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11:23, Hit : 4421, Vote : 1436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6)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6)  
낙타사파리 여행 첫날
- 오아시스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떠나며
2000년 11월 21일


작열하는 태양 아래 그대로 노출되는 열사의 모래길을 가느라 모자, 썬글래스, 얼굴가리개 수건, 긴소매에 긴바지로 온몸을 덕지덕지 도배를 하였건만 낙타고삐를 꼭 부여잡느라 노출된 손을 보니 벌써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가는 도중에 가물에 콩나듯 가끔씩은 낙타없이 걸어가는 사람들도 만났는데 아마 사는 마을이 가까이에 있나 보다하고 무심하게 지나친다. 한 번은 울긋불긋 원색의 사리를 입은 여인과 서너살 먹은 사내아이가 길을 가다 서서는 낙타를 탄 우리들을 보고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반갑다고 손을 흔든다. 우리도 웃으면서 그들에게 손을 흔들다가 신발도 신지 않은 맨발의 모습에 눈길이 멈춘다. 가마솥 불볕더위에 후끈 달구워진 모래밭에 발바닥이 닿기만 해도 금방 익어버릴 것만 같은데... 발바닥이 구두창보다도 더 두꺼운 겐가.

낙타와 호흡을 마추며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이젠 허벅지와 어깨의 근육도 긴장감이 풀리고 자신감도 붙는다. 느림보 걸음으로 행진하는 속도가 지루하게 느껴지더니 이제는 한번 신나게 빨리 달려보고 싶은 충동감마저 불끈 솟는다.

그런데 오전에는 일행의 행렬중에서도 의기양양 줄곧 앞장을 서서 오던 내 낙타가 슬그머니 선두자리를 양보하더니 급기야는 꼴찌로 밀려나는 게 않는가. 보리수 그늘아래 점심식사와 휴식을 취한 오후부터는 어딘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인다.

오아시스에 도착한 직후 나를 내려놓자 마자 힘이 부치는지 그냥 털버덕 주저앉드니 밥도 안 먹고 축 늘어져만 있길래 나의 체중이 남들보다 무거워 그런가 보다하고 미안한 생각도 들었는데...그래도 그만하면 휴식은 충분히 취했을 텐데...그런데, 정말 이녀석은 점심식사도 못했나? 왜 이리 기운이 없어 보인다냐? 힘좀 내! 이녀석아!

그렇게 지루하게 사막의 흙먼지를 뒤집어 쓰면서 터걱터걱 가는데 갑자기 저만치 앞에 가던 밀짚모자를 쓴 스님(우리 일행중 30대초반의 비구스님이 있다)의 낙타가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뒤따르던 낙타들도 덩달아 질쏘냐! 냅따 달린다. 어라? 그런데 이녀석은 왜 이러지? 달리기는 커녕 그냥 내딛는 발자국 한걸음 한걸음이 마치 소가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그런 걸음걸이다.

나는 말 탈때 빨리 가고싶으면 양발로 배를 차면서 소리를 지르고 호령을 하면 빨리 달리던 기억이 나서 녀석의 뱃대기를 힘껏 걷어차니 나 죽는다!고 속력이 붙는다. 녀석의 발걸음이 빨라지니 신은 나는데 엉덩이가 덜썩덜썩 안장에 마구 닿아 무지하게 아프고 혹시 이러다 녀석 등에서 떨어질 것만 같아 겁도 슬슬나 고삐를 잡아 다니자 다시 느림보 거북이 걸음이다.

에라이, 이녀석아 너 마음대로 해라! 체념하려는데 이번에는 몰이꾼이 내게 다가오더니 '배를 차면 낙타가 아파한다'고 나의 무자비한(?) 행동을 나무라는게 아닌가. 아무래도 내가 탄 낙타가 제일 늙고 병든 낙타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사막에서의 해는 일찍 진다. 어느 지점, 일행들이 사막의 비탈진 언덕길을 낙타도 지치고 우리들도 지쳐 느릿느릿 넘어가는데 붉은 해는 낙조의 빛을 남기며 뉘엿뉘엿 저물고 있다. 내 앞에서 낙타를 타고 가는 일행들의 뒷모습이 넘어가는 붉은 해의 실루엣트로 비춰지며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해가 꼴까닥하고 넘어가자 우리들은 하루밤을 야영할 자리를 찾아 여장을 푼다. 몰이꾼들은 낙타안장으로 쓰여진 침구를 다시 내려다 쫘악 한자리에 일렬로 펴놓고는 '바로 여기가 당신들이 오늘 하룻밤 잠잘 곳' 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들은 너무 피곤해 우선 그냥 그 침구위에 털부닥 쓰러진다.

