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12:13, Hit : 4666, Vote : 1548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7)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7)  
-낙타사파리 여행 둘쨋날
2000년 11월 22일


추위와 심한 기침으로 인해 선잠을 깨어 눈을 떠보니 간밤에 숨어 있던 달님이 살짜기 나와 허허로운 사막의 새벽을 어슴프레 비춰주고 있다.

열흘 전 '암리차르'의 황금사원 연못에 떠 있던 밝고 빛나던 둥근 보름달은 아름답기도 하려니와 주위 경관이 하도 낭만적이라 황홀해 했었는데 이런 적막한 사막에서 사그러져가는 하현달을 바라보노라니 그 얄쌍한 모습이 마치 소박맞은 새색씨 같아 가슴이 아려 온다.

저편 동녘에서 하늘이 점점 발그스럼해지더니 마침내 뿅!하고 해가 솟아오른다. 아! 어쩌면 사막의 일출은 이리도 아름다울까! 대자연의 위대함이여! 언덕 위로 서서히 떠오르는 해의 움직이는 모습과 그에 따라 변화해가는 하늘의 빛깔들을 감동해하며 수시로 카메라에 담는다.

해가 떠오르니 옆에서 나란히 누워 자던 일행들도 부시시 하나 둘 깨어 난다. 내 곁에서 주무시던 왕언니는 일어나자 마자 슬그머니 어디론가 사라지신다. 볼일을 보러 가시나보다. 물론 별도의 화장실이 마련되어 있을 리는 없다.

일을 보기 위해서는 일행들이 있는 곳을 피해 한적한 곳을 찾는다. 언덕 고개넘어 자그마한 나무뒤에 몸을 숨기는 시늉만하고 일을 보려면 먼저 그곳을 스쳐지나간 사람들이 저질러 놓고 간 잔해들을 볼 수 있다.

발자욱을 옮길 때 마다 신발의 무게에 푹푹 빠져들어가는 모래에 혹시 옆에 쌓여져 있는 오물들의 잔해가 발에 묻을까봐 조심스레 모래밭을 살푸시 밟고나가 모래구멍을 조금 판 뒤 자리를 잡고 바지를 내리고 앉아 자세를 잡는다. 그리고는 인도인들이 기차길 옆에서 볼일볼 때 하는 식으로 지긋이 명상에 잠긴다. 어떤 때는 오줌발이 쎄서 모래에 튕긴 오줌이 신발과 바짓가랭이를 얼룩지게 할 때도 있다. 그럴때는 엉덩이를 조금 들고 양 다리사이를 좀 더 넓혀 엉거주춤 앉는 법을 취하면 된다. 다 궁하면 통하기 마련이다.

아침식사로 주방장이 끓여준 따끈한 짜이를 비스켓과 더불어 맛있게 먹고 다시 길을 떠난다. 늙고 병든것 같은 나의 낙타는 육중한(?)내 몸무게가 힘에 겨운지 마지못해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는 고행의 길을 떠나는 수도승처럼 터걱터걱 걸어간다.

해가 떠 오르니 점점 사막의 열기도 따라 올라간다. 웬놈의 파리들이 낙타의 얼굴주변을 그리도 맴도는지 안 그래도 가뜩이나 힘겨워 하는 나의 낙타를 못살게도 괴롭힌다. 눈꼽언저리에 몰려드는 파리들의 등쌀에 얼굴이 간지러운지 녀석은 갑자기 머리를 돌려 나의 다리위에 호소하듯 부벼댄다.

그 모습이 하도 안스러워 나는 잡고 가던 낙타고삐를 흔들며 파리들을 쫓아 버리려 애를 쓰는데 파리들은 나와 녀석을 조롱이나 하듯 어느새 다시 떼거지로 몰려온다. 낙타의 허리부분에도 파리들이 웅웅대기에 자세히 들여다 보니 녀석의 살집이 어디서 언제 패였는지 빼꼼히 벌려져 있고 그 부분에 구더기 같은 것들이 꼬물꼬물 고여 있다.

애고, 녀석! 그런 줄도 모르고 어제 내가 녀석의 뱃때기를 발길로 차면서 빨리 가자고 재촉할 때 몰이꾼이 다가와 아프다고 차지 말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구나... 녀석이 아픈 줄도 모르고 무지막지하게 발로 찼으니 얼마나 놀래고 아팠을꼬. 흑흑... 나는 도저히 불쌍해서 더 이상 녀석의 등위에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낙타몰이꾼들이 자기들 여분으로 타려고 데려온 젊은 낙타로 바꿔타니 마음이 한결 편하다. 한참을 가다 보니 조그만 마을이 나타났다. 마을로 들어서니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맨발로 뛰쳐나와 손을 내밀며 우리들을 반긴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앙상하게 야위어서 그런지 이목구비의 윤곽이 또렸하고 눈이 큰 인도의 아이들은 우리일행중 치과의사인 아빠와 같이 동행했던 아홉살배기 여자아이 희수에게 다가와 신기한 듯 쳐다보며 손을 내민다.

희수는 시꺼먼 손으로 자기를 만지려 하는 아이들이 싫은지 두려운지 요리조리 도망을 다니는데 아이들은 좋아라고 소리들을 지르며 희수 뒷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닌다. 마을의 연장자들은 머리에다 터번을 두르고 한가로이 앉아 있다가 우리들을 반가운 미소로 맞는다.

