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04:59, Hit : 4438, Vote : 1370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4)


-낙타 사파리 여행떠나기 전날 자이살메르 시내에서 하루를 보내며
2000년 11월 20일


새벽녘 커다랗게 울려나오는 확성기 소리에 잠을 깼다. 무슨 경을 읊는 소리인지 주문을 외우는 소리인지 느릿느릿한 노래가락처럼 웅얼대는 소리다. 참 미치고 환장하겠다. 가뜩이나 몸도 아프고 잦은 이동으로 마음도 피곤한데 매일 새벽잠을 이렇게 설쳐대서야...

이 인도라는 나라는, 적어도 내가 여행을 다녀 본 도시들은 이렇게 날이면 날마다 새벽에는 확성기를 크게 틀어놓고 종교의식을 행한다.

어제밤 건너편 호텔 발코니 식당에서 모처럼 저녁식사다운 식사를 하며 바라보았던 자이살메르城 안에서 울려나오던 그소리와 비슷한 것 같다. 성안에 자이나교 사원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 꼭두새벽에 숙면을 취해야 할 여행자에겐 소음공해가 아닐런지...

자이살메르城은 사막 한가운데 신기루처럼 우뚝 솟아있는 언덕 위에 지어진 꽤나 오래된 성이다. 밤에는 성벽 밑에서 성을 향해 비춰대는 야릇한 조명들이 아련하게 불빛 수를 놓아 성을 둘러싼 그 주변 모습들이 참으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게 한다.

천근처럼 무거운 몸을 일으키니 목 전체가 불붙는 듯 활활거려 호텔주인장한테 소금을 얻어 더운 물에 타서 괄괄 양치질을 하고 나니 아쉬운대로 견딜만은 하다. 내가 어릴 적에 목이 아프다고 하면 엄마는 항상 이 방법을 쓰라고 누누히 말씀하셨었다.

하지만 고개를 젖혀 소금물로 양치질을 하다 보면 헛구역질이 자꾸 나서 꾀를 부리며 말을 듣지 않았는데, 밤새 기침으로 콜록콜록 고생을 하다보니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이 치료법을 써보았으나 이 정도로 녹녹하게 물러설 감기가 아닌 것 같다. 고단한 여행길 뒤엔 늘상 감기를 달고 다니는 나이기에 사전에 준비해온 마이신과 아스피린을 꺼내 별 수없이 입에 털어넣었다.

일행이 여장을 풀고 있는 호텔 Ratan Palace는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자이살메르城 외곽에 위치한 한적한 골목에 있다. 호텔앞 길거리는 델리와 같이 쓰레기로 덮혀있지 않고 비교적 깨끗하다. 건너 맞은편 호텔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하려고 문밖을 나서니 소들이 평화롭게 둘러앉아 아침식사를 느긋하게 즐기고 있다.

아! 그런데 얘네들은 풀을 먹고 있네. 소똥을 살펴 보았다. 역시! 소똥에는 풀이 섞여 있는 제대로 된 소똥이다. 털을 보니 반지르르 윤기마저 돈다. 이 소들은 주인이 보살펴주고 있는 복받은 소들 인가 보다.

자꾸만 델리 파하르간즈의 더러운 길목에서 보살펴주는 이 없이 고달픈 생활을 하고 있던 병든 소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이곳도 소똥이야 여기저기 널려 있지만 델리에서 거리를 걸을 때처럼 묽디묽은 소똥을 밟을까바 땅만을 쳐다보고 다녔던 번거러움에서 이제는 벗어나 이것 저것 볼거리도 구경, 사람들도 구경을 하며 여유를 부려도 본다. 어느새 나도 점점 인도의 똥으로 뒤덮힌 거리에 익숙해져 가나보다.

뜨거운 짜이와 조죽(조와 쌀을 섞어 만든 죽) 그리고 랏씨로 아침요기를 하니 몸이 한결 개운하다. 왕언니와 나는 자이살메르城 구경을 나섰다.

걸어서 15분인 거리를 왕언니는 날씨가 덥다며 오토릭샤를 타고 가자고 한다. 좁은 골목을 조금 걸어 나오니 큰길이 나와 왼쪽편에 서 있던 오토릭샤를 타고 자이살메르성의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주변이 시장통이다. 각종의 야채상, 장신구, 옷가게, 강하고 밝은 원색의 면담요 등등.....즐비하게 널려 있는 모습이 옛날 우리나라 남대문 재래시장 모습이다.

