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22:52, Hit : 4055, Vote : 1295
 인도 여행기 - 아그라 (7)

      
Written by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2001/11/27 16:06]  Hits: 119 , Lines: 47  

인도 여행기 - 아그라 (7)  
아그라에서 보낸 시간들- 베이비 타즈
2000년 11월 28일


오늘 오후 7시 우리일행은 이곳 아그라를 떠나 다음 행선지인 바라나시로 간다. 복녀氏와 오늘 헤어질 생각을 하며 울적한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하러 방문을 나서는데 꼬마 희수(9세 女兒)가 깡총깡총 뛰어오면서 '언니, 왕언니, 우리스님이 왔어요! 빨리빨리 이리 와 보세요!' 흥분한 목소리로 우리를 급히 부른다.

'엉? 스님이? 왠일이야! 이렇게 반가울 수가!' 희수 뒤를 쫓아 우리도 뛰어가보니 어두침침한 방에서 스님이 혼자 누워있다가 일어나 앉으며 우리를 반긴다. 하도 반가워 방방거리며 스님을 힘껏 껴안아 주었다. 전장터에서 잃어버린 동생을 되찾은 기분이랄까? 우리스님도 이제 나의 포옹를 예전처럼 어색해 하지는 않으며 힘주어 마주 껴안는다.

헤어질 때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난 스님을 야속해 하며 서운해 하던 일행들의 모습이 떠올라 우리스님이 다시 왔다고 알려주면 다들 얼마나 기뻐할까? 생각하며 일행들을 찾아보니 이른 아침부터 타즈마할 해돋이 구경을 나갔는지 아무도 없다. 스님한테 아침식사나 우리랑 같이 하자고하니 장거리 고속버스를 밤새워 타고와 새벽녘에 도착하여 몸이 몹씨 피곤하다고 그냥 쉬고싶단다. 하루 왼종일 차에 시달려 얼마나 피곤하랴 싶어 그럼 푹 쉬라하며 왕언니와 나는 아침을 먹으러 호텔을 나섰다.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K사장이 나타났다. 엊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그가 말한 예정대로라면 K사장도 오늘 우리 일행과 떨어져 나가 고아(Goa)로 갈 것인데 교통편이 마땅치 않고 우리의 다음 여행지인 바라나시도 가보고 싶다며 우리와 같이 행동하기로 마음을 바꿨단다.

아침식사를 마친 후 남은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 의논을 한 끝에 먼저 셋이서 이곳 타즈마할에서 3.5km 거리에 있는 베이비 타즈(Baby Taj)라는 곳으로 가서 무덤구경을 한 다음 돌아오는 길에 나는 혼자 어제 오후 왕언니, K사장과 동행하지 못했던 아그라城에 가기로 정했다.

한 대의 오토릭샤를 잡아타고 베이비 타즈로 가는길에 붉은색의 거대한 아그라城이 보인다.아! 저곳을 혼자 들어가 구경할 생각을 하니 야릇한 흥분감에 몸이 떨린다. 무굴 제국의 5대 황제였던 샤자한은 그의 사랑했던 아내 뭄타즈 마할을 위해 타즈마할을 짓느라 나라 재정을 거덜을 내며 실정을 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막내아들인 아우랑제브(6대 황제)가 반란을 일으켜 그를 폐위시켜 버렸다.

샤자한은 바로 저기 보이는 저 아그라城에 유폐되어 죽기 전 7년동안 야무나 강 건너 저편에 자기의 사랑하는 아내가 묻혀있는 타즈마할을 바라보며 쓸쓸하기 짝이 없는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샤쟈한은 그의 당대에 영화와 몰락을 동시에 겪었던 황제다. 마치 빛과 그림자를 함께 지니고 있다는 타즈마할 그의 사랑하는 아내의 무덤마냥 샤자한의 영욕과 애환이 담겨있는 저곳을 빨리 방문하고 싶다.

