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6:53:56, Hit : 5320, Vote : 1564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1)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1)
2000년 11월 17일
<뉴델리-->자이뿌르-->자이살메르>


'뉴델리'발 '자이뿌르'행 기차 출발시각은 오후 9시. 저녁 7시에 일행 모두가 모여서 배낭을 꾸린 후 8시에 뉴델리 기차역으로 출발을 한다고 한다. 나는 '파하르간즈'에 있는 인터넷 접속이 엄청 느려터진 어느 인터넷 카페에서 나의 근황에 대해 궁금해할 여러분들께 인도에 무사히 도착, 여행을 잘 하고 있다는 안부을 전하자마자 부랴부랴 시간에 밎추어 집합장소인 숙소로 갔다.

뉴델리 기차역은 숙소인 '나부렝'호텔에서 도보로 15분 거리, 기차표는 길잡이가 미리 구입하겠다는 말을 들었기에 우리들은 시간이 충분 할 것이라고 믿었다. 8시에 일행 전원은 각자의 배낭들을 둘러매고 호텔문을 나섰다.

뉴델리 기차역으로 걸어 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 길잡이는 택시를 타자고하며 급히 서둔다. 우리들은 영문을 모르고 왜 그러냐고 길잡이 한테 물어보니 뉴(New)델리 기차역이 아니고 올드(Old)델리 기차역이란다. 기가 막혀서. 일행 14명을 인솔하고 다니는 인도 배낭여행 경험이 풍부한 길잡이가 이렇게 엉성하게 일을 처리 한다냐. 미리미리 이야기 해주었어야지...

자이뿌르로 가는 기차 출발시간이 저녁 아홉시면 적어도 한시간 전에는 기차역에 도착하여 대기를 하고 있어야 될텐데...시간에 맞추어 나가려면 적어도 일곱시에는 호텔에서 출발해야 되는거 아닌가? 좌우단간, 올드델리 기차역이 얼마나 먼지는 모르지만 서두르면 되겠지...

택시를 타러 가는데 걸린 시간이 10분. 길은 왜 그렇게 사람과 소들, 오토릭샤(오토바이의 엔진에다 여러명이 탈 수 있도록 몸체를 단 차), 사이클릭샤(세 발을 가진 자전거로서 뒷자석에 2-3명이 탈 수 있도록 의자를 설치해둔 소형 무개차)들로 붐비는지...

등에 질머진 13Kg 배냥의 무게를 느끼며 소똥과 사람들이 뱉어놓은 가래침들을 밟지 않으려고 요리조리 땅만 바라보며 인파를 헤집고 택시타는 곳으로 갔다. 택시를 기다리는데 걸린 시간이 20분. 벌써 8시반이다.

겨우 택시 3대를 잡아 타고 올드델리 기차역으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트래픽이 말도 못하게 심하다. 점점 마음이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한 15분쯤 가는데 갑자기 운전기사가 차를 세우더니 우리보고 다 차에서 내리라 한다.

아뿔사, 왼쪽 뒷바퀴 타이어가 빵구가 났다나. 배낭무게가 많이 나가서 그랬나? 아! 그래. 이 조그만 고물택시에 인원이 운전수까지 6명. 5명의 배낭 무게까지 합하면 타이어가 빵꾸도 날만 하겠구나 흐흐흐...

참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일이 이렇게만 돌아가니 우리는 그때부터 체념을 하기 시작한다. 애고, 제시간에 기차 타기는 다 글렀구먼. 할 수 없지. 또 그 더러운 파하르간즈로 되돌아가 하룻밤 더 잘 수 밖에...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오히려 편하다.

별 도리없어 매연이 자욱한 거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 보니 가관이다. 달리는 버스에 뛰어 오르는 승객들, 아슬아슬한 써커스를 보는 기분이다. 이 델리라는 곳은 아예 길거리에 목숨을 걸고 사는 도시다. 타이어 바꿔 끼는데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택시운전사는 민첩하게 스페어 타이어를 5분만에 갈아 끼운다. 와! 타이어 많이 갈아 끼워본 능숙한 솜씨다. 우리들은 다시 희망을 가져 본다. 어쩌면 기차를 놓치지 않을 수도 있으리라고...

올드델리 기차역에 닿으니 9시정각. 우리보다 먼저 역에 도착한 일행들과 함께 배낭을 매고 부리나케 역안으로 뒤뚱거리며 뛰어 들어가니 9시5분. 기차는 뒷꽁무니를 보이며 서서히 출발하고 있다. 아니, 인도 기차들은 제시간에 떠나는 적이 없고 연착도 몇시간씩 한다는 걸 어디서 읽었는데 이럴 수가...

