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11:09:15, Hit : 4046, Vote : 1312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4)

  
Written by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2001/11/27 16:23]  Hits: 178 , Lines: 41  
인도 여행기 - 바라나시 (4)  
갠지즈강가에서의 일출
2000년 11월30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우리 일행 열명은 갠지즈강가의 일출구경을 위해 숙소문을 나서는데 숙소앞에 지키고 서있던 호객꾼 삐끼들이 우리들을 보고는 찰거머리처럼 착 달라 붙는다. 보트를 빌려타고 해뜨는 모습을 구경하려는 여행객들에게 자기들이 소개해 주는 배를 타고 가라고 흥정을 붙이는 사람들이다. 한 사람당 50루삐(약 U$1 정도)씩 달라고 한다. 길잡이는 비싸다며 그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강가로 일행들을 이끈다.

컴컴한 새벽길에 혹시 소똥이라도 밟을까봐 손전등(flash light)을 가지고 나와 길거리를 비추며 강가에 이르니 허름하지만 우리일행들을 다 태우고도 남을만한 큼지막한 나룻배가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뱃사공은 50대 초반정도의 인도남자로 우리에게 흥정을 시작한다.

시간당 한 사람에 30루삐씩 달라고 하니 길잡이는 비싸다고 다른 배를 물색하러 갓트길을 걸어가는데 몸이 달은듯 그 사공은 나룻배를 저으며 우리들을 계속해 따라오면서 더 싸게 해줄테니 자기배를 타달라고 끈질기게 조르길레 우리는 한사람당 10루삐로 셈을 해주고 그 배에 올라탔다.

사공은 노를 쉬엄쉬엄 저어가며 곳곳에 자리를 잡은 다양한 종류의 건물, 사원들에 대해 설명을 친절하게 해 준다. 4km에 달하는 강변 서쪽 갓트 건물의 대부분은 18세기경에 지어진 것들인데 그중에는 자이뿌르(Jaipur), 우다이뿌르(Udaipur), 괄리아르(Gwalior), 마이소르(Mysore) 그리고 바라나시 등 부유했던 힌두 왕조의 맥을 잇는 마하라자(세도가)들이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한 저택을 조성하느라 만든 갓트들이란다. 중세의 고풍스런 분위기에다가 인도 특유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건축물들이다.

뿌연 물안개가 스물스물 피어나는 이른 새벽인데도 벌써 관광객들이 많이 나와 뱃놀이를 즐기고 있다. 단체로 왔는지 한 20여명 정도의 나이든 중국인들이 탄 배에서는 중국말로 마이크를 들고 안내를하는 가이드의 모습이 보인다. 단체여행인 듯 일행 전원이 한결같이 노랑색의 모자를 쓰고 있다.

조금 더 나아가니 오랜지색 해가 동쪽 모래사장을 바알갛게 물들이며 새색씨 처음 옷 벗을 때 수줍음 타듯 서서히 떠오르더니 어느 일순간 뿅!하며 눈부시게 찬란한 몸 전체를 아낌없이 들어내 보여준다. 인도 북부지역의 모든 강물이 거의 다 흘러든다는 인도인의 젖줄 갠지즈강! 잔잔히 일렁이는 파문 위로 떠오르는 해의 모습이 길다랗게 한 줄기 빛으로 반사되어 차츰 진홍색으로 물들여지는 환상적인 물결의 반짝거림이 나의 가슴을 쿵쿵쾅쾅 마구 흔들어 놓는다.

아! 아름다운 갠지즈강의 해돋이 모습이여! 갑자기 가슴이 뭉클해지며 콧등이 시큰거려온다. 어떤 필설로도 형용키 어려운 무척이나 감동스러운 갠지즈강에서의 새벽녘 해뜨는 모습이다. 라쟈스탄州의 망망한 타르사막에서 보던 일출 모습과는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해는 같은 해건만 더 붉고 더 둥글다.

넓고 넓은 갠지즈강 전체를 배경으로 붉게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 그 자체도 장관이지만, 일출을 기해 이른 새벽 강물이 차가울텐데도 아랑곳 않고 100여개가 넘는 갓트 곳곳에서는 수 많은 순례자들이 너도나도 물 속으로 들어가 몸을 씻으며 죄를 사하여 달라고 신에게 기도하는 경건한 모습들이 더욱 더 나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일출 구경을 마치고 숙소로 되돌아온 우리 일행들은 옥상식당에 올라가 랏시와 밀크커피 바나나 팬케익을 먹으며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데 호텔근처에 있는 마니카르니카 갓트 화장터에서 시신을 이른 아침부터 태우기 시작하는지 희뿌연 연기가 바람에 날려와 옥상식당 주위를 빙빙 맴돌며 떠다닌다.

