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8:33:51, Hit : 4250, Vote : 1378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1)

    
Written by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2001/11/27 16:12]  Hits: 134 , Lines: 36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1)  
바라나시로 가는길
바라나시행 야간열차안에서
2000년 11월 29일


2000년 11월 28일 밤 9시반 아그라에서 2등침대칸 기차를 타고 바라나시로 가는 길이다. 맞은편 왕언니쪽에 있는 여닫이 창문이 고장이 났는지 빼꼼히 열려있는 창문틈 사이로 찬 밤바람이 솔솔 들어온다. 왕언니는 몇번을 위로 치켜닫아도 스르르 자꾸만 내려오는 창문을 다시 들어 올리곤 하시다가 귀찮다며 그냥 누워 주무신다.

나는 머리가 싸늘해져서 침낭을 폭 뒤집어 쓰고 있는데도 추워서 잠이 안온다. 더군다나 내 침낭속에 무슨 벌레가 들어 있는지 몸이 근질거려 밤새 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눈을 붙혔는데 웬 인도남자 두명이 나를 흔들어 깨우며 우리들이 혹시 배낭을 도둑맞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오잉? 야간기차여행하면서 이른 꼭두새벽에 곤히 잠들어 있는 승객들을 깨워 배낭을 도둑맞지 않았냐고 묻다니 이런 질문은 난생 처음 받아본다. 잠에 취해 정신이 몽롱하지만 머리맡에 놓아둔 작은 배낭과 침대밑에 자물쇠로 채워놓은 큰배낭을 더듬어 보니 아무 탈 없다. 혹시나 하고 맞은편 왕언니의 배낭도 살펴보니 무사한 것 같다.

아그라에서 바라나시로 가는 야간기차간에는 도둑들이 들끓으니 각별히 각자의 배낭을 조심하라는 길잡이의 말에 그렇지않아도 신경을 바짝 곤두세우고 있었는데 새벽에 나타난 이 두명의 남자들의 정체가 수상하여 '당신들은 누구며 뭔일이냐'고 물으니 자기네들은 기차경비원들인데 우리가 타고 있는 기차칸에 도둑이 들어 어느 승객의 백을 날치기 해갔기에 혹시나 다른 승객들도 변을 당하지 않았나 해서 이렇게 일일히 돌아 다니며 승객들 짐의 안부를 묻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려니 하고 다시 누워 설친 잠을 청하려는데 저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조금전 그 경비원들이 다시 나에게로 와 '한국인이냐?'물어 '그렇다'하니 자기들 하고 함께 가달란다. 소란통에 왕언니도 깨셔서 '그대여,무슨일이 일어났나?' 물어 보신다. 나는 왕언니에게 '응,언니 그런 모양이야 혹시 모르니까 우리 배낭들 잘 지켜보고 계세요'하고는 그들 뒤를 따라가보니 아니, 우리 수정이가 넋빠진듯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 침대에 앉아 있지 않은가!

'수정아, 어찌된 일이냐?' 물으니 '손가방을 베개삼아 머리에 깔고 비몽사몽 잠을 자고 있는데 어느놈이 확 채갔다'며 기운이 쏙 빠진 목소리로 겨우 입을 뗀다. 날치기당한 때는 기차가 어느 정거장에 멈춰서서 있다가 막 떠나려는 순간이었다고 한다. 수정인 잠이 덜 깨어 꿈이려니 하고 한참을 더 누워있다가 머리맡이 허전해 더듬어보니 없어진 것을 알고는 당황해하며 다른칸에서 자고 있던 길잡이한테 뛰어가 기차경비원에게 신고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델리케이트한 상황설명의 영어엔 버벅거리는 우리 길잡이는 이럴 땐 나를 잘도 써먹는다. 수정이 말을 듣고난 후 자초지종을 옆에 서있던 경비원들에게 설명해주니 그들중 한명이 말하길 바라나시역에 도착하면 역사에 딸려있는 파출소(police box)에 우리들이 도난신고를 할 때 자기가 증인으로 도와주겠다 하며 각자의 소지품과 여행용가방(luggage)에 조심들을 하라며 당부한 뒤 그 자리를 뜬다.

수정이 옆에는 우리일행 몇명이 같이 잠을 자고 있었는데 유독 수정이의 백만 노린 걸 보면 수정이 잠자리가 출입구 바로 옆 맨 아래층이란 점, 훔쳐갈 먹이를 머리에 베고 콜콜 자는 승객이 10대처럼 아주 앳뗘 보여 만만하게 보았으리라는 점 등이 도둑놈들에게 손쉽게 손가방을 날치기해갈 빌미를 준 모양이다.