베이비 타즈로 가려면 먼저 야무나(Yamuna) 강을 건너는 철로 만든 다리를 지나야 하는데 교통이 매우 혼잡스럽다. 우리는 저질 디젤유를 쓰는 많은 차량들 꽁무니에서 뿜어나오는 시꺼먼 연기들을 고스란히 맡으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간다. 매연이 너무 심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어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는 숨을 짧게 들이마시며 길게 내뱉길 자주 해야한다. 매연에 눈까지 매워와 눈을 최대한 가늘게 뜨며 얼굴을 찌푸리고 가면서도 볼 것은 그래도 다 보며 간다.

다리 밑 야무나 강가를 내려다보니 침대보 만한 크기의 빨강, 분홍색깔 천들이 모래사장에 즐비하게 널려 있다. 아그라는 섬유로도 유명한 도시라더니 천에다 염색을 하여 말리는 중인가 보다. 아낙네들이 빨래하는 모습이 보이고 그 위쪽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한 인도남정네가 바지를 내리고 쭈구리고 앉아 똥을 누며 깊은 명상에 잠겨 있다.

사막을 가로지르는 기차여행을 할 때 이른아침 한적한 기차길 옆에서 그일을 보는 남자들은 자주 봐왔지만 이곳은 사람들이 들끓는 관광도시가 아닌가! 하하! 이 다리위로 다니는 수많은 관중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어쩜 저리도 태평스러울 수가 있을까? 모래사장에 한가로이 떼를 지어 거니는 검정소들과 더불어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과연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폭이 좁은 다리위에는 승용차, 트럭, 오토릭샤, 싸이클릭샤, 자전거, 마차 등 온갖 교통수단이 뒤섞여 느림보 거북이 걸음이고, 소, 개, 멧돼지, 염소, 낙타, 말, 노새 등등 수많은 동물들이 행인들과 함께 어우러져 빽빽히 다리를 메꾸며 어슬렁 가고 있다. 참 희한한 다리 위 진풍경이다.

주인도 없고 돌아갈 집도 없는 저 동물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인간들에게 속박되어 있지 않고 자유스럽게 길을 다니는 동물들을 보면 느끼는 게 많다. 이 인도라는 나라는 동물들의 천국이다. 누가 뭐라고 하나 해꼬지를 하나 잡아 먹기를 하나 그저 먹을 것만 해결되면 인간들에게 아무 구속도 받지않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바로 그런 지상의 낙원인 곳이다.

아그라城에서 야무나江을 사이에 두고 1.5km 떨어져 있는 베이비 타즈에 도착하니 한 무리의 아이들이 구걸을 하러 박시시!(적선을!)하며 우리에게 우루루 몰려든다. 그중 한 아이의 얼굴이 몹쓸 피부병에 걸린 듯 울룩불룩 얼룩져있다. 상처가 나서 피가 채 마르지도 않은 자리에 누런 고름이 더덕더덕 흐르는데 또 그상처를 마구 긁었댔는지 핏방울이 또 맺혀있고... 얼굴모양이 차마 바로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혐오스럽다. 베이비 타즈 경비원이 나와 그 아이들을 매몰차게 쫓아버린다. 좀 더 부드럽게 대할 수도 있으련만... 우리는 외국인입장료로 250루삐를 내고 베이비 타즈로 들어섰다.

일명 이티마드-우드-다울라(Itimad-ud-Daulah)라고 불려지는 베이비 타즈는 무굴 제국의 제 4대 황제이자 샤자한의 아버지인 제항기르(Jehangir)의 부인 누르 자한(Nur Jahan)의 친정 아버지 미라자 기야스 벡(Mirza Ghiyas Beg)의 무덤이 있는 곳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원래 페르시아의 귀족출신이었으나 페르시아왕의 미움을 사게되 인도로 도망쳐 나온 후 다시 입신출세한 인물이다. 그녀는 아버지 미라자 기야스 벡를 위해 라호르(Lahore 현재는 파키스탄령)에 있는 그녀의 본남편 무덤과 비슷하게 이 무덤을 만들었다. 베이비 타즈는 대리석 바탕에 각기 다른색을 지닌 돌을 여러가지 모양으로 박아 넣는 피에트라 두라(pietra dura)라는 페르시아 장식기법인데 이는 인도에선 처음으로 사용되어진 기법이다.

