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10:00:19, Hit : 3773, Vote : 1198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3)


        
Written by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2001/11/27 16:15]  Hits: 141 , Lines: 38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3)  
샨티 게스트하우스에서의 첫날
2000년 11월 29일


바라나시 기차역 광장을 빠져나와 우리가 여장을 풀 샨티 게스트하우스로 가기 위해 지희, 수정, 길잡이 그리고 나 네명은 싸이클릭샤 두 대에 나눠 타고 바라나시 시내로 들어갔다. 인도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먼지와 매연으로 뒤덮인 거리에는 사람들과 오토릭샤, 싸이클릭샤, Motorcycle, 자동차, Buffalo, 개 등등 온갖 발통 달린 것들은 죄다 쏟아져 나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특히 시장통을 지날 때에는 트래픽이 너무 심해 길이 꽁꽁 막혀 꼼짝달싹도 못할 때가 많았다.

혼잡스러움의 극치인 이 아수라판 행열 속에서도 검정소들은 무리를 잘 지어 마치 어디 마땅한 갈 곳을 이미 정해놓은 냥 허기진 눈망울들을 껌뿍대며 묵묵히 차량들 틈에 끼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 참 신기하게 여겨진다. 거리엔 특히 병들은 개들이 눈에 많이 띄였는데 이 개들은 도로 중앙선 분리대 위에 처억하니 퍼질러 앉아 거리의 혼잡함이 못마땅하다는 듯 씁쓰름한 표정으로 지켜보고만 있다.

피부병에 걸렸는지 털 곳곳에 부스럼이 더덕더덕 난 개들이 가련하게 앉아 북새통의 길거리를 지친 눈으로 힘없이 바라보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처연한 심사가 들어 웬지 까닭모르게 마음이 울적해진다. 아! 주인없이 떠돌아 다니는 말 못하는 불쌍한 짐승들이여!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오늘도 어느 낯설은 거리를 끝없이 헤매며 떠돌겠지....

마침내 우리들을 태운 싸이클릭샤는 갠지즈(Ganges)강가의 메인갓트(Main Ghat)에 다달았다. 일행들이 묵고있는 숙소인 샨티 게스트하우스는 화장터가 있는 마니카르니카 갓트 근처에 있었다. 도시건설 역사가 3000년이 넘는 세계에서 최고로 오래된 바라나시는 길이 거미줄같은 미로로 복잡하게 얽혀져 있어 길찾기가 매우 어려워 보인다. 길잡이는 우리들이 나중에 따로 떨어져 개인행동을 할 때 길찾기 쉽도록 우선 메인갓트에서 부터 시작하여 숙소를 찾는 길을 익히도록 그곳에서 하차하여 우리를 안내했다.

갓트(Ghat)는 육지에서 강으로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져 있는 일종의 좁은 계단길을 말하는데 100여개를 넘는 갓트들이 갠지즈강의 서편에 줄을 지어 가지런하게 잘 나열되어져 있다. 갓트 반대편 동쪽으로는 모래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어 매우 시원스레 보인다.

우리는 계단으로 연결되어진 갓트길을 길잡이 뒤를 따라 걷는다. 그 좁은 계단길에도 소들이 한가로이 서성거리고 있다. 이 소들도 갠지즈 강가에 몸을 담그는 성스러운 의식을 치루러 온 것일까? 뜨거운 뙤약볕 아래 무거운 배낭을 등에 지고 소들이 아무렇게나 저질러 놓은 오물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걷자니 허리가 다 뻐근해지며 통증이 저려온다.

강가에서 빨래를 하거나 목욕을 하는 사람들을 힐끔 눈길을 주며 한 15분쯤을 걸어가다보니 연신 뿌연 연기를 뿜어대는 이상야릿한 장소가 보였다. 궁금하여 길잡이에게 물어보니 그곳은 사람 시신을 태우는 화장터란다. 화장터에 채 못 미처 계단을 밟고 올라서 보니 좁은 골목길이 보인다. 골목길에는 시장통이 연결되어 있는지 갖가지 상점들이 즐비하게 널려져 있다. 그 비좁은 골목길 언덕으로 한 5분쯤을 더 올라가니 우리가 묵을 숙소가 마침내 나타났다.

미리 도착한 왕언니가 잡아놓은 왕언니와 나의 방은 5층 코너에 위치해 있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데다가 계단과 계단사이가 하도 높아 5층까지 낑낑거리며 힘들게 올라가 잠겨있는 문을 따고 들어가 창문쪽을 바라보니 우와! 갠지즈 강가가 한 눈의 시야에 다 들어온다. 그래도 전망이 좋은 방이라 힘들게 올라온 보람은 있다.