길잡이는 우리 일행한테 빨리 뛰어서 기차에 오르자고 한다. 일행들이 다 도착했나 뒤를 돌아 보니 저쪽에서 어슬렁 거리며 오는 이들도 있고 무거운 배낭을 지고 달리는 기차로 목숨걸고 뛰어 오르라니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길잡이한테 진정하라고 말린다.

일행이 한두명도 아니고 당신까지 15명인데 만약에 일행 전원이 다 못 타면 어떻하느냐, 뿔뿔이 헤어지게 되면 어떻하느냐. 또 기차에서 떨어져 다치면 어떻하느냐 하며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자고 의견을 내었다. 일행들 얼굴을 보니 이미 체념을 한 탓인지 덤덤한 표정이다. 참 착한 사람들이다. 인도는 '체념의 나라' 라더니 우리들도 이제는 이 체념에 익숙해지나보다.

길잡이는 다른 기차편이 있는지 알아 보겠다고 하며 갔다 오더니 나를 좀 보자고 한다. 다음 기차편은 밤 11시에 있고 우선 놓친 기차표를 먼저 환불해야만 되는데 줄이 너무 길단다. 여자가 가면 줄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며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 나에게 도움을 청한다.

기차표를 환불해 주는 창구는 아수라장이었다. 새치기 하는 사람들도 있고 새치기 할 틈을 주기 싫으니까 몸들을 다닥다닥 붙혀 밀착을 하며 서 있다. 나는 길잡이 말만 듣고 줄을 서 있는 남자들 틈바구니에 끼어 아무리 기다려 보아도 비켜주지를 않는다.

저 인도남정네들이 나를 여자로 봐 주지 않나보네? 인도 남자들은 여자가 나타나면 먼저 양보를 한다는 길잡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마냥 서 있었더니 하세월이다. 길잡이가 내곁에 슬그머니 다가오더니 그냥 새치기 하면 된다고 가르쳐준다. 나참, 새치기라곤 해 본 기억이 없는데 이 짓을 하라니...

그래, 여기는 인도니까 여기 방식대로 한번 해 보자. 용기를 내어 몸으로 밀어붙이면서 환불해 달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또 환불신청용지를 작성해야 된다나. 일행 중 미국회사에서 일을 해 본 경험이 있어 영어를 잘하는 27세의 가냘픈 혜경이를 데리고 와 비어있는 옆창구에 가서 일일히 일행들의 여권넘버와 이름, 나이를 작성하고 있는데 머리 위에서 뭔가 툭 떨어진다.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니 비둘기 한 마리가 창가에 앉아 나를 멀뚱히 쳐다보고있다. 이크, 비둘기 똥이 내 머리 위로 떨어졌나하고 만져보니 다행히도 마른 똥이다. 얼마나 다행인가. 머리에 비둘기의 젖은 똥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 하하하.

환불카드를 다 작성해서 다시 창구로 다가선다. 혜경과 나는 좀 더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면서 새치기를 한다. 여자라 비켜주기는 커녕 점점 더 격렬한 몸 싸움을 벌려야만 한다. 서로 자기표를 먼저 환불해 달라고 아우성치며 여러명의 손들이 창구에 들이대니 몸집이 커다란 무섭게 생긴 직원이 나와 손들을 우악스럽게 뿌리치면서 소리를 꽥 지른다.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라고...

몸집이 작아 앞에 서 있던 혜경이가 갑자기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그리고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흑흑 소리를 죽여 흐느낀다. 깜짝 놀라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그 직원 손에 한방 얻어맞았다 한다. 다행히 얼굴에 상처는 없었지만 이국땅에 와서 인도남자한테 야단 맞으며 한방 맞은게 서러웠나보다. 또 이런 꼴을 당해야 하는 처지에 황당했겠고...

생각 같아서는 그 우악스러운 직원을 따라가 한바탕 때려주고 싶었지만 사실 우리도 질서를 지키지 않고 새치기를 하며 그 난리를 부렸으니 할 말이 없다. 혜경이를 달래며 나는 옆에 서 있는 길잡이한테 순서대로 줄을 서야 되야겠다고 말한다.

'시골역은 여자가 줄을 서면 양보를 잘 해 주던데 여기는 델리(도시)라 그런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투덜대더니 길잡이는 남자인 자기가 옆에서 얼쩡거려 코치해 주는것 같아 얄미워서 다른 남자들이 비켜주지 않는 것 같다며 자기는 숙소나 알아 보겠다고 하며 울먹이는 혜경이를 데리고 그 장소를 떠나 버린다.