사막은 밤과 낮 일교차가 심하다. 해가 내려가니 갑자기 으시시 추워진다. 네팔 '안나푸르나'에서 트레킹할 때 추우면 입으려고 준비해온 내복을 침낭속에 들어가 엉기적거리며 입고 나서 긴팔의 셔츠, 바람을 막아주는 가벼운 잠바등 세겹으로 끼어 입는다.

저켠에서는 주방장과 몇몇의 몰이꾼들이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고 다른 몇몇의 몰이꾼들은 나무를 모아 불을 지펴준다. 일행들은 옹기종기 둘러앉아 따뜻하게 모닥불을 쬐면서 얘기꽃을 피우다 저녁식사가 무얼까? 하며 다들 궁금해한다. 젊은 여자일행들은 점심식사를 허술하게 해서 시장한지 가져온 오렌지와 바나나를 먹는다. 몰이꾼들이 시꺼먼 손으로 만드는 음식에 별로 구미를 땡겨 하는것 같지 않다.

아까 발로 낙타의 배를 차지말라고 나무라던 내 낙타를 책임지고 있는 몰이꾼이 나에게 다가와 악수를 하자고 하여 손을 잡아보니 세상에, 물로 손을 닦아 본지가 꽤나 오래 되었나 보다. 손바닥이 무지하게 두껍고 꺼칠꺼칠 거칠다. 모래로 손을 씻어서 그런가? 아뭏튼 물이 귀한 사막이라 물은 식수로만 사용을 한다고 하니...그런데, 그러면 설겆이는 어떻게 하지? 점심때 어떻게 설겆이 하는지 눈여겨 보지 않았는데 오늘 저녁에는 꼭 봐야지...

궁금증이 발동되어 그들이 저녁식사 준비 하는곳으로 슬슬 걸어가 수고한다고 인사도 하고 너수레를 떨다가 무엇을 만드나 살펴 보았다. 시꺼멓게 때가 낀 손으로 밀가루를 반죽하여 모양을 얇게 빚어 짜파티를 후라이팬에 굽지 않고 그대로 불에다 굽는데 붉게 달아 오른 연료가 둥그스럼한 것이 흡사 우리나라 빈대떡 빚어놓은 모습이다. 무엇이냐고 물으니 소똥을 말린 거라고 한다. 그 소똥위에 짜파티를 그대로 얹어 놓고 굽는데 시커먼 재도 달라붙고 난리 부루스다. 참, 밥맛 떨어져서...

저녁식사 메뉴는 점심때와 같은 짜파티에 카레가 들어간 야채소스, 국물없는 라면이다. 아까 점심에 먹다 남은 음식들인가? 한가지 더 추가되어 나온 음식은 야채만 들어간 인도 특유향료를 넣은 역겨운 냄새가 나는 스프다.

참, 해도해도 너무하다. 워낙 먹성이 좋은 나는 웬만하면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는데 오늘 저녁만은 도저히 식욕이 안 나 접시에 담겨 있는 음식들을 조금 집어 먹다 그만두고 가져온 과일들로 시장기를 떼운다.

식사후 설겆이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모래로 쓱쓱 그릇을 문지르더니 그들이 입고 있는 꾀재재하게 때에 절은 옷으로 그릇에 남아 있는 모래를 대충 닦아내는 것이 고작이다. 갑자기 배가 싸~하게 아파온다. 정로환 세알을 꺼내 입안에 털어 놓고...

밤이 깊어가자 기온도 따라 내려가니 감기기가 도진다. 콧물이 줄줄 나오고 기침도 콜록콜록 몸은 으시시 떨린다. 일행들은 파티를 한다며 모래언덕 저편으로 넘어 가 버리고 나는 몸 컨디션 조절 하느라고 일찌감치 나의 침낭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하도 추워 침낭을 푹 뒤집어 쓰고 눈만 빼꼼이 내어 하늘을 바라보니 아!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들이여! 달은 어디에 숨었는지 보이지 않고 캄캄한 밤하늘의 별들은 더욱 더 그 빛을 더하여 간다.

아름답게 빛나는 별들을 지붕삼아 선한 눈빛의 낙타들을 벽을 삼아 이렇게 추위에 떨며 잠을 자려니 까닭없이 객수에 젖어 눈시울이 시큰, 콧등도 시큰거려 온다. 아! 잊지 못할 사막에서의 나홀로만의 첫날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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