도둑맞은 손가방에 무엇이 들어 있었나 물으니 개인 용돈 5000루삐(US$110 정도)와 우리 공금 1600루삐, 그리고 카메라와 여행중 찍었던 필름통들 나머지는 잡다한 일용 소지품들이란다. 아이고 아까워라, 갖은 고생끝에 담아온 귀중한 추억거리가 될 사진들, 5000루삐면 인도에서 반달을 여행경비로 쓸 수 있는 거금인데... 아그라에서 US$100을 인도화폐로 환전한 후 부피가 커서 복대(waist-belted pouch)에 넣기 귀찮아 손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닌 게 더 화근이었다며 수정이는 핏기가 하나도 없는 창백한 얼굴에 기운이 하나도 없이 겨우 대꾸한다.

길잡이는 우리들이 김포공항에서 델리로 출발하기 직전에 남대문시장 아줌마들이 배에 차는 돈바구니 닮은 복대를 일행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나누어주며 여권과 비행기표, 그리고 큰돈들은 꼭 그 복대에 넣고 다니라고 누누히 강조를 했었다. 말 잘듣는 나는 호텔에서 잠잘 때만 빼놓고는 항상 나의 따끈한 배위에 복대를 묶어놓고 있다. 한창 더울 때는 복대주머니 안으로 땀이 스며들어 젖기 때문에 내용물을 얇은 비닐봉지에 싸 습기를 방지하고 다닌다. 우리 길잡이는 여행중 강도를 만날 것을 대비해 돈달라고 흉기를 들이대고 위협하면 하시라도 끌러줄 수 있게 아예 별도로 잔돈이 든 주머니를 하나 더 차고 다닐 정도니 인도의 치안을 알만한 일이다.

공금을 지녔던 수정이는 우리 일행들중 3개월 이상 장기여행을 계획하고 온 이들을 위해 일주일마다 한명씩 돌아가며 맡는 총무노릇을 그때 마침 맡고있던 중이었다. 총무라는 직책은 장기여행자들을 트레이닝시킬 요량으로 공금을 모아 그들에게 맡겨 기차표, 버스표 사는법, 값 흥정하는 법 등을 본인 자신이 직접 경험해봄으로써 앞으로 당사자들이 부딛힐 문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연습을 시키는 일이다. 공금마저 도둑맞아 억울해하는 수정이를 도닥거려주고 내자리로 돌아와 설친 잠을 어거지로 다시 청하건만 도무지 잘 수가 없다. 왕언니는 그 와중에도 코까지 드르렁 쿨쿨 골며 잘도 주무신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다보니 어느새 새벽이 부옇게 밝아 오고 있다. 기차는 역 곳곳에 자주 서서 승객들을 내리고 또 태운다. 창밖을 내다보니 하얀 무우를 한광주리 가득 머리에 이고 이른 새벽길을 나서는 아낙네들이 보인다. 아마 시장통에 내다 팔려나 보다.

이름모를 어느역에서는 원숭이들이 떼를 지어 한가로이 놀고 있다. 그들 무리중 어미원숭이가 아기원숭이를 등에 업고 있길래 가방에서 비스켓을 꺼내 던져 주니 낼름 받아 코로 힝힝대며 냄새를 맡더니 아기원숭이부터 먼저 먹인다. 모성이란 본능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기특한 생각이 들어 남은 비스켓 모두를 던져주니 얼씨구나 이게 웬 횡재냐는듯 신나게 잘도 받아 먹는다.

원숭이떼 뒤를 둘러보니 초가집들이 듬성듬성 보이고 서부 라쟈스탄지역 사막길에서는 보지 못했던 초록색 이파리의 나무들이 많이 보이는 평화로운 시골마을이다. 푸른 엽녹색 나무들이 눈에 띄는 걸 보니 이제 점점 바라나시가 가까워지나보다.

아침 공복에 허전한 배와 시장기를 달래주는 이들은 중간중간 기차가 정거할 때마다 나타느는 짜이장수들이다. 기차에 올라와 '짜이, 짜이짜이' 외쳐대며 따끈한 짜이를 판다. 출출한 빈 속에 짜르르 짜이가 흘러들어가면 뱃속이 훈훈해지며 온몸에 생기가 돈다. 한잔에 3루삐인 짜이를 연거퍼 3잔을 마셔도 질리지가 않는다. 아, 인도에 와서 나는 이 짜이 맛에 이제 중독이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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