살아있는 우리들로서는 살기 위해 숨을 내쉬며 음식을 먹어야만 하니 당연스레 그 연기를 맡아가며 식사를 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지만 어째 마음이 뒤숭생숭해진다. 허망하다는 생각도 잠시뿐 조금 지나니 면역이 되었는지 목구멍으로 음식들을 수월하게 넘길 수 있었다.

식사후 방으로 내려와 밀린 잠을 보충한 뒤 왕언니와 나는 시내구경을 나섰다. 우리는 황금사원(Golden Temple)이라고 불리워지는 어느 힌두교 사원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시장통인 이곳 길은 꼬불꼬불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게 골목길이 많이도 나 있다. 사원에 도착하니 힌두교인들만 사원내에 들어갈 수 있다며 외국인들의 입장은 불허란다.

별 수 없이 사원 밖에서 황금색의 지붕만 멀뚱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사원 바로 앞에 서 있던 한 인도인이 맞은편 건물옥상에 올라가면 사원이 더 잘 보인다며 자기를 따라오란다. 그를 따라 3층쯤 올라가니 가자던 옥상으로 가진 않고 그곳에 있는 어느 카펫상점으로 우리들을 안내한다. 아, 이사람도 삐끼구나! 직감한 우리들은 골든템플인지 구리사원인지 구경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내려와버렸다.

인도 북서부 파키스탄 근교에 있던 '암리차르' 에서 번쩍거리는 금으로 된 지붕이 연못에 비쳐지는 모습이 장관을 이루던 시크교의 황금사원(Golden Temple)을 구경한 후론 우리들은 웬만한 사원들은 웬지 시시하게만 여겨졌기 때문이다.

온갖 상점들로 즐비하게 늘어선 시장통은 삼사십년 전 우리나라 남대문이나 동대문시장통 같은 모습들이다. 길을 걸어가는데 삐끼들이 극성스럽게 달라붙으며 귀찮게 군다. 어느 은방 앞을 지나는데 예쁘게 생긴 팔찌 발찌가 보인다. 우리 일행중 젊은 대학생들은 델리나 자이살메르에 머무를 때 은팔찌며 은발찌등을 사서 즐겨 끼고 다녔는데 나도 미국에 있는 조카들에게 선물을 하고 싶어 그 은방으로 들어갔다.

물건 값을 깎는데는 젬뱅인 나를 위해 왕언니는 예의 노련미를 과시하며 값을 깎아 달라고 흥정을 잘도 해주신다. 그 점방 주인은 발찌를 저울에다 달아 무게를 재보고는 한사코 더 이상은 깎아주지 못하겠단다. 옥신각신 힘겨루기를 하다가 그러면 그냥 가겠다고 하며 일어서려니 우리들을 다시 잡는다. 왕언니도 조금의 양보도 않으신다. 점방주인이 불렀던 가격에서 절반가격으로 무지막지하게 후려치는 왕언니에게 나는 존경의 눈길을 보내다 결국 은발찌 서너개를 사가지고 그곳을 나왔다.

바라나시는 실크로도 유명한 곳이다. 수제품의 실크제품들을 파는 곳이 눈에 많이 띄어 어느 한 상점앞에 걸어놓은 실크 머플러들이 맘에 들어 구경을 하고 있는데 자꾸만 안으로 들어와 느긋하게 앉아서 쉬며 구경을 하란다. 왕언니와 나는 신발을 벗고 양탄자(rug)가 깔려있는 바닥에 주저 앉아 이것 저것 물건들을 구경했다. 그곳에서도 왕언니는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신다.

외국인여행자라고 그곳의 물품값을 잘 모르는 나처럼 어리숙한 사람만 대해 왔는지 우선 무턱대고 값을 올려 부르는 이곳 상인들의 상술에 그냥 호락호락 넘어갈 왕언니가 아니시다. 밀고 땡기는 흥정끝에 몇개를 골라 선물로 사왔는데 나중에 돌아와 이곳에 있는 가족친지들에게 선물하려고 보여주니 인도냄새가 너무 난다며 별로 좋아하는 기색들이 아니다. 지금 내가 봐도 별로다. 그때 그곳에서 내가 골랐을 때는 예쁘게만 보이더니...

나는 여행다니면서 이런 저런 물건을 사 모으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우선 배낭이 점점 무거워 지기 때문이다. 지고다니는 배낭의 무게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그만큼 자신이 지은 업보도 무겁다라는 농쪼의 길잡이 말을 듣고도 쓰잘데기 없이 짐을 늘려만가는 내가 못마땅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장통구경을 하면서 인도인들과 접촉하며 그들의 사는 모습도 보고 흥정하는 방법도 배우고 대화를 나누는 시간들이 무척이나 재미있다. 한두가지 부피가 많이 나가지 않는 조그만 물건들을 선물로 사는 재미도 꽤나 있어 나는 짜투르기 시간틈만 나면 시장통 구경하기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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