 이렇게 깊은 감명을 받기는 처음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만 보아왔던 타즈마할! 그 실체을 이렇게 직접 눈앞에 두고보니 그 어떠한 사진과 영상매체도 타즈마할의 본 모습을 제대로 담아 낼수는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인도를 지배했던 무굴제국의 왕 샤자한이 그의 사랑하는 아내가 한창 젊은 서른여섯살의 나이로 죽자 하도 애절해 하며 그녀를 영원히 기리기 위해 장장 22년간의 대역사 끝에 나라 재정을 거덜을 내면서까지 기어이 완공 시켰다는 화려한 무덤! 과연,'사랑이 만든 위대한 예술'이라는 찬사를 받을만 한 건축물이다.

샤쟈한과 그의 아내 뭄타즈 마할의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운 사랑이 어슴프레 아련한 환상의 꽃을 피우며 나의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한참을 그렇게 그들의 사랑에 취해 몽롱하게 서있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관광객들에게 등을 떠밀려 번쩍 정신이 들었다.

몇 발자국을 더 나아가니 그곳엔 돌로 만든 벤치가 놓여있다. 왕언니와 나는 그 돌벤치에 걸터앉아 시름없이 정면 마당에 시원하게 펼쳐진 정원 분수대와 그 뒤로 환하게 빛을 발하는 타즈마할을 가슴에 담고 있는데 머리가 호호백발인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외국인 할머니가 우리 곁으로 다가와 앉는다. 할머니도 넋을 잃고 경건한 마음으로 타즈마할을 주시하고 계신다.

우리들은 한참을 서로가 말없이 앉아 타즈마할을 바라 보고만 있다가 나는 그 할머니에게 나를 소개하며 말을 건넨다. '어디서 오셨느냐'고 물으니 '미국 캘리포니아州에서 왔다'고 하시길래 '어? 나도 캘리포니아州에서 왔는데... 혹시 어느 市에서 사시냐?' 하니 'San Francisco Bay Area의 Concord市에서 왔다'고 하시는게 아닌가.

참, 이래서 세상은 넓고도 좁은가 보다. Concord市는 내가 거주하는 Cupertino市에서 차로 한시간이면 너끈히 가는 거리인데 이국땅 이런 오지에서 고향사람을 만난 것 같아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할머니의 성함은 Carolyn.

Carolyn할머니는 Professional Photographer들이 가지고 다님직한 기다란 망원렌즈가 달려있는 고성능 고급카메라와 커다란 카메라백을 지니고 계셨다. 지구촌 여러곳을 여행 다니면서 작품사진을 찍으신다는 멋쟁이 할머니 Carolyn. 나도 저 할머니처럼 사진찍는 기술을 배워 세계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좋은 작품사진을 찍고 싶다는 욕심이 굴뚝같이 피어난다.

Carolyn할머니는 먼저 자리를 뜨시고 왕언니와 나도 슬슬 자리에서 일어 나려는데 인도청소년 서너명이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에게 다가 오더니 함께 사진을 찍고 싶단다. 자기들과는 생김새가 다른 눈작고 코납작한 한국여인들이 그들의 눈에는 신기하게만 보이는 모양이다. 하하! 그래 같이 찍자. 타즈마할 정면을 배경으로 자기네들 카메라로 왕언니와 나를 모델로 그들 젊은이 한명씩 번갈아가며 찍고 나도 내 카메라로 그들과 서있는 장면을 찍는다. 언젠가는 퇴색될 사진을 보며 그들도 이국 한국여인인 우리들과 함께한 이 아침의 타즈마할 그 순간들을 회상하겠지...

중앙 한 복판에 놓여있는 정원 분수대의 인공연못을 지나 천천히 타즈마할로 다가가니 주변의 정원경관이 매우 아름답고 땅바닥엔 티끌만한 쓰레기도 없을 정도로 아주 깨끗하다. 곳곳엔 돌벤치들이 놓여있고 곁에는 나무들이 서늘한 그늘을 제공하여 뜨거운 태양볕을 피해 사람들이 한가로이 앉아 휴식을 즐기고 있다. 대규모 가족끼리 구경을 왔는지 열댓명이 함께 모여 단체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고 있는 모습도 보인다.

타즈마할 건물안으로 들어가려면 먼저 신발을 벗어야 하기 때문에 신발 보관하는 곳으로 가서 신발을 맡기고 보관표를 받아 계단을 밟고 올라섰다. 건물벽면에는 갖가지 꽃 모양의 장식(피에트라 두라 Pietra Dura)들이 곳곳에 박혀 있는데 이 돌들은 러시아나 중국 등지에서 많은 돈을 지불하고 귀하게 수집 되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도옴모양의 둥그스럼한 타즈마할 안으로 들어섰다.

타즈마할 내부는 많은 관광객들이 콩나물 시루처럼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발들여 놓을 틈마져 주지 않는다. 그 안엔 땀냄새 발냄새 사람냄새 옷냄새들로 범벅이 되어 있는데 무슨 카레썩은 냄새마저 풍겨댄다.

흐흡! 나도 모르게 손으로 코를 감싸며 숨을 막고는 지하 한가운데에 안치해놓은 샤자한과 그의 아내가 누워있는 대리석관들을 휘익 쳐다 보고는 그곳을 도망치듯 서둘러 빠져 나왔다. 건물 바깥 멀리 터진 공간에서 바라 볼때는 그렇게 환상적으로 보이더니만, 밀폐된 건물 안에서는 참을 수 없는 냄새가 진동한다.

