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03:07, Hit : 4644, Vote : 1465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3)


자이살메르(인도 서북부)로 가는 여정
2000년 11월 19일
델리 ->조드뿌르 -> 자이살메르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델리에서 밤 아홉시 출발. 조드뿌르로 향하는 기차는 2등 침대칸이다. 예약을 미리 하지 않고 시간에 몰려 막판에 기차표를 구입했기 때문에 일행 15명은 여기저기 뿔뿔히 흩어졌다.

옆에 일행들이 함께 있으면 서로 얘기도하며 짐도 지켜주어 그나마 마음이 놓일텐데 시커먼 얼굴에 눈만 휑하니 빼꼼한 인도인들 틈에 끼어 밤새도록 갈 생각을 하니 웬지 으시시하다. 더군다나 왕언니와 내가 자리 배정받은 곳은 냄새나는 화장실 바로 옆이다.

기차는 좁은 복도를 사이로 두고 한켠은 3층의 침대가 양쪽으로 서로 마주 보며 6개의 침대가 놓여있고 다른켠은 2층으로 되어있는 구조다. 왕언니는 아래층, 그래도 몸과 나이가 가벼운(?) 나는 이층침대칸에서 지내기로 하고 우선 배낭을 아래층 침대밑에 달려 있는 쇠사슬에 묶어 자물쇠로 채운다.

2층침대칸에 내 침낭을 먼저 깔고서 기어 올라가 얼굴을 Cleansing Cream으로 닦아내고 있는데 맞은편의 인도남정네들이 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하도 계면쩍어 내가 먼저 그들에게 수인사를 건낸다. 먼저 만나서 반갑다는 인사와 내 이름을 말해 주고 당신들의 이름은 무엇이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고...

나이가 지긋하게 드신 60세가량의 남자분은 (이름은 까먹었음) 델리에 있는 아들집을 방문하고 다시 돌아가는 길이라 하고 Umesh라는 이름의 25세 청년은 살기는 델리에 사는데 조드뿌르에 사는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러 간단다.

Umesh는 나를 보고 '인도결혼예식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없다고 하니까 같이 구경을 가자고 한다. 나는 일행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자이살메르로 낙타여행할 일정이 바빠 같이 못가겠다고 하니 무척이나 섭섭해 한다. 섭섭하기는 나도 마찬가지다. 인도인들의 결혼식은 어떻게 하는가 보고 싶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한데...

그들과 한참 재미나게 이야기를 나눈 후 졸음이 와서 잠을 청하려는데 이번에는 화장실 옆의 조그만 공간에서 인도인 너뎃명이 둘러앉아 포커판을 벌리는 모양이다. 신나게 떠들어대며 담배연기를 연신 뿜어댄다. 매캐한 연기에 목이 칼칼해진다. 닫혀 있는 창문 틈새로 찬바람이 솔솔 들어오는데 갑자기 몸이 오싹해지며 오한이 난다. 애고, 이러다 감기까지 걸리는 거 아냐? 객지에서 아프면 안되는데...

옆에서 벌어진 포커판은 꽤나 시끌벅쩍하더니 밤 12시가 지나서야 잠잠해진다. 다들 자기들 침대에 기어들어가 이젠 잠을 자나보다. 으시시 한기를 느끼며 나도 설잠을 자고 있는데 기차표를 확인하러 다니는 철도 직원이 나를 깨웠다.

일행 15명의 기차표를 3장의 기차표로 나누어 한꺼번에 끊었고 그 3장의 기차표에는 각자의 이름, 여권번호, 나이, 좌석번호 등이 기재되어 있는데 내가 기차표를 따로 보관하고 있지 않아 여기 저기 흩어져 잠을 자고 있는 일행들을 깨우면서 누가 기차표를 가지고 있는지 겨우 확인한 다음, 자고 있는 우리 일행들을 일일이 지적해주며 머리수를 세어 철도직원에게 알려줬다.

무임승차하는 사람들이 많아 이런식으로 일일이 단속을 하는 모양이다. 이래저래 잠을 설치다보니 이젠 머리도 지끈대기 시작하며 한기기는 더 심해져온다.

