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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혜령(2003-10-20 07:45:19, Hit : 4144, Vote : 1398
 인도 여행기 - 아그라 (8) 마지막 날


        
Written by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2001/11/27 16:07]  Hits: 117 , Lines: 51  
인도 여행기 - 아그라 (8) 마지막 날  
아그라에서 보낸 시간들- 아그라 포트(Agra Fort)
2000년 11월 28일


아그라 포트(Agra Fort)는 1566년 무굴제국의 3대 황제였던 아크바르(Akbar)대제가 델리에서 이곳 아그라로 도읍지를 옮김으로써 그에 의해 처음으로 축조되어 1573년에 완공시킨 城으로 왕궁과 전투요새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할수 있게끔 설계되었다. 아크바르대제는 아쇼카 황제와 더불어 인도 역사상 둘밖에 안되는 대제(大帝)라는 칭호로 불리우는 인물이다.

그는 13세에 왕위에 올라 군사적인 정복전쟁에 아주 능해 인도의 영토를 계속해서 넓혀갔지만 그가 진정한 대제로서의 칭호를 받는 이유는 바로 그의 폭넓은 종교 포용정책이었다. 축조당시 24세였던 아크바르대제는 이 성을 군사요새로 만들기 위해 높이 50m, 둘레 2,5km에 이르는 성벽을 쌓고 성벽 밖에는 10m 폭으로 수렁을 파 놓았다. 이처럼 할아버지 아크바라대제가 만든 철옹성 아그라 포트를 건축광인 그의 손자 샤자한이 궁전을 겸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화려하게 증축 변모시켰던 것이다.

아그라城 외국인 입장료 510루삐($11상당)를 지불하고 성문을 들어섰다. 들어서는 길목의 양쪽으로는 붉은돌 성벽으로 높다랗게 쌓여 있고 길은 약간의 경사가 진 언덕으로 되어 있다. 그 오르막길에는 관광 가이드들이 떼를 지어 서 있다가 올라오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쪼르르르 달려든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안내가 필요할 터이니 자기들의 투어 써비스를 받으란다. 아, 오늘만큼은 나 혼자 마음편히 돌아보고 싶은데... 찰거머리처럼 달라붙는 가이드들을 사양한다며 힘들게 따돌리고 언덕길을 올라 성 안에 들어서니 사각형 모양의 넓다란 court가 나왔다. 여기저기 사방으로 통하는 통로가 나있으니 어디로 가야될지 도무지 모르겠다.

어림짐작으로 어느 방향으로 먼저 가볼까 궁리중에 있는데 아까부터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인도인 가이드 한 명이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이 아그라성은 넓어서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며 덜컥 겁을 준다. 생각을 해보니 그말도 일리가 있고 나 혼자 길을 잃고 헤매느니 보다 이곳에 정통한 현지인 가이드를 통해 자세한 설명도 들으면서 여유있게 다니는게 더 나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려 '가이드비용이 시간당 얼마냐'고 물어봤다. 그는 '당신이 원하는 만큼만 주면 된다'라고 애교있는 답을 한다. 그래? 그런데 여태껏 인도 여행을 하면서 관광가이드를 써보지 않아 도데체 얼마나 주어야 될지 모르겠다. 에고, 들어 봤자 얼마나 드랴. '좋소, 오늘 나의 훌륭한 가이드가 되주어 이곳 성 곳곳을 잘 안내해주시오.'

얼굴이 가무잡잡한 가이드의 인도식 영어 발음이 알아듣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정성껏 성안을 안내하며 상세한 설명을 해준다. 아크바르의 아들 제항가르의 궁전, 그의 손자 샤자한의 접견실, 시녀들이 시샘을 하며 싸울 때 가둬두는 지하감옥, 대리석으로 만든 분수대, 침실, 자스민타워 등등 이곳 저곳을 골고루 보여주며 사진빨이 잘 받음직한 장소에서는 나를 모델로 세워놓고 자, 웃어요! 찰카닥! 사진도 찍어준다.

