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20:06, Hit : 4316, Vote : 1439
 인도 여행기 - 아그라 (4)


        
Written by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2001/11/27 16:05]  
인도 여행기 - 아그라 (4)  
아그라에서 보낸 시간들
2000년 11월 26일


우리 일행은 숙소를 타즈마할 남쪽 입구에 있는 타즈 간즈(Taj Ganj)지역의 호텔 라즈(Hotel Raj)로 정했다. 소들과 염소, 돼지들이 으스렁대고 있는 길거리를 지나 좁은 골목에 자리한 4층 짜리 건물이다. 일행들은 전망이 좋은 맨 꼭대기층 방들을 잡아 각자의 여장을 푼다.

방안은 어둡고 풀썩풀썩 먼지가 날 정도로 지저분하고 방안에 딸린 화장실은 아예 청소를 않는지 곳곳에 묵은 때가 덕지덕지 배어있지만 그래도 방문을 나서면 파아란 하늘이 말갛게 보여 그런대로 위안을 삼는다. 왕언니와 내가 쓰는 방 옆에는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과 샤워장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그 위쪽으로는 옥상으로 통하는 계단이 있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상아빛 대리석 타즈마할의 지붕이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이고 있다. 인도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인도의 심볼 타즈마할! 아! 저걸보러 이 먼길을 달려왔구나. 사진이나 영상으로는 많이 보아온 건물인데 뭐가 그리도 대단할꼬? 그래봤자 인간들이 인위적으로 조형한 하나의 무덤에 지나지 않는 것을... 무굴의 황제 샤자한(1592~1666)이 그의 아내 뭄타지 마할(1595~1631)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22년간의 세월을 거쳐 심혈을 다해 지었다는 무덤이다.

한참동안 이런저런 상념에 빠져 타즈마할 지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호텔주변의 건물들을 둘러보니 낡고 오래된 건물들이라 그런지 매우 추한 모습들이다. 옥상 바로 위의 하늘은 이렇게 시리도록 맑고 파란데 저편너머로 낮게 깔려있는 도심 주변의 하늘빛은 공해에 찌들어 누렇게 떠있다. 이곳도 인도 여느 대도시들처럼 늘어만가는 공장들과 차량들로 인한 공해로 오염되어져 가고있는 모습이다.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고 다른 젊은 일행들은 벌써 시내로 구경들을 나갔지만 나는 이곳 아그라로 오는 26시간의 긴 여정에 지쳐서 우선 샤워를 하고 피로를 풀고 싶었다. 화장실에 들어가 샤워기를 트니 크악! 쏴르르르 찬물이 쏟아져 나온다. 날씨가 더운데도 찬물이 몸에 닿으니 몸이 오싹해지며 소름이 쫘악 끼친다. 아직 감기기가 있어 잔기침을 자주 하는데 이러다가 다시 감기가 도지는거 아냐? 에고, 이놈의 감기 언제나 떨어진다냐...

샤워를 끝내고 나서 침대에 누우려니 침대보가 하도 더러워 내 침낭을 그 위에 다시 깔고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데 왕언니도 피곤하신지 내 옆에 나란히 누우신다. 낮잠을 달짝지근하게 잔 후 기지개를 키며 일어나니 배가 고프다. 어제 이른 아침 자이살메르를 떠나 장장 26시간 차편에 시달리며 이곳 아그라까지 오느라 음식다운 음식을 먹어보질 못했다.

왕언니가 '아그라는 큰 도시이니 괜찮은 식당들이 많이 있을꺼야. 그대여, 우리 그곳에 가면 맛있는 음식 사먹자'고 아그라로 오는 도중 누누히 말씀하셨다. 아그라에서의 첫날밤. 그래, 기분이다! 오늘 저녁은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맛있는 음식으로 포식이나 한번 해보자.

자이살메르에서의 마지막날 밤, 내 생일파티를 최고급호텔에서 거금을 내어 축하해준 왕언니, K사장, 희수아빠에게 진 웬수(?)도 이 기회에 갚을 요량으로 그들을 찾으니 시내구경을 하러가서는 아직도 돌아 오지 않았다. 더 기다리려니 왕언니께서 '그 사람들 시내에서 맛있는 것 먹고올지도 모르고 언제 올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기다려? 그대여, 다음 기회도 있으니 그냥 우리끼리 가!'하시며 빨리가자고 재촉하신다.'에이, 한번 한턱 내기도 힘드네...' 할 수 없이 그냥 왕언니만 모시고 호텔문을 나섰다.