새벽에 오줌이 마려워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일을 보려는데 변기 밑을 바라보니 뻥하니 뚫려있어 달리는 철로길이 바로 보인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기차로 인해 내몸도 같이 흔들거린다. 이리 흔들 저리 흔들하는 몸을 바로잡느라 용을 쓰서 그런지 볼일도 시원하게 제대로 본것 같지가 않다.

볼일을 끝낸 후 그곳을 닦으려 하니 아뿔사, 서둘러 화장실에 오느라 화장지를 그만 가져 오지 않았지 않는가! 할 수없이 변기 옆에 달린 수도꼭지를 털어 물을 받아 대충 마무리한다. 인도는 고급 호텔이나 레스토랑이 아니면 화장실에 화장지가 별도로 비치되어 있지않다. 그러나 아무리 후진 곳이라도 변기 옆에는 수도꼭지가 항상 달려있다.

용변을 본 후에는 물로 닦아 해결하는 것이 인도인의 오래된 풍습이다. 꼭 왼손으로 닦아야 한다나. 악수도 꼭 오른손으로만 해야 하고 식사를 할 때에도 수저 없이 손가락으로 음식을 집어 먹는데 꼭 오른손만을 철저히 사용한다. 인도인들은 이렇게도 위생적(?)이다. 오른손 왼손의 기능을 이렇게 확실히 구분지어 사용하고 있으니...

자리로 다시 돌아와 누워 창밖을 내다보니 사막지대를 지나고 있다. 매마른 풀들과 목이 타서 그런 듯 앙상한 작은 나무들이 흩날리는 새벽 모래바람을 타고 시야로 들어온다. 집들도 간혹 보이는데 어느 순간 한 남정네의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바지를 밑으로 내리고 엉덩이를 들어내어 쪼그리고 앉아 깊은 명상(?)에 잠겨 자못 진지하게 똥을 누고 있는 모습이다. 이런 창밖의 희한한 풍경은 기차여행을 하면서 아침이면 흔히 보아온 풍경이라 이젠 별 감흥도 일지 않는다. 여자들은 해가 뜨기 전 새벽녘에 밖에 나와 일을 본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자기 집 놔 두고 기차길 옆에서 그일을 보는 걸까? 아니 그건 그렇다치고 기차길 옆은 수도꼭지도 없잖아? 뒷물은 어떻게 한다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나도 모르게 다시 깜박 잠이 들었나보다. 일행들의 술렁이는 소리에 일어나보니 아침 8시, 마침내 조드뿌르에 도착했다. 델리에서 조드뿌르까지 걸린 시간은 총 11시간. 어제 기차를 놓쳐 하루를 손해 보았기 때문에 곧장 자이살메르로 가는 기차로 다시 갈아타야 한다.

8시 30분에 자이살메르로 향하는 기차에 다시 오른다. 자이살메르로 가는 기차표는 별도로 좌석이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무데나 앉아도 된다고 하여 우리 일행들은 기차 맨 뒷칸에 올라탔다.

타고보니 의자에 쿠션이 하나도 없는 딱딱한 나무의자로 나열되어져 있는 3등열차칸이다. 그것도 완행열차. 와! 이걸 타고 어떻게 8시간이나 앉아 간다냐? 색이 바랜 파란색 나무의자는 사막의 먼지로 희뿌옇기가 더하기만 하다. 깔끔을 떠는 나의 결벽증은 또다시 도지기 시작한다. 우선 물휴지로 의자를 싹싹 닦아낸 다음 조심스레 앉는다.

우리칸에 들어오는 인도여인들의 옷차림을 보니 델리와는 사뭇 다르다. 파랑, 초록, 빨강 등 원색의 옷을 주로 입고있는데 코에는 코걸이, 손목엔 팔찌를 주렁주렁, 발목에는 발찌가 또 주렁주렁. 뭐든지 달 수 있는 덴 죄다 주렁주렁이다.

