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13:47, Hit : 4868, Vote : 1588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8)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8)  
-낙타사파리 둘째날
2000년 11월 22일 (계속)


저 양도 조금 있으면 닥칠 자기의 운명를 알고나 있는 걸까? 양이 쫄레쫄레 따라오며 처량하게 우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아프다. 누군가 저 양의 목을 따고 가죽을 벗기고 뼈와 살을 발라내겠지? 그리고 우리들은 살기 위해 또 그것을 먹어야만 하겠지. 상상을 하다 보니 고기 먹고 싶은 생각이 싸악 달아 난다.

꽤나 긴 여정의 강행군이었다. 양 한마리를 잡아 식사를 하기 시작한 시각은 밤 9시반. 날이 무딘 칼로 양을 잡아 피를 빼고 살과 뼈를 난도질하여 화력도 시원치 않은 소똥말린 연료로 끓여내어 요리를 만드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우리들은 배에서 꼬르락 소리가 들릴 정도로 이제나 저제나하며 빨리 익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식사가 나온것을 보니 국물이 걸쭉한 양 스튜(Lamb Stew)다. 아까 나는 저 불쌍한 양을 어찌 먹을 수 있으리요 했었는데 웬걸, 배가 하도 고프니 일순간 그런 사치스런 생각은 다 달아나 버린다.

빛 좋은 개살구라더니 털만 푸짐한 양이었는지 시커멓게 그을은 냄비에 담겨져 나온 것을 보니 뭉텅이 살코기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앙상한 뼈에 살점만 조금씩 붙어 있다. 처음엔 뼈에 붙은 살점만 발라먹다가 나중엔 아예 뼈째로 쪽쪽 빨아 먹는다.

아마 칼날도 시원찮고 화력도 시원찮아 살만 따로 발라낼 수 없으니 뼈쩨로 토막을 내어 삶은 모양이다. 이젠 손가락이 더럽다고 투정부릴 상황이 아니다. 나는 아귀처럼 달려들어 몇 그릇을 더 얻어 먹은 뒤 그래도 미진해 남아 있는 국물에다가 그 찰기없이 푸석푸석한 안남미밥을 풀어넣어 아예 밥그릇 통채 혀로 핥는다.

아! 얼마만에 맛보는 고기맛인가? 사람은 배가 처절하게 고파봐야만 음식의 고마움을 안다. 혀로 입가에 묻어있는 국물마저 핥으면서 나는 한마디 했다. '에이, 이럴 줄 알았으면 양을 한마리 더 사올 걸. 좀 푸짐하게 먹게...' 일행들이 나를 쳐다보며 하하하! 웃는다. '감기가 다 나아 가나봐요. 식욕이 살아나 맛있게 먹는 걸 보니' 사흘 굶으면 담 안 넘을 이 없다더니....아, 간사한 인간의 마음이여!

식사를 끝내고 끓여준 짜이를 맛있게 마시고 있는데 호텔 주방장이 곁으로 오더니 '지금 한국여자 두명이 낙타 사파리를 왔는데 밤에 잘때 우리 곁에서 잠만 자면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물론! 당장 데리고 오라'고 이른다.

이 이역만리 캄캄한 사막에 저 여자들이 정신이 나갔지 여기가 어디라고 동반하는 남정네도 없이 여자몸으로 달랑 둘이서만 다닌다냐. 그렇지 않아도 강간사고가 많이 나기로 유명한 곳인데 깡다구도 쎄다.

허락이 떨어지자 어둠 저편에서 20대 초반의 한국여인 두명과 그들의 낙타몰이꾼 두명이 조심스럽게 우리가 있는 쪽으로 다가온다. 단둘이서 낙타 사파리를 왔는데 밤에는 위험한 것 같아 길떠나기 전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 가 수소문한 뒤 우리들이 머무는 곳을 찾아온 것이라 한다.

수인사하는 폼이 서글서글하고 무척 활달한 모습이다. 그녀들은 저녁식사는 했다면서도 일행이 가져온 고추장을 보더니만 '와! 이게 얼마만이냐'며 손가락으로 싹싹 고추장통 바닥을 거덜낸다.

한국음식 먹어본 지가 꽤나 오래 되었다 한다. 인도 여행 3개월째인데 다니던 대학교를 휴학하고 배낭여행을 다닌다며 그녀들이 여행한 곳들을 열거해 말해 주는데 그곳에는 캘커타도 끼어 있는 게 아닌가.

캘커타의 Mother Theresa Mission에서 봉사활동을 열흘간 했다는 소리에 귀가 번쩍 뜨인다. 나도 그곳을 방문하고 싶은데... 길잡이 말이 시간이 허락되면 캘커타도 가 볼 수 있노라 하여 은근히 기대는 하고 있는데... 궁금하던 차에 그곳에서의 봉사활동에 대하여 이것저것 물어본다.

일행중에는 나보다 나이가 한살 아래인 K라는 남자분이 있다. 건축업을 하는 이로 사업상 문제가 생겨 인도로 잠시 머리를 식히려 온 사람이라 하는데 자칭 민족주의자다.

그녀들의 봉사활동을 곁에서 듣고 있더니만 '왜? 하필이면 인도까지 와서 봉사활동을 하느냐, 한국에도 도와줄 수 있는 봉사단체가 많지 않느냐' 며 은근히 그녀들을 비꼬며 생트집을 잡는다. 성격이 매우 명랑하며 활달한 키가 큰 여학생이 차분하게 말을 받는다.

"한국에서도 고아원등 봉사활동을 많이 다녔지만 이건 차원이 달라요. 여기 아이들은 가진 것이 정말 아무것도 없어요. 너무나 충격적이라 마음에 받는 느낌이 현저히 달라요" 호소력을 지닌 답변이다.

정말로 불우한 이들을 위해 스스로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진정에서 우러나 Mother Theresa Mission에 가는 이들도 있겠고 어쩌면 단순한 호기심에 그곳에 가서 처절한 삶의 언저리를 헤아려보며 인생의 가치관을 재정립 해보려는 이들도 있겠지...

밤은 깊어만 가는데 일행들은 사막에서의 마지막 밤을 잠으로만 어찌 보낼 수 있으리요 하며 건너편 언덕 넘어로 Camp Fire를 한다고 떠나고 나와 나이어린 희수만이 잠자리에 든다.

아직도 감기기가 떨어지지 않아 콜록이면서 침낭속에 들어가 누워 눈만 빼꼼이 내어 놓고 밤하늘을 쳐다보니 우유빛깔의 은하수가 나를 측은한 듯 바라보며 속삭여준다. 그대여, 그들의 젊음을 부러워 말라. 언젠가는 그들도 늙어가리니... 아스라이 사라져갈 별빛이리니...

영롱하게 반짝이는 별들로 총총히 수놓은 칠흑처럼 어두운 밤하늘 여기저기서 별똥들이 하얀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져 내려온다. 죽어 한 점 별이 되고 그 별 다시 살아 지상으로 내려오나니...아! 가만히 있어도 까닭모를 눈물이 저절로 배어나는 적막한 사막의 아름다운 밤이여! 찬란한 별들의 향연이여! 나는 이번 여행길에 그 얼마나 많은 눈물을 곳곳에 뿌리며 다니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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