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14:29, Hit : 4844, Vote : 1456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9) - 마지막 날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9) - 마지막 날  
자이살메르 낙타사파리 여행 마지막 날
-잊지못할 생일파티
2000년 11월23일


새벽에 동트는 모습을 보려고 눈을 떠보니 입안에서 모래가 지금지금 거린다. 감기때문에 코가 막혀 입을 벌리고 잤나보다. 양치질을 하려고 일어나 앉으니 왕언니가 곁에서 살짝 미소를 지으시며 "그대여, Happy Birthday!" 하신다.

왕언니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일행들한테 "그대, 그대들" 이라고 즐겨 부르시는데 이 "그대여'라는 말이 무척 친밀감을 갖게한다. 며칠전 무심코 흘리는 말로 나의 생일날짜를 말한 적이 있는데 왕언니가 기억을 해두신 모양이다.

내가 어렸을 때 2000년도가 되면 나의 나이가 몇살이나 될까? 손가락으로 세어보며 아득하게만 여겼었는데 벌써 불혹의 나이 40도 훨씬 지나 이제 지천명으로 가는 길목인 45살 이라니...45세...

참,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내가 나이를 벌써 이렇게나 먹었는가? 아직도 마음은 10대 철부지 소녀 같은데... 한편으론 흐르는 세월 그 누구가 막을 수 있으리오 담담하게 받아들이다가 또 한편으론 이렇게 휙휙 지나가는 세월 허전하고 아쉬운 마음도 든다. 어김없이 오늘도 해는 떠오르고 또 지겠지...

나의 이런 마음을 헤아리듯 해는 불그스럼한 둥근 모습을 들어내어 빛으로 화답한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떨어져 해외에서 처음으로 맞는 45세 생일, 그것도 허허벌판 사막 한 가운데 이런 오지에서 생일 아침을 맞다보니 웬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뻥 뚫리며 찬바람이 지나가는 느낌이다.

우리와 함께 어젯밤을 지냈던 두 명의 여대생들은 일어나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함께 잠자리함을 허락해주어 무척 고마웠다고 한다."안녕히 계세요 남은 여행 잘 하시고요" 하직 인사말을 하더니 키가 크고 활달한 여대생이 느닷없이 넙쭉 한국식 큰절을 하는 것이다.

우리들은 입이 딱 벌어져 그녀를 쳐다본다. 갑자기 웬 큰절까지나... 쑥스러워 웃음이 난다, 허물없이 다가와 오래전부터 알고지내던 친구처럼 마음을 툭 털어놓고 이야기 하고 또 때가 되면 툴툴 모든걸 털고 일어나 제갈길을 떠나는 당당하기 그지없는 그녀들에게 우리들도 "조심해서 여행 잘 하라'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짐을 꾸린후 오전중으로 끝날 예정인 낙타사파리여행 마지막길을 나선다.휴우! 이틀동안 황량한 사막, 풀풀한 먼지를 뒤집어써서 내 꼴이 말이 아니다. 얼굴에 햇볕을 차단하느라 Sun Block Lotion을 열심히 바르며 나름대로 간수를 하였건만 이 사막의 살인적인 땡볕이 너가 그래봐야 별수 있냐? 가소롭다는듯이 내 얼굴을 곱게 그냥 내버려두지 않아 얼굴에는 검버섯들이 여기저기 피어나 있다.

모래가 섞여 부시시한 머리카락, 까맣게 탄 손, 땀에 쩔어 쉰내나는 먼지투성이 옷...아, 빨리 끝내고 한시바삐 호텔로 돌아가 깨끗히 씻어내고 싶어라.

오늘아침에는 어제 먹은 양고기로 기운들이 나는지 아니면 벌써 이틀동안의 낙타타기에 익숙해졌는지 제법 폼도 그럴싸하게 속도를 내며 빨리들 달린다. 달리는 낙타에 몸과 마음을 맡겨도 이젠 어색하지가 않다. 달리다 힘들면 천천히 걷고 또 달리고 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했다.

