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7-10-25 21:04:25, Hit : 656, Vote : 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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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슴도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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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도치야.>

--멍멍! 멍멍!

밤중에 갑자기 멍멍이 푸들 깜돌이와 깜순이가 짖기
시작했어요. 나는 멍멍이들이 뱀을 발견했다고 생각하고
집게를 들고 뛰어나갔어요. 지난 봄 깜돌이가 뱀에게 물린
적이 있었어요. 그 때는 봄이어서 뱀독이 약해서 괜찮았지만
가을 뱀독은 사람도 해칠 만큼 무섭거든요.

--멍멍! 멍멍!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이번에는 살려달라는 소리까지 들렸어요. 오호! 다행히
뱀은 아니었고 밤송이처럼 생긴 고슴도치가 멍멍이들에게
쫓겨 앞마당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어요.

--아니 너는 고슴도치 아니니?
--네, 맞아요. 제발 개들 좀 쫓아주세요!

나는 얼른 멍멍이들을 우리 안에 가두었어요. 멍멍이들은
고슴도치를 갖고 놀고 싶다고 난리를 쳤어요.

--안 돼! 살아있는 생명을 갖고 장난치면 나빠!

새파랗게 질렸던 고슴도치는 밤송이처럼 생긴 몸을 풀고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고슴도치는 위협을 느끼면
몸을 웅크려 밤송이처럼 만들거든요.    

--너 혹시 지난 여름에 왔던 녀석 아니니?
--네, 그래요.
--그런데 이번에는 무슨 일이니?
--길을 잃었어요. 그러다가 멍멍이를 만나 죽을 뻔했어요.
--미안하구나. 멍멍이들은 네 모습이 신기해서 그런 거지
해치려고 그런 건 아니야.
--그래도 개들은 무서워요.
--이제 괜찮으니 그만 가보거라.
--그럴 게요. 그런데 부탁이 있어요. 제 몸에 붙은 진드기들
좀 떼어주세요. 가려워 죽겠어요.

정말 고슴도치 바늘털 속에는 새까만 콩처럼 생긴 진드기가
붙어 있었어요. 무려 열 마리나! 진드기는 원래 저런 모습이
아니고 아주 작고 납작해요. 진드기는 숲에 숨어있다가
야생동물이 나타나면 사력을 다해 달라붙어요. 그리고
배가 터지게 피를 빤 후 알을 낳고 떨어져요.

--정말 많구나! 얼마나 가려웠니!

나는 핀셋으로 진드기를 한 마리씩 떼어냈어요. 진드기는
떨어지지 않으려고 더욱 더 강하게 고슴도치의 피부를
물고 있었어요.

--어휴, 간신히 다 떼어냈다. 떼어낸 자리는 거머리에게
물렸을 때처럼 가려울 거야. 약을 발라야겠다.
--네,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말이다. 새끼 진드기가 남아있을지 모르는데
며칠 더 있다가 가지 않으련?
--네, 고맙기는 하지만 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얼른
가봐야 해요.
--좀 생각해봐. 이대로 가면 진드기가 다시 자랄 테고
너는 겨우내 진드기에게 피를 빨릴 게 뻔해!
--그럼, 그렇게...할 게요...

고슴도치는 진드기에게 물려 허약해진 몸도 추스릴 겸
나랑 며칠 지내기로 했어요.

--도치야~ 너 오이나 당근 같은 거 좋아한다면서?

나는 도치에게 오이와 당근을 잘라주었어요. 하지만
도치는 오이도 당근도 먹지 않았어요.

--왜 그러니? 먹기 싫으니?  
--곧 겨울잠을 자야하니까 지금은 동물성 먹이를 먹어야 돼요.
--그렇구나. 그런데 너희들은 오이를 등에 있는 가시로
찔러서 지고 간다던데 맞니? 한 번 해볼래?
--에이, 그걸 믿으세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인 걸요!
--ㅎ.ㅎ 그렇구나. 미안~

나는 우선 배가 고픈 도치에게 멍멍이 사료와 해바라기씨를
주었어요. 다행히 도치는 멍멍이 사료도 잘 먹고
해바라기씨도 잘 먹었고 잠도 잘 잤어요. 다음 날,
도치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부엌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도치에게 물었어요.

--도치야, 일광욕도 하고 사냥도 할 겸 산책 나가지 않을래?

도치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어요.

--네! 좋아요!

밖으로 나온 도치는 신이 나서 가랑잎을 뒤지고 다니며
곤충과 지렁이를 잡아 먹었어요.

--징그럽지 않니?
--아뇨! 얼마나 고소한데요! 먹어보실래요?
--아니! 나는 됐다!

도치는 바늘털을 갖고 있으면서도 쓱쓱 숲을 헤치고
잘도 다녔어요.

