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령 / 나의 삶, 나의 여행 1



  송혜령(2003-10-20 07:01:20, Hit : 4782, Vote : 1536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2)


자이살메르(인도 서북부)로 가는 길
2000년 11월 18일


새벽 여섯시경 머리맡에서 구구대는 비둘기 소리에 잠이 깼다. 무거운 눈꺼풀을 비비며 일어나 올려다 보니 창문가에 달려 있는 환풍기에 비둘기 한 마리가 끼어 빠져나가지 못하고 허덕이며 괴로워 한다. 머리를 조금만 쓰면 쉽게 빠져 나갈 수도 있으련만... 역시 지능지수가 제일 낮다는 새대가리 머리라서 그런가? 후후후...

창밖을 내다보니 다른 비둘기들이 옆 호텔 지붕위에도 잔뜩 앉아 있다. 생존의 철학은 참으로 신기하다. 매연에 쌓여 숨도 제대로 쉴 수 없는 이 오염된 도시에 저런 새들이 살아 날개짓하다니...

선잠을 깬 나는 다시 들어누워 잠을 청해본다. 일행중 1944년생 여자분(왕언니)이 인도여행 내내 나의 룸메이트였는데 그분은 옆에서 코를 풀풀 골면서 신나게 잘도 주무신다. 왕언니는 인도여행중 누구나 한 번은 겪는다는 설사는 물론이고 감기 한 번도 치루지 않는 괴력을 보이신다.

물을 워낙 즐겨 마시는 나는 지금껏 여행하는 동안 미네럴 water를 사 마시면서 여행을 했는데 이미 이곳에 오기 전 '다람살라'에서 물갈이를 하여 설사로 인도 입성신고식을 호되게 치뤘었다. 그 후에도 아랫배가 싸~아 하니 아파올 때는 가져온 정로환을 먹으며 배탈을 달래곤 했는데 왕언니의 불가사의한 비결은 과연 무얼까? 왕언니는 미네럴 water는 전혀 마시지 않고 음료로는 짜이(밀크茶)와 콜라, 쥬스를 마시는데 아마도 그게 비결인 것 같다.

몸은 아직도 노곤한데 그보다도 배가 너무 고파 왕언니를 흔들어 깨워 요기를 하러 부근에 있는 음식점으로 함께 갔다. 소똥을 밟지 않으려고 땅을 열심히 쳐다 보며 길을 가는데 거리는 온갖 잡동사니 쓰레기들로 잔뜩 쌓여 있다. 쓰레기들 속으로 코를 쳐 박은 소들은 무엇을 뒤지고 있을까?

소똥이 약간 되고 풀이 섞여 나와야 정상일 것 같은데 이 파하르간즈 거리의 소똥들은 많이도 묽다. 당연하겠지. 싱싱한 목초를 먹고 살아야 되는 소들이 쓰레기더미를 뒤져 온갖 잡것을 먹고 사니 그럴 수 밖에... 생기 잃은 희멀건 소들의 눈빛이 불쌍하고 묽은 소똥이 보기에도 안스럽다.

식당에 앉아 음식을 시키고 있는데 그때서야 사람들이 나와 더러워진 새벽 길거리를 빗자루로 쓴다. 식탁을 보니 먼지가 뽀얗게 앉아 있다. 식당 종업원이 와서 식탁을 훔치는데 그 행주를 보니 이건 행주가 아니라 아예 걸레다.

새까만 걸레로 식탁을 대충 훔치더니 그걸레로 이번엔 짜이 잔을 쓱쓱 닦는 게 아닌가. 참, 차맛 밥맛 다 떨어져서...하지만 여기는 인도, 참고 또 참자. 깔끔을 떠느라 지니고 다니던 물휴지로 짜이 잔을 한번 더 닦는다. 짜이 한모금에 몸이 훈훈해 온다. 아, 이 생강냄새가 향긋이 나는 짜이는 어쩌면 이다지도 맛이 있을까?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길잡이가 말하길 새벽 5시에 '자이뿌르'로 떠나는 기차는 표가 매진되어 포기하고 오늘밤 9시 '조드뿌르'로 가는 기차표를 겨우 구했다 한다.

하루종일 이 델리라는 도시에서 무엇을 할까 궁리를 해보다 8일전 델리에서 이틀을 지내면서 가보지 못했던 간디의 무덤과 그의 개인박물관을 구경한 뒤 시간이 남아 국립박물관(National Museum)을 방문했다.

엊저녁의 악몽을 떠올리며 오늘은 일찌감치 저녁 7시에 일행 전원이 집합. 기차 출발 시간 2시간 전에 올드델리 기차역으로 향했다. 기차역 대합실에는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자리를 깔고 드러 누워 잠을 자는 사람들로 발들여 놓을 틈도 없이 빽빽하다.

옆에는 피난 보따리같은 짐꾸러미들을 쌓아두고서 담요로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자는 이들을 보니 죽은 송장들을 보는 것 같아 소름이 오싹 끼친다. 아비규환, 마치 전쟁터의 피난민들을 방불케 한다. 우리들도 난민처럼 그들 곁에 끼어 쭈구리고 앉아서 기차가 빨리오기만을 기다린다.

9시 '조드뿌르'행 기차에 올라 델리역을 떠나며 이 지옥같은 곳을 드디어 빠져 나가고 있구나 실감을 하니 목이 칼칼하고 눈이 쓰라려온다. 어떻게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을까..;각종 차량들이 뿜어 내는 시꺼먼 매연과 소음들, 땟자국으로 얼룩진 우글거리는 인파들, 삐쩍 마른 소들과 피부병에 걸려 보기에도 소름끼치는 흉한 개들, 징그러운 쥐새끼들, 어딜 가나 지천으로 널려있는 소똥 개똥 그리고 가래침과 쓰레기들..,아, 어두운 추억의 델리여 이제는 안녕...그러나 때론 그리우리라.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2)  송혜령 2003/10/20 4782 1536
1    송혜령 [pinecone55@hanmail.net] / 자이살메르 낙타 사파리 여행기 (1)  송혜령 2003/10/20 5288 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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