낙타몰이꾼들에게 고맙다고 인사와 사례를 한 뒤 조금 기다리노라니 저편에서 두 대의 지프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우리들을 데리러 달려온다. 아! 드디어 2박3일 낙타사파리 여행을 무사히 끝냈구나.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해 어깨가 으쓱 올라간다.

호텔에 돌아와 옷을 세탁해달라고 맡기고 샤워를 한 다음 점심식사를 하러 자이살메르 시내로 나갔다. 히히! 이번에는 길을 잃어버리는 불상사는 없어야지! 3일전 길을 잃어버려 혼났던 생각을 하며 왕언니와 나는 거리의 풍경에 눈을 익히며 걷다보니 이크! 그만 소똥을 밟고 말았다.

더워서 쌘달을 신었는데 그만 그 쌘달 안으로 까지 소똥이 파고들어온 것이다. 하하하! 이렇게 조금만 방심을 해도 이런 일을 당한다니까! 쌘달을 길가에 막 부비면서 소똥을 털어내느라 부산을 떨다가 그만 시들해진다. 걷다보면 뭐 저절로 떨어져나가겠지....

점심식사로 닭요리(Chicken Tandori)를 시켜 배불리 먹고는 한참을 이런저런 구경을 하다 호텔로 돌아와서는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있는데 길잡이가 방으로 찾아왔다. 일행 전원이 모여 앞으로의 여행계획에 대해 미팅을 갖는다고 오후 5시에 집합하란다.

시간에 맞추어 모임 장소에 갔더니 내일 이곳 자이살메르를 떠나는데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설명을 한 다음 나보고는 좀 나가 있어 달라고 한다.

아마 내가 끼어서는 어색한 묘종의 계획을 짜고 있는 듯한 눈치길래 슬그머니 호텔 옥상에 있는 식당에 올라와 짜이를 시켜 홀짝대며 마주보이는 자이살메르성을 물끄러미 바라보노라니 갑자기 개들의 으르렁! 왕왕! 짖어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린다.

길거리를 내려다보니 여러마리의 개들이 서로 으르렁거리면서 싸우고들 있다. 자세히 지켜보니 저편에 서있던 한마리의 개가 어느 경계선을 넘어서니 이편에 서 있던 개가 마구 으르렁대며 성난 발을 세워 물어 뜯을려고 한다.

아, 개들도 땅싸움을 하는구나. 이곳에 와서보니 주인 없는 개들이 사방으로 널려있다. 식당에 손님이 없어 한가한 주방장에게 "왜 여기는 이렇게 거리에 개가 많은지? 다들 주인들이 있는 개인지?" 물어보니 "주인이 없는 개들"이라 한다.

"이곳은 Animal Control하는 곳이 없냐"고 물으니 "주인없는 개들을 몰아다가 사막 한가운데에다 버리고 오면 어느새 다시 자기가 살던 곳으로 되돌아온다"고 한다. 아하,사막여행때 쓸쓸히 홀로 다니던 개들은 아마도 집을 못 찾아 해매는 개들 인게로구나...

나없는 묘종의 계획짜기를 다 마쳤는지 왕언니가 씨익! 웃으며 옥상으로 올라 오시더니 뜻밖의 소식을 전하신다. 외지에서 맞는 나의 45세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어른들 셋(왕언니, K사장, 치과의사)이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고 길잡이더러 생일파티 장소를 물색해보라 하였더니 Golden Palace라는 최고급호텔로 정했다는 것이다.

내 생일축하도 해줄 겸, 일행들 낙타여행 무사 완주 자축기념도 할 겸, 단합대회도 할 겸 겸사겸사 그리하는 것이니 절대로 부담은 갖지 말라고 하신다. 당연하다는 듯이 고마운 말씀을 하시지만 나도 그냥 얻어만 먹을 수는 없지 이 웬수(?)는 두고두고 다음여행을 하면서 갚을 날이 있겠지... 객지에서 나의 생일을 챙겨주는 일행들의 마음씀이 너무 고마와 눈물이 핑그르르 돈다.