골목길을 벗어나니 사거리길이 나오는데 그곳에서 무료하게 손님을 기다리던 싸이클릭샤꾼들이 우리들을 보고는 이게 웬 봉이냐는 듯 우루르 몰려든다. 우리는 그들에게 '이 부근에서 음식을 가장 맛있게 하는 레스토랑을 추천(recommend)해 달라'고 운을 떼니 여기서는 '이 식당이 맛있다' 저기서는 '아냐, 저 식당이 더 맛있어'맞아! 아니야! 제가끔 한마디씩 입에 침을 튀기며 싸움하듯 한다. 그들 중 우리한테 제일 열을 올리며 정성스럽게 말해준 릭샤꾼과 30루삐에 가기로 흥정을 끝낸 뒤 그가 음식을 맛있게 잘 한다는 그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좁은 골목길을 빠져 나와 한 15분쯤 달렸나? 매캐한 매연으로 목이 아프고 눈도 아려온다. 이 릭샤꾼도 기운이 빠졌는지 얕은 경사가 진 길을 올라가는데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는 아예 일어서서 페달을 힘들게 밟고 간다. 보기에도 딱하다.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고 페달을 밟는 직업이라 운동량이 많아 그런지 아니면 제대로 못먹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싸이클릭샤꾼들은 몸이 비쩍 말라있고 엉덩이도 조그맣다.

우리는 릭샤꾼 등에 대고 '읏샤읏샤' 하며 힘을 북돋아주니 신이 나는지 계속해서 페달을 밟으면서도 자주 고개를 뒤로 돌려 씨익 웃는다. 순진하게 웃는 릭샤꾼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Are you happy?' 라고 대꾸해 주니 그는 더욱 신이 나는지 페달을 더 힘차게 밟는다. 그는 차량들이 한적한 거리를 조금 더 달리드니만 어느 넓다란 정원이 있는 레스토랑의 주차장에 우리들을 내려놓는다.

레스토랑 주변은 밖에서는 볼 수 없게 사방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커다란 정원에는 하얀색의 테이불들과 의자들, 새파란 잔디가 깔렸고 산책길 사이사이로 예쁜꽃들이 소담하게 피어있다. 릭샤꾼에게 약속한 30루삐를 지불 하려니까 지금은 돈을 받지 않겠단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우리를 호텔까지 다시 데려다 준다며 나중에 지불하라고 한다.

주차장에는 이미 여러 대의 싸이클릭샤, 오토릭샤들이 태워갈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시내로 돌아갈 때 빈차로 가느니 한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손님을 태워 가는게 수지타산이 맞는지 다들 서성이며 무료한 시간들을 떼우고 있다.

왕언니와 나는 식욕이 좋은 편이다. 여행동무가 이렇게 마음이 잘 맞을 수가 없다. 둘 다 가리는 음식 별로 없이 아무거나 잘 먹어 '언니, 이 요리 참 맛있어요, 이것 한번 들어보세요' 하면 언니는 '그대도, 이것 좀 먹어봐. 맛이 기가 막히다' 하신다. 둘이 짝짝꿍이 잘도 맞는다.

정원을 지나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정장차림의 웨이터 서너명이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나마스테!'인사를 하면서 다가온다. 실내는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고 핑크색 식탁보에 촛불과 꽃화병까지 테이불마다 놓여있는데 분위기를 잡느라 안이 너무 컴컴하여 우중충해 보인다. 왕언니는 '그대여, 우리 여성동무들끼리 어디 무드 잡을 일 있어?' 하시며 아직 바깥은 해가 남아 있으니 정원에서 식사를 하자고 하신다.

정원으로 다시 나와 웨이터의 안내를 받으며 테이불로 다가가 의자에 앉으려니 테이불과 의자가 먼지가 끼어 뽀얗다. 델리의 '파하르간지'지역에서 먼지가 폴폴나는 식탁에서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그곳은 싸구려 식당이라 그러려니 하며 더러워도 별 불평않고 먹었지만 이곳은 보기에도 고급식당인데 가만 있을 수만은 없어 웨이터한테 테이불과 의자를 닦아달라고 요청했다.