느릿느릿 기어가는 굼뱅이 완행열차는 지나가는 역마다 멈추어 승객을 태우는데 어느 역이고 간에 먹을 것을 파는 데가 없다. 조드뿌르 기차역에 도착하자마자 자이살메르로 향하는 기차를 바로 갈아 타느라 시간이 없어 먹을 것을 사지 못 했는데 이건 아무리 가고 또 가도 먹을 것을 파는 정거장이 없으니 일행들은 주린 배를 끌어안고 허기에 지쳐 있다.

다행히 나는 마시는 물을 항상 지니고 다니기 때문에 물배를 채우다 언뜻 배낭에 비상식량으로 간직한 파워 바(Power Bar)가 생각나 그것을 꺼내어 일행들과 사이좋게 골고루 나누어 먹으니 그나마 파워가 다시 생겨난다. 보통때는 잘 쳐다보지도 않는 먹거리가 이렇게도 요긴하게 우리들의 입을 즐겁게 해 주는구나. 고마와라...

인도로 길떠나기 전, 웬만한 채비는 다 갖춘지라 일행중 나의 배낭무게가 제일 무거웠었지만 이렇게 여행길따라 하나씩 둘씩 풀어 짐의 무게를 줄여나가니 나의 마음 또한 점점 가벼워져가는 기분이다.

길잡이가 배낭여행을 떠나기 일주일前 일행이 모인 준비모임때 한말이 생각이 난다. 인도여행시 지고가는 각자의 배낭무게는 자기가 지어온 업장의 무게만큼 무거우니 제발 짐을 가볍게 최소한으로 줄이라고....그래도 미심쩍어 이것저것 챙겨온 나의 무거운 배낭의 무게. 내가 쌓아온 업장이 일행중 제일 무겁단 말인가? 흐흐흐... 좌우단간 나쁜 업장이여 소멸하라!소멸하라!!

하도 오랫동안 딱딱한 나무의자에만 앉아 있으려니 엉덩이에 못이 베긴다. 침낭을 꺼내 쿠션으로 깔고 간디 뮤지움에서 20루삐(약 500원 상당)에 구입한 간디 자서전을 읽다가 잠이 든 모양이다. 옆좌석의 인도 청년이 자는 나를 깨우며 다음역에서 자기는 내리는데 그 기차역에는 먹을 것을 판다고 일러준다. 아!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엊저녁 5시에 이른 디너를 먹고난 후론 지금까지 배를 쫄쫄 골았으니 이 어찌 아니 반가우리오!

우리 일행들은 기차가 잠깐 머무는 틈을 타 부리나케 뛰어가 따끈한 짜이를 사서 마시고 비스켓, 귤, 바나나를 사가지고 기차간으로 돌아온다. 뭐든지 부족한 것 없이 풍성한 나라에서 살다가 이렇게 가난하게 여행하며 배도 고파보니 모든 게 부족하고 가난한 나라, 굶주리는 자들의 설움을 이해할 것도 같다.

창문으로 날아 들어오는 사막의 모래섞인 뽀얀 먼지에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어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썬글래스를 낀다. 가도가도 끝없는 사막의 단조로운 풍경을 상념에 젖어 창밖을 통해 하염없이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오후 4시반. 드디어 자이살메르 기차역에 도착했다.

델리에서 이곳 자이살메르까지 오는 데 걸린 소요시간은 장장 19시간. 우와, 참으로 멀기도 멀구나...굳어진 몸을 가볍게 풀며 조금 기다리니 우리가 머무를 Ratan Palace라는 호텔에서 내준 지프가 우리들에게로 달려왔다.

호텔에 첵크인을 하고 방을 둘러보니 시골이라 그런지 방값도 저렴하고 방도 넓직넓직 무엇보다도 깨끗해서 오랫만에 마음이 푸근해 진다. 아, 빨리 뜨거운 샤워부터 먼저하고 싶어라. 사막바람과 먼지에 시달린 나의 몸을 깨끗이 닦아내며 코를 팽하고 푸니 으악! 코딱지가 숯처럼 쌔까맣다.

확실히 감기기운이 돈다. 머리는 지끈지끈 더 아파오고 목젖이 찢어지듯 따갑다. 이젠 기침마저 콜록콜록 심하게 나오고. 까닭없이 서러운 생각이 든다. 흑흑흑... 왜 몸이 아프면 이리 마음도 덩달아 약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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