나한테 환불받는 일을 떠맡기고 돌아서는 길잡이의 뒷모습을 보니 은근히 부화가 치민다. 질서대로 줄을 미리 섰으면 벌써 끝날 일을 이렇게 사서 고생을 시키는구나 생각하니 길잡이가 미웠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경험은 돈 주고도 못할 터이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어 이곳 인도까지 왔지 않는가 하며 피식 웃어 버리니 마음이 편하다.

줄을 다시 서서 기다리는데 뒤에 서있는 인도남자가 자꾸 내 몸에 밀착시키면서 밀어붙이고 있다. 그는 나와 그 사이에 누군가가 새치기 할까봐 틈을 주지 않으려고 그러는 줄 알고 이해는 하지만 그사람 몸에서 역겨운 냄새가 난다. 인도인 특유의 냄새다. 나는 몸을 요리조리 빼다가 요령을 낸다. 손에 들고 있던 작은 배낭을 뒤에다 질머지고 최대한 그와의 사이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한참을 기다려 겨우 내 차례가 와서 50%를 환불을 받고 일행들이 있는 장소에 와보니 밤 열한시가 넘었다. 환불 받느라 시간이 걸리는 바람에 밤 열한시 기차편을 또 놓쳐 버리고 말았다. 사실 밤 열한시 기차표는 이미 매진이 되어 무임승차를 해야 하는 형편이었는데 혼자라면 몰라도 열다섯명이 어디 앉을 자리도 없이 서성이면서 밤새도록 기차에 시달릴 생각을 하니 끔찍했는데...

길잡이는 기차역 근처에 있는 여관들은 다 만원이고 다음편 기차가 새벽 5시니 그냥 기차역에서 침낭을 깔고 잠을 자자고 한다. 그래, 어차피 하는 고생길인데 우리도 그냥 땅바닥에서 한 번 자봐? 애써 용기를 내보았지만 지나 다니는 쥐들을 보고는 여자 일행들은 싫다고 한다. 나도 싫다. 가뜩이나 물것을 잘 타는 나의 피부를 쥐벼룩한테 뜯겨 얼룩지게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들은 다시 우리가 묵었던 파하르간즈의 '나부랑'이라는 배낭자들을 위한 싸구려 숙소로 향했다.

'나부랑'에 갔더니 만원이라고 한다. 우리는 무거운 배낭을 지고 여기저기 근처 숙소를 찾아 다니다가 겨우 세 군데의 호텔에 나누어 각자의 짐을 풀었다. 예기치 못한 해프닝으로 몸도 지쳤지만 올드델리역으로 가기 전에 인터넷카페에서 소식을 전하느라 시간이 없어 저녁을 굶었더니 무척이나 배가 고프다.

밤 열두시가 넘어 길가로 나섰더니 상가들은 이미 문을 다 닫았고. 객지에서 배가 고프니 처량하기 그지없다. 할 수 없이 터벅터벅 다시 숙소로 돌아와 배낭을 뒤지니 비상식량으로 미국에서 가져온 Power Bar가 있다. 임시방편으로 시장기를 달랜다. 아! 아침이여 빨리 와라. 따끈한 짜이(차잎과 우유와 설탕을 섞어 사정없이 푹푹 끓여 만든 茶)와 토스트, 계란부침이 먹고 싶다. 아참! 그리고 또 있다. 후식으로는 시원한 랏시(우유를 발효시킨 커드(Curd)를 물에 희석시켜 만든 음료)를 먹어야지... 음~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숙소의 방은 더러웠지만 그래도 더운물은 나왔다. 따끈한 샤워를 마치고 침대위에 나의 침낭을 깔고 그 속에 푹 파묻혀 들어가니 온몸이 나른해지며 졸음이 온다. 어제 저녁 다람살라에서 출발 델리까지 버스로 12시간을 넘게 여행하면서 좌석이 비좁아 다리를 제대로 못 뻗어 웅크리고 왔기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몸도 이리 쑤셔 오는데 오늘 기차를 놓친게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잘된 일 인지도 모른다. 복작거리고 불편한 기차 침대칸 보다는 그래도 발을 제대로 펴고 잘 수 있는 침대가 있어서 고맙다. 오늘밤에 일어 났던 일이 황당했지만 한편으론 또다른 색다른 여행경험이었다.








2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2)  송혜령 2003/10/20 4814 1543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1)  송혜령 2003/10/20 5320 1564

[1][2][3][4][5] 6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