나의 호기심을 한껏 충족시켜주며 환심을 산 뒤, 성안전체를 관광시켜 주는 줄 알았는데 성 1/3만 public한테 open되어 있다며 30분동안의 투어를 끝으로 수고비쪼로 50루삐를 달란다. 마침 수중에 잔돈이 없어 100루삐를 주었더니 20루삐만 거슬러 준다. 내가 오늘 자기의 첫손님이라 거스름돈이 이것밖에 없단다.

일단 목돈이 수중에 들어오면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예의 그 상술... 하하! 그래, 따지지 말자. 그대가 나같은 봉을 만나 아침에 개시를 잘 했으니 오늘 하루종일 재수가 좋아 장사가 잘 되겠지. 그대가 30루삐로 한끼의 식사를 더 할 수 있다면, 그래서 행복할 수 있다면... 그래, 나도 행복하다. Are you happy?하니 씨익 당연하다는 듯 선한 웃음으로 답하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혼자 뜰안을 이리저리 거닐다보니 우리 일행들이 눈에 띈다. 그들은 조용히 앉아 야무나 강가를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가벼운 눈인사를 한 다음 가장 나의 관심을 끌었던 자스민타워(Jasmin Tower 일명 무삼만 버즈 Musamman Burj)가 한번 더 보고싶어 다시 그곳으로 갔다.

막내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1658년 왕위를 박탈당하고 이곳에 갇혀 8년간의 세월을 외로히 보내다 쓸쓸히 죽어간 샤자한의 회한이 서려있는 그의 말년의 거처이다. 8각형 탑 형식의 구조물이고 피에트라 두라 기법으로 예쁘게 장식되어 있다.

잔잔하게 흐르는 야무나강 건너편 오른쪽에 위치한 타즈마할이 희뿌연 모습으로 환상적 감흥를 불러 일으킨다. 어쩌면 내가 서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샤자한은 아스라히 바라보이는 타지마할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사랑하는 그의 아내를 그리워 했으리라. 샤자한과 뭄타지 마할이 나란히 함께하며 누워있던 대리석 관모습이 클로즈 업 되면서 깊은 상념에 빠져 든다. 그들이 누렸던 권력, 부귀와 영화는 순간적이었지만 그들이 남긴 사랑의 이야기는 영원하리라.

한참동안 자스민타워에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타즈마할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노라니 등 뒤에서 '헬렌언니! 혼자 여기서 무얼 하세요?' 하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들어 뒤를 돌아보니 우리일행인 20대 초반의 대학생 수정이와 지선이가 웃고있다. 가져온 물과 비스켓을 서로 나눠 먹으며 가벼운 담소를 나누다 시장기가 돌아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다.

아그라 포트를 빠져 나와 오토릭샤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지선이는 수정이더러 오늘 수지 맞았으니 점심을 한턱 내라고 한다. '무슨일이야?'궁금해 물어 보니 오늘 거금 510루삐를 공짜로 벌었다 한다. 여대생인 수정이는 몸집이 자그마하고 얼굴도 앳뗘보여 얼핏 봐서는 틴에이저처럼 보이는데 아그라 포트에 입장할 때 하도 어려 보이니까 그냥 무료로 패스 시키더란다.

항상 수줍은 듯 조용한 성품의 수정이에게 '하하! Are you happy?' 하니 수정이는 해맑은 얼굴로 방긋 미소를 띄운다.'어제 타즈마할 입장할 때도 잘만 했으면 거금 960루삐를 건질 수 있었는데' 하며 못내 아쉬운 듯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그래, 기분이다! 오늘 공돈도 생겼으니... 언니! 점심은 내가 한턱 낼께요.'

지선이는 우리가 묵고있는 호텔근처에 '티벳하우스'라는 식당이 있는데 수제비와 칼국수를 맛있게 한다며 그곳에 가서 식사를 하자고 한다. 옥상에 자리잡은 이 식당에 들어서니 테이불이 6개 남짓 놓여져 있고 손님은 우리들 외엔 아무도 없다. 주인은 티벳사람이 아닌 인도인이다. 밀크커피, 짜이, 수제비, 칼국수 만두 등 푸짐하게 시켰는데 음료수만 나오고 한시간이 넘게 지나도 음식들은 나오지 않는다. 밀밭에 가 밀을 베오나? 배가 고파 연신 물하고 짜이만 들이켰더니 화장실에 가고싶다.