타즈마할 건물의 북쪽인 뒤편으로 걸어가보니 깎아지른 벼랑 저너머로 흐르는 야무나(Yamuna)江물이 보인다. 타즈마할은 뒷면 야무나강 쪽을 제외하고는 앞과 옆 삼면이 모두 높은 담을 축대로 둘러쳐져 있다. 강물은 오염된 듯 누런 황색을 띄며 흐르고 강물 저편으로는 검정소(buffalo)들이 떼를 지어 모래사장을 거닐고 있다. 한참을 야무나강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슬슬 시장기가 돈다. 먹음직스런 소떼가 물먹는 모습을 보니 그런가?

시계를 보니 오후 한시다. 먹을만한 식당이 있나하고 아무리 둘러봐도 한군데도 없다. 입장할 때 먹을 것을 갖고 들어오지 못하게 했으면 허기를 떼울 간이식당이라도 마련해 놓아야 당연한 거 아닌가? 그나마 가져온 식수는 반입이 허용되어 달랑 물한병만 가지고 들어왔는데...

애꿎은 물로 물배만 채우다가 쉬가 마려워 남쪽 정문 근처의 화장실로 가 일을 보고 나오니 화장실 바깥에서 한 늙은 인도인이 앉아서 지키고있다가 돈을 내라고 한다. 5루삐를 주었더니 10루삐를 달라고 눈을 부라린다. 나는 헤헤~ 웃으면서 없는 시늉을 하며 외면해 버린다. 치이, 무슨 오줌 한번 누는데 10루삐씩이나 한다냐. 5루삐도 너무 많이 준 것 같아 아까운데..인도인들은 때론 외국인들을 보면 터무니없는 바가지를 씌운다.

해가 떠서 지는 각도에 따라 타즈마할의 모습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변하여 마치 살아있는 거대 생명체를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는 글을 여행안내서에서 읽은 기억을 떠올리며 하루종일 이곳에 죽치고 앉아 변화하는 타지마할의 모습을 지켜보고도 싶었지만 이렇게 먹을데라곤 한군데도 없으니 꼬르르륵 배는 고파오고 후들후들 두다리는 떨려온다. 아, 나는 왜 이렇게 배가 자주 고플까? 뱃속에 거지가 들어 앉았나? 에라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우선 배부터 채우고 보자.

입장료로 지불한 거금 960루삐가 무척이나 아까왔지만 왕언니와 나는 끼니마저 거르며 이곳에서 하루종일 이렇게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히히!! 우선 먹고난 후에 생각해보자! 미련없이 타지마할을 뒤로하고 나는 전의를 불태우며 걸음도 당당히 정문 물품보관소로 가서 입장시 맡겨두었던 나의 흉기(껌한통과 나이프)를 되돌려받고 거스름돈 4루삐는 기어히 받아내고야 만다.

***********************************************************
< 타즈마할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 >

타즈마할은 무굴의 황제 샤자한(1592~1666)이 그의 아내인 뭄타지 마할(1595~1631)이 그들과의 17년간의 달콤했던 결혼생활 동안 무려 14명의 아이를 낳고 15번째의 아이를 나으려다 세상을 떠나자 사랑했던 그의 아내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장장 22년간의 대역사 끝에 완공시켰다는 무덤이다. 이 무덤을 만들기 위해 터키, 이태리, 프랑스 등지에서 차출된 장인들을 포함하여 2만여명의 인력이 동원되었고. 타즈마할의 주 재료인 흰 대리석은 라자스탄의 마크라나에서1000마리의 코끼리를 동원해 운반되었졌다 하며, 수정은 중국에서, 적마노는 바그다드에서 들여오고 기단부분의 붉은 사암은 파테푸르 시크리에서 옮겨졌다 한다.

타즈마할은 과거 인도의 영화를 보여주는 대명사와도 같은 존재이다. 타즈마할의 공사에 들어간 정확인 비용은 추정일 뿐이지 정확히 기록으로 남겨진 것은 없다. 그저 나라 경제가 파탄날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 부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오죽하면 샤자한 당대에 이르러 그전까지 축적되었던 무굴제국의 부가 다 소멸되어 그의 아들에게 반란의 빌미를 주었을 정도라 한다. 샤자한 사후에는 그의 사랑하는 아내 곁에 묻혔는데 뭄타지 마할의 대리석관이 그의 관보다 크다.







32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5)  송혜령 2003/10/20 4256 1377
31   사진: 갠지즈강가의 일출 [1]  송혜령 2003/10/20 3963 1414
30   사진: 갠지즈 강가 - 중세의 고풍스런 건축물들  송혜령 2003/10/20 4636 1805
29   사진: 갠지즈 강가 - 마니카르니카 갓트 주변  송혜령 2003/10/20 3926 1413
28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4)  송혜령 2003/10/20 4072 1318
27   사진:갠지즈 강가-빨래하는 사람들  송혜령 2003/10/20 4705 1868
26   사진:갠지즈 강가-목욕하는 사람들  송혜령 2003/10/20 4304 1632
25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3)  송혜령 2003/10/20 3825 1210
24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2)  송혜령 2003/10/20 4258 1373
23   사진 - 창살에 매달린 원숭이  송혜령 2003/10/20 4202 1489
22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1)  송혜령 2003/10/20 4282 1386
21   인도 여행기 - 아그라 (8) 마지막 날  송혜령 2003/10/20 4181 1403
20   인도 여행기 - 아그라 (7)  송혜령 2003/10/20 4099 1302
19   인도 여행기 - 아그라 (6)  송혜령 2003/10/20 4108 1469
  인도 여행기 - 아그라 (5)  송혜령 2003/10/20 4055 1276

[1][2][3] 4 [5][6]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