이런 외진 곳에도 콜라가 있다. 비록 시원한 냉장고에 넣어둔 콜라가 아니라 미지근한 콜라였지만 우리들은 비싼 값을 치루고 그 콜라들을 팔아준다. 목을 축이며 이리저리 집구경을 해보니 벽들은 소똥에 진흙을 이겨서 붙였고 지붕은 한국의 옛날 초가집처럼 무슨 엉성한 풀들로 엉기성기 얹혀놓여져 있다.

사막길을 가다보면 주인없는 낙타들이 한가로이 서서 마른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는 모습과, 염소떼들이 길잡이 목동이 없어도 어디로 가야 되는지 목적지를 아는 것처럼 무리지어 가는 모습들이 간혹 보인다.

어떤때는 하얀 개들도 보이는데 분명히 집에서 기르는 개가 아니라 야생견들이다. 이 개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 어제밤에도 우리들이 자고 있는 주변을 어슬렁거렸는데 우리가 먹다남긴 음식 찌꺼기들을 뒤져 먹고 사나?

첫날인 어제와는 달리 오늘은 강행군이다. 어제는 오전에 두시간쯤 낙타를 타다가 오아시스에 세시간남짓 휴식을 취했는데 오늘은 오전에 마을에서 잠시 머문 게 고작, 점심시간이 훨씬 지나 한 시가 넘었는데도 몰이꾼들은 낙타들을 다그치며 계속해서 길을 간다.

사막길도 어제의 평평한 길이 아니다. 언덕도 더 높고 길도 험하다. 낙타들도 배가 고픈지 지나가다 나무가 보이면 기다란 목을 빼고 마른 나무잎들을 훑는다. 말을 처음 타 보았을 때 기억이 난다.

처음 말을 타면, 말은 위에 타고 있는 사람이 자기를 다루는게 서툰 줄 금방 알고는 깔보면서 옆에 서 있는 나무 이파리를 뜯어먹으며 딴청을 곧잘 부린다. 이에 화가 나 발길질을 하면 쓱 한번 고개를 돌려 떫다는 듯이 나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다시 고개를 수그려 하던일을 계속하여 나를 약올린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말 다루는 법을 터득했다.

누가 주인인지 확실히 가르쳐 주는거다. 조심스럽게 사정봐주며 몰다가는 말한테 깔보이기 쉽상이다. 가다가 말이 고개를 숙여 딴청을 하며 먹을것을 찾는 기미가 보일 때는 가차없이 고삐를 험악하게 나꿔채 호령을 하면 말을 순순히 들으며 갈길을 가는데 이번 낙타의 경우는 다르다.

메마른 땅에 말라 비틀어진 나무 이파리를 허기져서 먹는 낙타의 모습에 나는 아무 제제도 가하지 않고 그냥 묵묵히 기다리기만 한다. 녀석의 배가 채워져 스스로 다시 길을 떠날때 까지...체념속의 기다림 이라고나 할까...

그렇게 한참 강행을 하다보니 망망한 모래벌판에 홀로 외로이 서있는 커다란 보리수 나무가 보여 그곳에서 여장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어제와는 달리 물 한방울 없는데 어떻게 이런 거목이 자랄 수 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보리수 그늘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주방장이 점심식사를 하라고 하며 음식들을 내어놓는다. 해다준 음식을 보니 채식주의자들이라 그러한지 고기는 한 점도 없고 짜파티, 카레를 넣은 야채로 만든 쏘스에 푸석푸석 흐트러지는 인디카종의 쌀(소위 말하는 안남미)로 지은 밥뿐이다.

엊저녁 짜파티를 소똥위에다 올려 놓고 굽던 모습과 모래로 그릇을 설거지 하며 더러운 옷으로 쓱~ 그릇에 묻어 있던 모래를 털어 버리던 모습이 상기되어 밥맛을 잃고 오늘 점심도 준비해 온 과일로 배를 채운다.

우리 길잡이는 파인애플까지 어디서 구해와 예쁘게도 썰어서 우리들에게 먹으라고 내어 준다. 길잡이는 사막여행이 초행이 아니라 음식이 이럴 줄 알고 미리 과일들을 충분히 준비해 온 것이다. 때론 이쁜 구석도 있는 밉지만은 않은 젊은 친구다. 뒷머리는 길러 꽁지머리로 묶고 코에는 얌새이 콧수염을 길러 가관이지만 눈빛은 선하고 맑다.

비스켓과 과일로 몇끼를 떼웠더니 고기가 먹고 싶은가 보다. 길잡이는 오늘밤 양 한마리를 사서 잡아먹자고 한다. 주방장에게 우리들이 고기를 먹고싶어 하니 한 마리 사 달라고 부탁을 하는 소리를 들으며 또 길 떠날 채비를 서두르는데 조금 후 양 한마리를 1300루삐(3만원 상당)를 주고 샀다고 하며 데려온다.

메에헴 메에햄~ 하면서 낙타뒤를 졸졸 쫓아오는 비쩍마른 양을 쳐다보며 나도 양띠라 동병상련을 느낀다. 이녀석이 오늘 저녁 우리의 먹거리로 희생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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