성 안에는 각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우리는 영국인 관광객들 틈에 끼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따라 다녔다. 자이살메르의 역사, 그들의 삶, 자인교 사원, 그들이 사는 주거환경들을 보고 들으며 성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니 자이살메르 도시의 외곽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확 트여진 끝없이 막막한 사막에 점점이 수놓여진 이색경관들이 시원하게 눈길을 끈다.

성을 내려 오다가 한가로이 길가에 서있는 노새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는 라쟈스탄지역 특유의 의상을 입은 두명의 여인들을 만났다. 같이 사진을 찍고 싶어 왕언니와 나는 서로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고나니 돈을 달라고 한다. 10루삐를 주었더니 더 달라고 다시 손을 내민다. 사진촬영을 하였으니 당연히 그 댓가를 치루어야 되는거 아니냐는 당당한 눈초리다. 우리들은 호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 동전을 꺼내어 그 여인들에게 줬다.

인도에는 "박시시(한푼줍쇼? 자비를?)" 하면서 당당하게 손을 내미는 거지들이 많다. 인도에 도착한 첫날 오토릭샤를 타고 델리의 찬드리촉이라는 시장에 구경갔다 돌아오는 길에 어느 신호등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 눈망울이 커다랗고 선한 예닐곱살로 보이는 예쁜 소년이 갑자기 다가와 구걸을 했다.

당장에 꺼내줄 잔돈이 없어 호주머니에 있던 껌을 꺼내주었는데 꼬재재한 작은 손으로 그 껌을 받아들자마자 또 다른 오토릭샤에게로 뛰어가 구걸을 하던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아려와 눈시울이 시큰해졌었다. 인도에 와서 처음으로 접한 나이 어린 거지 소년. 그 소년을 만난 후로는 항상 잔돈을 호주머니에 넉넉하게 준비하고 다녔다. 덕분에 여행을 끝낼 무렵에는 찰랑거리는 무거운 동전의 무게로 바지 호주머니가 빵구가 나 버렸지만...

그 후에도 수많은 거지들을 만났지만 아직도 그 더러운 델리의 혼잡한 거리에서 처음으로 만났던 그 새까만 슬픈 눈망울의 어린 소년의 모습이 좀체로 잊혀지지 않는다.

성 밖으로 나온 왕언니와 나는 숙소로 돌아갈 때에는 오토릭샤를 타지 않고 슬슬 걸어서 시장 구경을 하면서 내려 왔다. 이가게 저가게 들려서 인도인들이 즐겨입는 사리를 걸쳐 입어보다 기념으로 하나 사갈까 생각하다가 배낭짐 늘리는 것이 싫어 아무것도 사지 않고 터덜터덜 내려오다 보니 거진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

이 왕언니라는 분은 식사를 엄청 잘 하시는데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고 잘 드시며 때가 되면 꼭 식사를 하셔야만 된다. 때가 되었으니 이근처에서 마음 점을 찍고 가자고 하여 눈에 띄는 Royal Hotel 옥상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점심시간인데도 식당에는 한두명의 배낭여행객들만 보일 뿐 한가하기만 하다. 식사를 주문한 뒤 마주 바라보이는 자이살메르 성을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그곳의 매니저라는 인도 청년이 우리에게 다가와 "You from?" "Your name?" 물어 온다.

이곳에 와서 인도인들을 만날때 마다 자기 소개는 하지 않고 대뜸 상대방더러 어디서 왔냐? 이름은 무어냐? 이런 질문을 하도 많이 받아 대꾸도 하기 싫었는데 나는 점심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따분하던 차에 이 인도 매니저에게 심통을 부리며 딴죽을 건다.

"너희들은 참 무례하다. 자기 소개를 먼저 한 다음 상대방에게 어디서 왔냐, 이름이 무어냐고 묻는게 예의가 아니냐? 너 먼저 소개를 하라. 그러면 나도 알려 주겠다"고 욱박질렀더니 매니저는 새까만 얼굴에 누런 이빨을 드러내웃으며 미안해 한다. 자기의 이름은 Sunny라고 하며 이제부터는 손님들에게 자기소개부터 먼저 하겠다며 싹싹하게 군다.

어느 호텔에서 묵느냐 물으며 이 호텔로 옮기라며 자기 명함을 내민다. 제법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친구다. 갑자기 우리일행들이 머물고 있는 호텔이름이 생각이 안 나 나도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이 친구한테 낙타 사파리여행에 대한 궁금증을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식사가 나와 대화를 중단하고 먹기 시작했다.

