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17:54, Hit : 4350, Vote : 1461
 인도 여행기 - 아그라 (2)


인도 여행기 - 아그라 (2)  
자이살메르->아그라로 가는길
2000년 11월24일 -계속편


버스는 이와같은 나의 급한 사정을 아랑곳도 않은 채 한참을 더 가더니만 승객들 점심식사를 하라며 어느 한적한 길가에다 세운다. 아까 시장통에 세워줬으면 먹을것도 많고 그럴듯한 화장실도 있음직 하련만 왜 하필 이런데다 내려 준다냐? 어디 사먹을 먹거리도 마땅치 않게 생겼구만은...

나는 우선 급한 김에 두리번거리며 화장실을 먼저 찾는데 버스차장이 저 뒤쪽으로 가보라고 하면서 손짓을 한다. 부리나케 달려가보니 그곳엔 화장실이라곤 눈을 닦고 찾아보아도 흔적도 없는 열린 벌판만 있는 게 아닌가! 나는 버스차장에게로 다시 뛰어가 여기 어디에 화장실이있냐고 항의하듯 되물었더니 퉁명하게 다시 내뱉는 말투로 분명히 저 뒤켠에 있단다.

오줌이 너무 마려워 내가 헛개비를 보았나? 정신을 가다듬고 길뒤로 다시 가보니 지붕은 아예 없고 사방벽도 둘러쳐져 있는 게 아니라 기억자로 생긴 낮으막한 칸막이로만 달랑 가려놓은 화장실(?)이 있긴 있었다. 수세식은 물론 아니고 그렇다고 한국 재래의 시골집 푸세식마냥 구덩이를 깊게 파서 만들어 놓은 것도 아니다. 더 가관인 것은 앉으면 먼저 저질러 놓고간 사람들의 오물들이 엉덩이에 닿을락 말락 하는 정도의 깊이로만 얕게 파서 만들어논 희한한 토일렛(toilet)이다. 옆을 쳐다보니 저켠에서는 남자들이 서서 일들을 보고 있다.

보거나 말거나 아무렴 어때, 급해 죽겠는데. 바지를 내리고 엉거주춤 거북한 자세로 일을 보는데 와우! 이렇게 시원할 수가. 노상방뇨! 나는 이 순간부터 노상방뇨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어두컴컴하고 냄새나는 화장실보다 백주 대낮에 이렇게 뻥 뚫린 공간에서 파란하늘을 바라보며 일을 본다는 것이 거칠 것 없는 자유스러움 그 자체다.

먹은 음식물들의 영양소를 분해하여 나의 몸에 활기를 불어놓고 그 임무를 완수한 찌꺼기 수분을 상수구(?)를 통해 시원스럽게 내보내고 있는데 왕언니와 희수가 씨익 웃으며 내 곁으로 와서 일들을 본다.

희수는 9세의 女兒로 치과의사인 아빠를 따라 학교도 한달 띵겨먹고 인도여행을 왔는데 너무도 기특하다. 주변의 환경이 더러운데도 불평의 말 한마디 없이 지저분하게 널려 있는 오물들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 하얀 엉덩이를 내놓고 예쁘게도 오줌을 눈다.

하하하! 이 대낮의 노상방뇨사건後 인도의 대륙을 가로 질러 가면서 쉬하고 싶으면 아무 거침도 없이 바지를 내리고 엉덩이를 하늘에 내 보이며 나의 분비물들을 곳곳에 신나게 뿌리고 다닌다. 물론 주변에 화장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지만... 아! 이 거칠 것 없는 자유스러움이여! 넣었으니 나와야지. 모든게 자연의 섭리이거늘...

볼일을 보고나니 슬슬 시장기가 돈다. 거리에는 리어카(rear-car)에 귤, 땅콩, 바나나 등 듬뿍 실려 손님들을 기다리고, 짜파티와 뜨거운 짜이를 즉석에서 만들어 파는 간이음식점들도 있다. 우선 따끈한 짜이를 한 잔 사마시고 땅콩,과일들을 사가지고 버스에 다시 오른다. 지루하고도 먼 버스길 가다가 심심하면 땅콩 먹고 배고프고 목마르면 바나나나 귤 먹고. 암튼 열심으로 야금야금 잘도 먹으며 간다.

창가에 앉은 왕언니는 바나나, 귤껍질을 벗겨 창문을 열고는 휙휙 던지면서 가신다. 나는 인도여행을 이제 2주 넘게 하면서도 아직까지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는 행동에 익숙지 않아 어떤 죄의식감을 느끼는데, 역시 득도한 왕언니는 다르시다. 거침없이 휙휙 잘도 버리신다. 아까 잠시 쉴때 바나나껍질을 날름 받아먹던 소들을 보시더니 용기가 나셨나보다. 동물들에게도 먹거리 보시를 하신다나. 히히! 나도 함 해보고 싶다. 먹고남은 바나나껍질을 달리는 창밖으로 휙 던져 보았는데 와! 그때의 그 자유스럽고 통쾌한 기분이란!