웨이터는 상당히 미안해 하면서 행주를 가지고 와 테이불을 훔치는데 그 꼴을 보니 델리와 별 다를 바 없다. 새까만 손, 시꺼먼 행주로 테이불을 쓱싹 대충 훔치는게 고작! 입맛이 팍 떨어진다. 맥주 한병을 시켜 왕언니와 나눠 마시며 더럽다는 생각을 나의 머리에서 씻어 낸 후 우리는 요리를 주문한다.

나는 매콤한 닭요리에 쌀밥을 곁들인 인도식 중국요리를 시키고, 왕언니는 '탈리'라는 정통 인도요리를 시킨다. '인도에 왔으니 정통 인도요리도 먹어 봐야지' 말하시는 언니는 확실히 나보다 인도요리에 적응을 잘하신다. 나는 이제 카레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리는데...

식사가 거진 다 끝나갈 즈음 해는 져서 어둑어둑해지자 모기들이 떼를 지어 나에게 달라붙는다. 고급식당에서 먹는다고 기분을 내느라 내가 배낭에 쑤셔놓고 다녀도 꾸겨지지 않는 유일한 드레스(나의 생일파티때 입었던 접으면 한손에 들어오는 소매없는 긴 드레스)를 입었는데 들어난 나의 가련한(?)팔에 모기란 놈들이 달라붙어 '자네만 포식을 하나? 우리도 포식 좀 하자' 는듯 신나게 쪽쪽 아까운 내 피를 빨고있다.

왕언니도 검정색 짧은 티셔츠를 입어 먹음직한(?)팔뚝을 들어내고 계시건만 왕언니에겐 한 놈도 안 달라붙고 유독 나만 못살게 군다. '흐윽. 언니, 왜 모기가 나한테로만 와요? It's not fair!(공평하지 않아요!)' 내 피가 그리도 단가?

찰싹찰싹 손바닥으로 팔에 달려드는 모기들을 잡으며 식사를 서둘러 끝내고 식대를 지불한 후 기다리고 있는 싸이클릭샤를 타고 호텔로 돌아 오는데 이 릭샤꾼이 "그런데서 식사를 하면 도데체 얼마나 드냐?'고 묻는다. 둘이서 먹는데 미화로 $30불 정도 들었는데 차마 얼마치를 먹었다는 대답이 입밖에 나오지 않는다. 왕복 60루삐($1.30 정도)를 버느라 저녁도 굶고 우리를 기다려준 릭샤꾼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이 들어서다.

호텔에 도착, 차비는 언니가 내시겠다며 지갑을 여니 잔돈이 없어 100루삐를 릭샤꾼에게 주었더니 이 릭샤꾼은 거스름돈 40루삐가 없다고 시침이를 뗀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이런 일을 종종 당하는데 이들은 일단 수중에 돈이 들어오면 밑져봐야 본전이란 식으로 마음이 바뀌는 모양이다. 벌써 여러번 숱하게 당해봤으면서도 왕언니는 모른척 눈감아주며 한마디 하신다 'Are you happy?' 그래, 그돈으로 그대가 행복하다면.. 왕언니와 나는 차후에도 여러번 이 말을 써 먹는다.

만찬 후의 포만감과 우리를 태워준 릭샤꾼을 행복케 해준 행복감에 흐뭇해하며 우리는 숙소로 돌아와 방문에 채워두었던 자물쇠를 땄다. 호텔측에서 제공해주는 허술한 자물쇠가 못 믿어워 외출할 때에는 우리가 지니고 다니는 자물쇠를 종종 쓴다. 어떤 호텔은 아예 방을 잠그는 열쇠고리마저 없어 방 바깥으로 매달려 있는 고리에 우리들의 자물쇠를 채우기도 한다.

노곤하여 잠은 슬슬 오는데 밤하늘이 보고싶어 왕언니한테 옥상에 올라가자고 꼬드겼다. 옥상에 올라가보니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 박혀있고 달님은 부끄러운 듯 다소곳이 예쁘게도 걸려있다. 옆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한쌍의 원숭이들이 왜 우리들의 사랑을 방해하느냐는 듯이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으스름 달빛을 받아 타즈마할 도옴의 지붕도 아스라히 그 빛을 발하고 있다. 내일이면 저곳을 방문하리라. 아! 시공을 초월한 샤자한--뭄타지 마할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이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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