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07:27, Hit : 4481, Vote : 1358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5)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5)  
-자이살메르 사막에서의 낙타 사파리여행 첫날
2000년 11월 21일


오늘부터 2박3일로 예정된 사막에서의 낙타 사파리여행을 위해 지난밤 우리들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목이 아파 저녁식사를 하는둥 마는둥 대충 떼운 후 마이신과 아스피린을 입에 털어넣고는 침낭 속으로 엉금엉금 기어들어가 잠을 청했다.

새벽녘 예의 확성기소리에 눈을 뜨니 삭신은 더 쑤셔만오고 이젠 기침까지 나온다. 다음 여행을 위해 나홀로 그냥 호텔에서 몸이나 추스리며 일행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나 있을까? 허나,그럴 수는 없지 갖은 고생을 마다않고 머나먼 이곳까지 왔는데 여기서 이따위 감기 때문에 물러설 수야 없지! 암! 절대로 포기하면 않돼...

찌뿌등한 몸을 오기로 일으켜 세워 낙타 사파리여행 이틀동안에 필요한 최소한의 짐들만 작은 배낭에 챙겨넣고서 일행들과 합세해 간단한 조찬을 들며 새로이 각오를 다진다.

아침 8시,호텔에서 주선한 두 대의 지프에 나눠 일행 15명은 자이살메르 시내를 벗어나 사막길로 접어들었다. 거칠고 메마른 사막에는 말라 비틀어진 나무들만 드문드문 눈에 띄일 뿐 황량하기 그지없다.

그렇게 한참을 모래를 뒤집어쓰며 달리다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하니 10여명의 낙타 몰이꾼들과 20여마리의 눈썹이 기다랗고 예쁜눈을 가진 낙타들이 일렬로 나란히 앉아 얌전히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와! 탄성을 지르며 일행들은 흥분하기 시작한다. 지프는 이틀동안 필요한 양식과 식수를 떨궈놓고는 왔던 길로 되돌아 가버린다.

낙타들의 고고한 표정에 반해 몸 아픈 것도 잊은 채 카메라의 샤터를 연신 눌러대며 나는 낙타의 안장을 먼저 살핀다. 다행히 가죽으로 만든 안장이 아니라 솜으로 만든 두꺼운 침구로 앉혀진 안장이다. 말을 몇번 타 보았는데 언젠가 한번 딱딱한 가죽 말안장과 엉덩이의 반복되는 마찰에 엉덩이가 까져 며칠간 고생을했던 경험이 있기때문이다.

몰이꾼은 얼핏 나를 쳐다 보더니 일행중 내가 나이가 들어 보이는지 늙고 힘없는 낙타를 나에게 골라준다. 처음에는 이 낙타가 늙었는지 젊었는지 분간도 할 수 없었지만 나중에는 결국 알아내고야 만다.

생전 처음으로 타보는 낙타. 낙타등에 올라타려니 앉아있지만 낙타의 키가 너무 높아 내 혼자 힘으론 도저히 못 오르겠다. 가랭이를 한껏 벌려 몇번을 시도해도 실패만 거듭,할 수 없이 몰이꾼한테 도움을 청했다.

양손으로 받쳐주는 몰이꾼의 손바닥을 미안하지만 왼발로 디디며 가까스로 낙타등에 올라 몸의 균형을 잡아본다. 와! 이건 가죽말안장하곤 사뭇 다른 느낌이다. 두꺼운 침구로 넓직하니 안장을 앉혀놓은 낙타등이라 다리를 쫙 벌려 앉으니 양쪽 허벅지에 갑자기 쥐가 난다. 하이고! 어떻게 이틀동안이나 이런 포지션으로 낙타를 탄다냐. 쥐가 나는 허벅지를 빡빡 주물러 옹친 근육을 급히 푼다.

몰이꾼들은 일행들이 낙타등에 오르자 서서히 낙타를 일으켜 세운다. 낙타는 굽은 다리를 서서히 펼치면서 일어서는데 아니! 왜 이렇게 높아! 공중에 붕 뜬 기분이다. 여기저기서 '엄마야! 나 무서워!' 하는 소리들이 터져나온다. 사실은 나도 조금은 무서웠지만 체면(?)을 차리느라 입을 꼭 다물었다.

말을 타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른쪽 왼쪽 낙타끈을 잡아댕기며 방향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는 않고 낙타도 내가 가자는 대로 순하게 잘 따라주어 별 어려움 없이 타고는 갈만 하다. 땡볕이 내리쬐는 망망한 사막길을 한없이 가야하니 다들 머리에는 모자를, 눈에는 썬글래스, 얼굴은 먼지를 막느라 손수건으로 가렸다. 일행의 모습들이 칼만 허리에 차면 황야의 도적떼들 같다.