우리들은 파티에 갈 준비를 한다. 인도에 와서 줄곧 싸구려 여인숙만 찾아 다니며 옷도 꾀재재하게만 입고 다니던 우리들. 오늘은 모양을 좀 내 본다.

오랜만에 마스카라도 칠하고 쌕씨하게 립스틱도 짙게 바르고 예쁘게 얼굴화장을 한 다음 준비해온 야들야들한 소매없는 브라운색 계통의 접으면 한주먹에 들어오는 긴 드레스에다 얇은 크림색 파시미나 쇼올을 어깨에 두르고 일행들 있는 곳으로 갔더니 '와! 언니, 너무 이뻐요.'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온다.

하하하!!! 고맙다. 내 생일날 나를 추켜세우느라고 해 주는 소리겠지만 과히 싫지가 않다. 암! 오늘만은 내가 공주다! 여성일행들이 '언니, 잠깐만 기다려요. 우리도 다른 옷으로 갈아 입고 올께요. 그리고 언니, 마스카라 좀 빌려 줄래요?"하며 일행들도 신이 나서 난리다.

호텔에서 내준 지프를 타고 Golden Palace 호텔에 들어서니 와! 이건 삐까뻔쩍 으리으리한 호텔이다. 우리들은 시골서 갓 올라온 촌사람들 처럼 호텔 Lobby를 두리번 두리번 생전 처음 구경하듯 한다.

인도에 와서 하도 싸구려 여인숙에만 있다 보니 일류호텔이 어떻게 생겼는지 까마득하게 잊어 버린 것일까? 아니면 눈높이 수준이 낮아진 것일까? Lobby를 거쳐 고급스런 카펫이 깔린 긴 복도를 지나가는데 유리창 밖의 화려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넓다란 풀장이 가운데 있고 그 앞에 보기에도 깔끔한 식탁보가 덮여있는 테이불들이 놓여 있다. 테이불 앞에는 밝은 조명이 비치는 무대가 있고 무대위에는 화려한 원색 라쟈스탄 특유의 옷을 입은 댄서들이 그들 고유의 춤을 추고 있다.

댄서들의 뒤에는 인도 고유의 악기를 든 악사들이 흥을 돋구고 있고. 우리들은 와! 와! 너무 멋있다!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테이불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니 독일과 프랑스에서 온 나이가 지긋이 드신 분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는 우선 가벼운 음료로 들뜬 마음을 진정시킨 후 댄서들의 춤추는 모습을 눈여겨보면서 부페 테이불로 가서는 음식을 날라다 먹는다. 역시 젊은 친구들이라 먹성들이 좋다. 나의 생일을 이렇게 멋있는 곳에서 함께 즐거워하며 먹는 일행들의 모습에 나는 별로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조금 후에 웨이터가 촛불로 장식한 예쁜 생일 케익을 가지고 나온다. 어쩜! 이런것까지 준비를 했다냐! 후욱! 촛불을 끄자 테이불 위에 머리를 박고 잠이 들었던 희수(이 아이는 밤 9시 종이 땡 치면 어느곳에서나 잠을 자는 아이다)가 눈을 부비면서 나에게 다가오더니 예쁜 종이에 싼 선물을 건넨다.

풀어보니 물통을 어깨에 맬 수 있는 천으로 만든 물통받침이다. 내가 물을 하도 마셔대는 걸 보고 마련한 정성어린 선물이다. 희수의 거금 10루삐와 아빠가 보태준 10루삐를 합해 샀다며 전해주는 희수의 귀여운 손을 꼬옥 잡으며 뺨에다가 뽀뽀를 해주었다. 감동에 겨워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난다.

테이불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데 살랑살랑 시원한 바람이 귓볼을 간지린다. 한잔 술을 곁들이니 마음이 푸근해지며 기분이 너무 좋다. 고개를 들고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본다. 커다란 별 하나가 눈에 닿을듯 나에게로 떨어져 내려온다. 故 김광섭시인의 '저녁에'란 싯구가 아련히 뇌리를 스친다.

저렇게 많은 별들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까닭도 모를 눈물이 주루루룩 흘러 내린다.
아! 아름다운 자이살메르의 밤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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