고생보따리 무거운 배낭을 대충 부려놓은 뒤 먼지와 땀에 찌들은 몸부터 씻고 싶어 샤워를 하려고 방문옆에 딸려있는 화장실에 들어가보니 열려 있는 화장실 창문사이로 앞 집 옥상이 보였다. 옥상에는 두어마리 원숭이들이 희희낙낙 노닥거리고 있었는데 원숭이들이 나의 샤워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하하! 요녀석들 좀 보게, 보긴 뭘 보냐? 샤워물이 미적지근해서인지 아니면 아직도 감기기운이 남아있어 그런지 몸에 물이 갑자기 닿으니 오싹 한기가 느껴진다. 아! 언제쯤 따끈한 물로 샤워 한번 해보나...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벌렁 드러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왕언니가 들어 오셨다. 7층옥상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쉬시다가 내려오시는 거란다. '그대, 아직도 식사를 못 했을텐데 올라가서 뭐 좀 먹어야지. 내가 같이 따라가 줄께' 하며 나의 손을 이끄신다. 참, 먹는 얘기만 나오면 비실비실 하다가도 이렇게 눈이 반짝반짝 떠지는지...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먹기라도 잘 먹어야 이 힘든 배낭여행을 견뎌낼 수 있기에 나는 군말하지 않고 왕언니를 따라 나섰다.

7층 옥상식당은 전망이 더욱 좋다. 탁 트여진 갠지즈강가 동쪽 모래사장이 한 눈에 다 들어온다. 식당안엔 외국인 배낭객들 몇몇이 그룹을 지어 앉아 때늦은 점심들을 먹고 있거나 음료수등을 마시고들 있었다. 4~5페이지 분량의 다양한 메뉴를 쭈욱 훑어보니 이름도 잘 모르는 이스라엘음식들이 꽤나 많이도 있다. 한국음식도 몇 가지가 있어서 우선 볶음밥과 닭도리탕을 주문한 뒤 주위를 눈여겨 살펴보니 수염이 덥수룩하고 머리가 긴 장발의 사내들이 헐렁한 인도옷을 입고 떠들어대고 있다.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이스라엘에서 온 배낭족들이다. 저쪽 다른편에는 한국에서 온 배낭객들이 둘러 모여 앉아 담소를 즐기고 있다.

왕언니랑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나누며 한참을 기다리니 주문한 볶음밥과 닭도리탕이 나와 걸신들린듯 허겁지겁 먹어댔다. 닭 도리탕에 매운 고추를 너무 많이 넣었는지 무지하게 매웠지만 아주 맛잇게 먹었다.

간밤 열차에서 잠을 제대로 못잔데다가 너무 허기가 져서 급하게 먹은 점심탓으로 이제 배불리 먹고나니 졸음이 슬슬 밀려온다. 먼저 좀 쉬어야겠다며 왕언니에게 양해를 구한 뒤 나는 방으로 내려와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누고는 화장지로 그곳을 닦는데 붉은 색이 비친다. 에고, 나도 아직은 여자긴 여자구나...혼자 비식 웃으며 침대에 누우려는데 '똑똑!' 문을 여니 왕언니다. 왕언니도 내 뒤를 곧 뒤따라 내려오셨단다.

왕언니한테 '언니, 나 월경 시작했어요.' 마치 어린 딸이 엄마한테 초경을 치룰때 하는 말투로 어리광을 부렸더니 왕언니는 '오! 그대, 초경을 축하해요.' 내가 어리둥절해 하니까 '인도에서의 초경을!' 말을 덧붙이시며 깔깔 웃으신다. 그제서야 나도 왕언니의 말귀를 알아듣고 같이 깔깔거리며 웃는다. '맞어! 언니, 인도에 와서는 처음이니까...하하하!'

사전 준비에 철저한 나는 캘리포니아에서 서울로 갈 때 생리대까지 가져갔었다. 서울에서 델리로 떠나기 일주일 전 '인도로가는길' 회의실에서 같이 떠나는 일행들이 처음으로 함께 모여 주의할 사항들을 귀담아 들을 때 우리 길잡이가 신신당부한 말이 생각난다. '여자분들은 생리대를 꼭 가져가야 한다'

매사에 부지런한 왕언니는 바라나시 시내구경을 나가시고 나는 내일을 위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하려고 일찌감치 침대에 드러누워 행복한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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