하여튼 왕언니의 식성은 아무도 따라가지 못한다. 나는 감기기운으로 입안이 까끌거려 음식을 입안에 넣어도 모래 씹는 맛인데 왕언니는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뭐든지 후루룩 꿀꺽이다. 억지로 식사를 마치고 Sunny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호텔문을 나섰다.

점심식사를 해서 그런지 아니면 감기약빨이 이제야 도는지 졸음이 슬슬 온다. 며칠동안 설친 잠보시나 실컷 하고싶어 왕언니한테 그만 숙소로 돌아가자고 하니 그러자며 앞장을 서신다. 작열하는 사막의 뙤약볕을 받으며 언니 뒤를 몽롱히 잠에 취해 쫄래쫄래 뒤쫓아가고 있는데 어라? 우리가 머물고 있는 호텔의 좁은 골목길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도 자신있게 어디로 가야하는지 알고 앞장을 서시는것 같아 따라만 갔더니 그만 길을 잃어 버리신게다. '이상하다? 이골목 같은데, 아니 저 골목인지도 몰라' 하시며 여기저기 기웃 거리신다. 하하하!!! 우리는 이 작은 자이살메르 市內에서 그만 미아가 되버린 것이다.

오전에 자이살메르성으로 갈때 걸어 갔으면 거리를 천천히 익히면서 길을 잃어 버리지 않았을 텐데 그놈의 오토릭샤를 타고 가는 바람에 어디가 어디인지 구분이 안되는 것이다. 다시 오토릭샤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찾아 가서 그 근처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될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 보아도 그 골목이 나오지 않는 것이다.

한참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나는 왕언니한테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Royal Hotel로 돌아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을 찾아 달라고 부탁해보자"며 다시 그 호텔로 간다. Sunny를 불러내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우리 호텔로 데려다 달라고 부탁을 하니 호텔이름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더운 뙤약볕 아래를 걸어서 그런지 아니면 이제 왕언니나 나나 새대가리가 되어버렸는지 아까부터 우리 호텔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그렇지 않아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참, 쪽팔려서...

우리가 묵고있는 호텔 주변의 모습을 설명해주며 그 호텔주인이 돈을 많이 벌어 별관으로 새로 지은지 2년 된 호텔이라는 등등. 내가 알고 있던 이 호텔에 대한 모든 정보를 설명해주니 어딘지 알것도 같다며 찾아 주겠다고 우리와 함께 나선다.

이곳 저곳 몇 호텔을 거쳐 드디어 찾아 내준다. 아! 조그만 골목으로 들어서니 눈에 익은 거리가 보인다. 얼마나 반가운지. 마치 어릴 때 집을 잃어 버려 눈물콧물 뒤범벅이 되어 울먹이다가 겨우 집을 찾아 폴짝폴짝 뛰며 기뻐하던 옛기억을 되살리니 쓴웃음이 난다.

Sunny한테 고맙다고 사례를 하고는 호텔문을 들어서니 일행들이 궁금해하며 물어 본다. '구경 잘 하셨냐'고... 왕언니와 나는 길을 잃어 버린 것이 하도 창피하여 그냥 '응, 구경은 잘 했어' 조그마한 소리로 멋적게 대꾸하면서 호텔이름을 머리속에 새겨 두었다가 수첩에 적는다. 휴! 다음부터는 여행지에 도착하자마자 호텔이름부터 먼저 적어놓아야지....

*자이살메르(Jaisalmer)에 대한 개략적인 정보

1156년에 라지푸트(Rajput) 라왈 자이살(Rawal Jaisal)이 로드루바(Lodhruva)로 부터 이곳 자이살메르(Jaisalmer)로 도읍지를 옮기며 개발되기 시작한 이곳은 향료, 비단, 아편 등의 무역통로로서 그 전성기를 이뤘다. 그러나 18세기경에 봄베이(Bombay)를 축으로 하는 항로가 활발해지며 이곳이 지녔던 무역통로로서의 역할이 줄어지게 되자, 자이살메르는 열사의 땡볕 아래 그 빛을 바래가며 잊혀져가는 폐허의 도시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이살메르가 다시 중요성을 지니고 부각된 것은 1965년과 1971년 두차례에 걸쳐 벌어졌던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종교전쟁이었는데 두나라 사이에 위치해 있는 바로 이곳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오늘날의 자이살메르市에는 총인구 4만여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그중 1/4이 城안에서 살고 있다.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성으로서의 독특한 맛과 인근 사막지대로의 낙타여행을 위한 전진기지로 개발되어 관광시즌 중에는 엄청난 수의 여행객들이 몰리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 되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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