아래층에 있는 화장실에 갔다오는 길에 주방을 들여다 보니 두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협소한 공간이다. 어두컴컴하고 비좁은 부엌에는 달랑 두개의 화로만 놓여있고 냄비에는 팔팔 물이 끓고 있다. 그냥 지나치려다 궁금해서 야채를 다듬고 있는 주인장에게 '지금 뭐하고 있어요?' 물어보니 '야채를 끓는 물에 넣어 수제비와 칼국수의 국물을 우려낼 거라'고 대답하며 우리가 한시간동안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에 시장에 가서 장을 봐 왔다 한다.

주인장은 미안해 하면서 음식을 곧 대령하겠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란다. 손님이 우리 셋 뿐인데도 이렇게 늦장을 부리니 한창 손님이 많을 땐 어찌한다냐? 하하! 세월아 네월아 가라 참 느긋하기도 하다. 그래, 기다리자! 성급해 하지도 말고 애닳아 하지도 말고 잊어버리고 무작정 기다리자. 때되면 나오겠지...

드디어 주문했던 음식들이 나왔다. 우리 한국식으로 만든 수제비와 칼국수는 아니지만 야채로 구수하게 국물을 우려내어 맛이 제법 그럴싸하다. 허기사, 배가 이리도 고픈데 시장이 반찬이라고 어떤 음식인들 맛이 없을까. 더운 날씨에 뜨끈한 국물이 뱃속에 들어가니 콧등에 땀이 송곳송곳 맺히지만 그래도 속은 시원하다. 하하! 이런걸 가지고 이열치열이라고 하나?

점심식사를 끝내고 나니 오후4시다. 저녁 7시에 집합하여 이곳 아그라를 떠나 머나먼 다음 행선지인 바라나시로 향한다 하니 이제 호텔로 돌아가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지.

호텔로 돌아와 보니 일행들이 벌써 다 모여 웅성웅성 술렁이는 분위기다. 일행중 엊저녁 복녀 석별파티때 까지만 해도 아무말 않던 혜경(올드델리 기차역에서 기차표 환불받을 때 나랑 같이 새치기하다가 한방 얻어맞은 아가씨)이와 방년 30세의 연희가 우리에게 굿바이를 선언한 것이다.

복녀는 이미 독립해 혼자 여행하기로 선언을 했었지만 혜경이와 연희는 비록 3~6개월 장기여행을 계획으로 인도에 왔기에 언젠가는 우리와 헤어져 그들만의 여행을 계속할 줄 알았지만 이번 바라니시까지는 우리일행들과 같이 행동하기로 했지 않는가. 오늘 새벽 우리스님이 바람같이 다시 나타나니 이 여인들 마음이 새털구름 처럼 바뀌었나?

막상 지금 우리곁을 떠난다하니 슬픈 마음에 앞서 여자들 몸으로 남정네의 아무런 도움도 없이 이런 오지에서 여행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험난한데...걱정이 되어 물어보니 우리스님과 같이 동행한다며 장기간으로 여행온 복녀와 함께 네명이 먼저 잔시, 카쥬라호를 둘러본 다음에는 각자 자기들 마음 내키는대로 여행을 해보겠단다. 그래도 우리스님이 몇몇 군데는 함께 동반을 해준다니 그나마 마음이 놓인다.

그냥 헤어지기 섭섭하여 그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같이하고 난 후 우리는 뜨거운 포옹을 하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복녀, 혜경, 그리고 연희를 차례차례로 한참동안을 꼭 껴안아 주니 그동안 쌓인 정이 무엇이 그다지도 깊길래 그들은 눈물을 글썽거린다. 나의 눈에도 별수없이 눈물이 흐르고...

그래 언젠가는 헤어질 거...그 이별의 순간이 단지 조금 더 빨리 왔을 뿐...사랑하는 나의 동생들아, 부디 몸조심하고 건강하게 남은 여정 무사히 끝내길 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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