두어시간쯤 그렇게 쉬지 않고 터걱터걱 낙타 발자욱 소리를 들으며 가다 보니 저 멀리서 커다른 나무가 보인다. 아! 오아시스인가? 가까히 가 보니 정말 물이 고여 있는 작은 호수가 우리들을 반긴다.

낙타에서 내려 우리들은 물가의 커다란 보리수나무 그늘아래 앉아 쉬고 있는데 몰이꾼들이 낙타등에 안장으로 쓰였던 침구들을 가져와 깔아주며 '한낮에는 볕이 뜨거워 낙타들도 쉬어야 한다'며 낮잠이나 한숨자라 한다. 우리들은 처음으로 타본 낙타에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뻣뻣해진 허벅지의 근육를 주물러 풀어준 뒤 잠을 청한다.

깜빡 단잠을 잤나 보다. 호텔에서부터 함께 따라온 주방장이 점심요리를 끝내고선 '식사를 하라'고 외치는 소리에 깨어나 오아시스를 바라보니 낙타들이 물을 마시고 있다. 예네들도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묵묵히 이 황량한 사막길을 걸으며 인간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느라 혹사 당하는 저들이 안스럽다.

점심식사라고 가져 온 것을 보니 짜파티(밀가루를 반죽해서 넓게 구은 빵)와 카레로 만든 야채소스, 그리고 국물없는 인도식 라면이다. 수저도 없이 그냥 손으로 먹으란다. 짜파티를 조금씩 뜯어 야채소스에 찍어 먹다가 감질이 난다. 에라이, 모르겠다. 그냥 손가락으로 퉁퉁 불은 라면을 집어 먹는다.

여자 일행들은 피곤한 지 아니면 밥맛이 없는지 준비해 온 과일만 먹고 음식엔 손도 대지 않는다. 나는 그저께 자이살메르로 오는 기차간에서 배가 고팠던 기억을 떠올리며 지금 먹어 두지 않으면 후회할 것만 같아 꾸역꾸역 손가락도 빨아가며 씩씩하게 나에게 주어진 음식들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우리들에게 먼저 식사를 제공한 후 주방장과 몰이꾼들은 그들의 입맛에 맛는 별도의 요리를 만들어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그들의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일행들은 피곤한지 또 다시 낮잠들을 잔다.

나는 호숫가 주변의 평화스러운 분위기에 매료되어 무심하게 바라보고 있는데 저 멀리서 한 무리의 먼지가 일더니 노란 수건으로 머리를 칭칭 둘러싸맨 목동이 양떼들을 거느리며 나타난다. 양떼들이 물가로 가서 목을 축이고 있는 동안 나는 그 목동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러한 양치는 목동과 양떼들의 모습은 아마 몇백년 동안 아니 어쩌면 몇천년 동안 바로 이곳에 이와 똑같은 장면으로 존재하고 있었겠지...현대문명의 이기이라고는 하나도 필요가 없는 이곳의 한가로운 풍경이 나를 몇백년전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랜 몇천년전 과거의 세계로 데려가 부질없는 상념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내가 이제껏 살아온 것 하고는 전혀 다른 환경속에서 새로운 인연들과의 또다른 만남, 새로운 것을 맛보며 생소한 경험을 하고있다는 기쁨에 가슴이 뿌듯해져온다. 감기때문에 몸은 좀 불편 하지만 여기까지 함께 오기를 잘했다 싶다. 아! 나는 너무 행복하다. 지금의 이 순간들이...

식후의 포만감에 나만의 나른한 휴식을 즐기노라니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하나보다. 몰이꾼들은 우리들이 깔고 낮잠을 즐기던 침구의 먼지를 툭툭 털어 낙타 등에다 얹어 놓는다. 낙타들이 앉아 쉬고 있는 호숫가로 가보니 근처의 모래땅 위에는 낙타똥과 오줌으로 뒤범벅이 되어 있다.

조심스레 오물들을 요리저리 피해 낙타등에 다시 오른다. 풀어져 있던 허벅지의 근육이 다시 긴장 되어진다. 이젠 허리마저 뻐근해져 오는 것을 느끼며 하늘을 쳐다보니 작열하는 태양이 이글거리며 사정없이 우리들을 내리쪼고 있다. 빨리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며 우리들은 다시 낙타를 몰기 시작한다. 캄캄해지면 낙타를 더 이상 타지 않아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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