미국에는 차타고 가다가 쓰레기를 버리면 벌금이 천불인데 이곳에서는 쓰레기 버린다고 아무도 뭐라고 탓하는 이가 없다. 그러니 길에는 갖가지 쓰레기가 너부러져 있겠지만. 인도는 정말 거리질서와 공중도덕이 없는 나라처럼 보인다. 쓰레기통이라도 곳곳에 놓여있다면 좋으련만은... 하지만 아침이면 전날 버려진 쓰레기들을 치우면서 밥벌어 먹고사는 사람들이 있단다. 쓰레기가 길거리에 없으면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천민계급들. 이들이 있는 한은 길에는 쓰레기들이 버려질 수 밖에 없으리라.

배고프면 이것저것 주점부리 집어 먹고 피곤하면 잠자고 심심하면 재잘대고 그렇게 오다보니 어느새 종착점 '조드뿌르' 버스정류장에 닿았다. 시간을 보니 오후 4시. 자이살메르에서 조드뿌르까지 오는데 소요된시간은 6시간, 비교적 포장이 잘 되어있는 도로인데도 평균시속 50km에도 못 미치는 짧은(?)버스여행이었다. 다음행선지 '자이뿌르'의 기차출발시간은 밤 11시다.

기차를 기다리는 7시간을 이 조드뿌르 市內에서 보내야 하는데 무거운 배낭짐을 가지고는 다닐 수가 없어 버스에서 내려 싸이클릭샤를 잡아타고 2km거리에 있는 조드뿌르 기차역으로 향한다. 기차역내에는 짐 보관소(cloakroom)가 있어 그곳에 배낭을 맡기고 우리일행은 시내구경을 하기로 하였다.

길잡이는 조드뿌르에서 머물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이곳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메헤랑가르 포트(Meherangarh Fort)城으로 가서 그 城과 城뒤로 지는 일몰구경이 볼만하니 그것들을 보고 오라며 권한다. 저녁 8시에 기차역앞 어느 식당에서 만나자고 한 후 일행들은 그룹을 지어 오토릭샤를 잡아타 떠나고 길잡이와 왕언니, 나, 그리고 나보다 한살 年下인 K사장만 남았다.

K사장은 오늘도 컨디션이 영 안 좋은 모습이었다. 엊저녁 나의 생일파티때 '낮에 먹은 음식이 상했는지 속이 체한것 같다'며 한술 뜨느둥 마는둥 파티도중에 먼저 숙소로 가 쉬겠다며 자리를 떴었다. 이곳 조드뿌르로 오는 버스간에서도 계속해서 얼굴색이 창백하고 몸이 몹씨 불편해 하는 모습이라 비상약으로 미국에서 준비해온 배탈날 때 먹는약 '펩토비스모'를 K사장에게 몇알 주었더랬는데 약발이 아직도 받지 않은 모양이다.

메헤랑가르城에 같이 갈 수 있겠냐고 물으니 도저히 자기는 몸이 아파 아무데도 가지 못하겠단다. 어제 무슨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창자가 뒤틀리고 쓰린 걸 보니 아마도 식중독에 걸린 것 같다며 감기에 편도선까지 부어 겨우 꺼져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K사장은 그냥 역앞에 있는 여인숙에서 방을 얻어 하루 몸을 추스린 뒤 내일 우리 일행과 헤어져 고아(Goa:인도의 서남부지역에 위치한 유명한 해양 휴양지)로 떠나고 싶다하여 역앞 여인숙에 방 하나를 얻어준 다음 우선 급한 김에 감기약과 정로환을 물과 함께 먹였다. 길잡이는 K사장이 요청한 고아로 가는 교통편을 별도로 알아본다고 하며 먼저 일어나고 왕언니와 나는 메헤랑가르城 구경은 일단 포기하고 아픈 사람부터 먼저 살리기 위해 약국을 찾아 나섰다.

조드뿌르의 거리는 인도의 어느 도시나 마찬가지로 각종 차량들, 매연과 먼지, 소똥, 그리고 쓰레기들로 오염되어져 있다. 왕언니와 나는 거리의 상점들을 쏘다니며 물어물어 약국을 찾아낸다. 한 두어평이나 될까말까 하는 협소한 약국인데 나는 들어서자마자 Food Poisoning(식중독)에 걸린 친구가 있는데 약좀 지어 달라고 했다.

그런데 이 약사는 영어를 잘 알아 듣지 못하는지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기만 한다. 아, 저이가 영어를 못알아 듣는구나. 할 수 없다, 이럴 땐 인터내셔날 바디랭귀지를 써야지. 나는 급한 마음에 온갖 손짓발짓몸짓 다 하며 설명한다. 우선 손을 배위에 얹어놓고 살살 쓸어내는 시늉을 한 뒤 두손으로 빨래를 짜는식으로 비틀어대며 얼굴을 찡그려댄다.

약사는 오케이! 알았다며 때가 껴서 시꺼먼 유리장을 드르륵 열더니 새까만 손으로 무슨 알약 두알을 꺼내어준다. 무슨 약인지도 모르고 알약 두알만 달랑 받아가기가 미심쩍어 나는 약상자 안에 들어있는 용도설명지를 좀 보여달라고 하여 읽어보니 영어로Food Poisoning이란 단어가 보인다. 두알 가지고 식중독 걸린게 나을까? 힐끔 왕언니를 쳐다보며 물으니 왕언니는 우선 이 약을 먼저 K사장한테 복용시켜본 뒤 효과가 있으면 또 사러오면 될 것 같다며 그냥 두알만 사서 가자신다.