누르 자한의 파란만장한 삶의 편력은 한 편의 인생 대역전 드라마를 보는듯 하다. 그녀는 고난과 영화를 그녀 당대에 함께 맛보았다. 페르시아왕의 징벌을 피하여 그녀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허겁지겁 인도로 도망을 치게 되었는데 이 황급한 도망길에 방해가 되는 어린 딸 메흐루니샤 (Mehrunissa 누르 자한의 兒名)을 하는 수 없이 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들의 뒤를 따르던 페르시안 상인들이 이 어린 계집아이를 가련히 여겨 다시 챙겨옴으로써 갖은 우여곡절을 겪고 아버지는 버렸던 딸을 되찾을 수 있었다.

인도에 온 그녀의 아버지는 당시 무굴 제국의 3대 황제였던 아크바르(Akbar)대제 휘하에서 두각을 나타나게 되고, 처녀로 성장한 메흐루니샤도 당시 페르시아 제국에 소속되어 있던 한 명망높은 장군에게 시집을 가게 될 때까지는 아마도 그녀는 인생에서 더 이상의 굴곡진 삶은 없으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메흐루니샤에게 장군의 부인이라는 역은 어울리지 않았는지 아니면 짖굳은 운명의 장난이었는지 그만 그녀의 남편이 갑자기 세상을 떠자 그녀는 한창나이인 30세의 과부의 몸으로 아그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아그라에 돌아온 그녀는 아크바르 황제의 그 많던 부인들 중 한 부인의 시녀가 되어 무굴 제국의 아그라城안에 있게 되는데, 운명은 그녀에게 또 한 번의 극적인 전환을 안겨주게 된다. 궁전 안에 머물던 인연으로 그녀는 젊은 황제 제항기르의 눈에 띄게 되고, 풍류남아였던 제항기르는 어찌된 셈인지 이 범상치 않은 과거를 지닌 메흐루니샤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제항기르는 마침내 그녀를 왕비로 맞이하여 그녀를 누르 자한(세계의 빛)이라 칭하고 스리나가르(Srinagar)에 아름다운 정원 살리마르 박(Shalimar Bagh)을 조성하여 사랑하는 그녀에게 사랑의 정표로 바쳤다. 국정보다는 사냥과 향락생활에 더 탐닉했던 제항기르의 막후에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던 누르 자한은 이처럼 파란만장한 삶의 파도를 넘고 왕비가 되어, 부친의 무덤을 남김으로써 아그라에 그녀의 흔적을 남기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타즈마할의 주인공인 뭄타즈 마할은 바로 이 누르 자한의 조카였다는 사실이다. 이 무덤이 만들어진 후에 타즈마할을 지은 건축광 샤자한은 이 피에트라 두라 기법을 이용하여 타즈마할을 장식함으로써 더 화려하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담한 싸이즈의 베이비 타즈는 타즈마할의 화려함과 그 명성에는 따라가지는 못하여 방문객들의 수도 매우 적지만 주위경관은 아름답고 깨끗하다. 우리는 잘 가꾸어진 정원에 앉아 오전의 밝고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평화롭고 고즈녘한 베이비 타즈의 분위기를 즐기다 그곳을 나왔다.

오토릭샤를 타고 야무르江을 건너 되돌아오는 길에 왕언니랑 K사장은 나를 아그라城에 떨구어주고는 다른 곳으로 갔다. 자! 샤쟈한 그리고 그의 아버지 제항기르 황제의 역사의 발자취가 서려있는 타즈마할과 베이비 타즈 탐방을 끝내고 거슬러 올라가 이제는 그의 할아버지 아크바르대제의 역사가 담겨있는 바로 그 아그라城! 나홀로만의 탐방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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