K사장이 머물고 있는 창문도 없는 컴컴한 여인숙 방으로 돌아왔더니 이 양반 그동안 잠이 들었나보다. 부시시한 얼굴로 힘없이 문을 따준다. 약국에서 산 알약과 마실 물을 대령하여 약을 먹이니 마치 어린애 같이 상을 찡그리며 받아먹는다. 다시 침대로 엉금엉금 기어올라가는 그의 모습을 보니 측은한 생각이 든다. 말도 잘 안통하는 이국땅을 여행하면서 몸이 아프면 얼마나 외롭고 서글픈 지는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나도 15년전 유럽여행도중 빠리의 어느 허름하고 컴컴한 호텔에 머물 때에 바로 옆에서 기어다니는 바퀴벌레(cockroach)도 못 쫓아버릴 만큼 감기몸살로 끙끙 앓았던 적이 있다. 그땐 왜 그렇게도 서러웠던지... 누워 안정을 취하고 있는 K사장의 얼굴모습을 보니 화색이 도는것 같아 다소 안심이 되어 잠을 푹 자면서 몸조리를 하고 있으라고 말한 뒤 왕언니와 나는 뒤늦게나마 메헤랑가르城으로 향한다. 하늘을 쳐다보니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많이도 내려가 있다.

왕언니와 나는 오토릭샤를 급히 잡아타고 5km 남짓 거리에 있는 메헤랑가르城으로 올라갔다. 이 城은 시가지로부터 120m 가량 솟아오른 언덕 위에 자리잡고 있다. 언덕을 올라가면서 지저분한 거리와 다닥다닥 달라붙은 집들이 시야를 가려 잘 보이지 않던 城이 어느 순간 갑자기 짜잔! 눈앞에 나타난다. 10km 길이로 돌로 둘러싼 城은 지는해의 노을에 반사되어 붉게 빛나고 있어 나는 그 장대하고 환상적인 아름다운 모습에 그만 넋을 잃고 바라본다.

성문 앞 주차장에 도착하니 우리 일행들이 성 정문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왜 성안에 들어가지 않고 바깥에 있냐고 물으니 자기들은 이곳에 오토릭샤를 3대에 나누어 타고 왔는데 마침 성문을 닫을 시각에 도착하여 먼저온 여자일행 두명만 성 안에 들어가고 남은 일행들은 그만 성문이 닫히는 바람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쩝! 뭐 할 수 없는 노릇이지. 성안에 들어가보지못해 못내 아쉬웠지만 그래도 주변을 둘러보니 일몰의 주위경관이 빼어나게 아름답다.

조드뿌르는 일명 Blue City라고도 한다. 인도의 신분제도 중 제일 높은 계급이라는 브라민(제사관이나 학자)들이 살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시로 파란색 색깔로 집을 칠해 놓았다는 시가지의 집들을 언덕위에서 바라보니 마치 잔잔히 밀려오는 바다의 물결을 보는듯 하다.

지평선 저멀리 공해와 매연으로 얼룩져 싯누렇던 사막의 하늘도 해거름 노을지는 석양빛에 반사되어 진홍,주황, 노랑...의 색깔로 퍼져 오는 것이 마치 한 폭의 화폭 위로 서서이 번져 나가는 무지개빛 색상의 파스텔 물감을 보고있는 듯한 느낌이다.

새벽녘 밝아오는 태양빛은 우리가 태어나 자라 젊음의 희열을 찬미하듯 눈부셔서 아름답지만 노을질녘 태양빛은 사그러들며 늙음의 회한을 한탄하듯 生의 잔영을 남겨 그 또한 아름답다.

밝음에서 어둠으로 소멸해가는 태양!
우리네 인생살이도 이와같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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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드뿌르市에 관한 개략적인 정보>

인구 70만명인 조드뿌르(Jodpur)는 인도 쪽에서 보면, 타르(Thar) 사막이 시작되는 자리에 위치해 있는 교통요지로, 라자스탄州 서부에선 자이뿌르(Jaipur) 다음으로 큰 도시. 조드뿌르 역사는 1459년, 당시 넓은 영토를 확보하여 강대 세력을 형성했던 메와르(Mewar)왕조에서 분파해나온 라오 조다(Rao Jodha)가 마르와르(Marwar)왕조를 세우며 이곳을 도읍지로 정한 것이 그 기원. 이렇게 시작된 조드뿌르는 동서와 남북을 잇는 무역의 관문으로 거듭 발전해나가 한때는 그 위세가 매우 당당하였으나 라오조다의 대를 이은 14명의 아들 중 8명이 비카네르(Bikaner)를 포함한 인근도시들을 개척해 분가해나가면서 부터는 스스히 힘을 잃어 오늘날의 조드뿌르는 자이살메르로 가기 위한 중간 경유지 정도에 불과한 도시로만 인식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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