--넌 참 신기하구나. 바늘털이 풀에 걸리지도 않고
잘도 다니네?
--제 얼굴이 유선형이잖아요. 그래서 풀줄기를 뚫고 잘 다닐
수가 있어요. 그리고 바늘털도 풀에 걸리지 않도록 이렇게
뒤로 누이거든요.

도치는 얼굴을 보여주고 바늘털도 뒤로 눕혀보였어요.

--오호! 정말 너는 지혜로운 동물이구나! 그런데 너는
원래 숨소리가 그렇게 크니?
--ㅎ.ㅎ 먹이를 찾을 때만 그래요. 공기 중에 냄새분자를
찾아 심호흡을 해서 어떤 먹이가 어디에 있는지 분석해요.
--우와! 너는 정말 과학적이구나! 정말 신비로운 얘야.

도치의 까만 눈도 정말 예뻤어요.

--너희들은 눈이 어둡다는데 정말이니?
--그렇지는 않아요. 다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사람들은 너희 눈이 퇴화되었다고 하던데?
--오해예요. 우리는 밤에 주로 활동하는 야행성이고
숲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눈으로 보는 것보다 냄새로
맡는 게 더 빠르니까요.
--귀는 잘 들려?
--듣는 것도 큰 문제는 없어요.

그랬어요. 숲에서 사는 산새들이 귀가 밝은 것처럼
도치는 코가 예민한 거였어요. 이렇게 야생동물은
삶의 방식에 따라 귀가 발달되고 코가 발달되는 거예요.
나는 도치 등에 난 가시털이 얼마나 따가운지 도치의

등을 살짝 만져봤어요. 순간 도치가 몸을 밤송이처럼
웅크렸어요.

--아이 깜짝이야! 놀랐잖아요!
--어, 미안해! 그렇게 놀랄 줄 몰랐어! 그런데 너
정말 빠르구나!
--그럼요. 그렇지 않으면 위험하니까요.

도치는 다시 먹이 사냥에 열중했어요. 나는 도치의
등에 붙은 풀줄기를 떼어주고 싶어서 도치가 놀라지
않게 살짝 풀줄기를 잡았어요. 그 때 도치가 벌떡
몸을 일으켰어요.

--앗 따가워!

도치의 바늘털에 찔린 손가락이 정말 아팠어요.

--그러니까 장난치지 말라고 했잖아요.
--장난이 아니고 네 등에 붙은 풀줄기를 떼어내려고
그런 거야!
--아, 네에. 그런 줄도 모르고, 미안해요.
--그런데 왜 그렇게 갑자기 뛰어 올랐니?
--나를 공격하거나 위협하는 동물에게 그렇게
방어하거든요.
--몸을 밤송이처럼 만드는 걸로는 부족해서?
--밤송이처럼 만들면 대개 동물들은 그냥 가거든요.
하지만 자꾸 귀찮게 하면 앞발로 힘껏 땅을 박차고
뛰어올라 바늘로 찔러요.
--그렇구나. 동물들이 코를 찔리면 정말 아프겠어!

도치의 설명을 듣고 보니 도치가 숲에서 다른
동물에게 해코지는 당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면 너는 숲에서 누가 제일 무서우니?
--진드기예요. 기생충도 무섭고요.
--쫓아내는 방법은 없니?
--우리는 다리가 짧고 또 진드기가 바늘털 속에
붙어 있으면 떼어낼 방법이 없어요.
--그럼 어떻게 해?
--실컷 피를 빨아먹고 떨어질 때를 기다릴 수밖에 없어요....
--그것 참 안 됐구나...

그랬어요. 야생동물들은 결국 기생충과 함께 살고
가끔은 기생충에 의해 목숨을 잃기까지 해요.

--기생충이 참 무섭구나. 도치야, 그냥 안전한
곳에서 나랑 살지 않을래?
--먹이는요?
--내가 구해다 주면 안 되겠어?
--힘드실 거예요. 여러 가지 곤충이며 지렁이를
잡으러 다녀야하니까요.
--곤충과 지렁이를 기르면 안 될까?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연에서 자유롭게 사는 게 좋아요.
--진드기가 득실거리는데도?
--할 수 없죠. 그게 우리들 사는 방식이니까요.
--추운 겨울만이라도 안 되겠어?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거든요.
--내가 따뜻하게 잠자리 마련해주면?
--안 될 거예요. 우리는 온도 습도가 알맞아야 잠을
푹 잘 수 있어요. 나 때문에 신경 많이 쓰셔서 아무것도
하지 못할 거예요.

이렇게 도치와 나는 닷새 동안 함께 살았어요. 햇살이
따뜻한 날, 드디어 도치와 작별의 날이 왔어요.

--이제 숲으로 돌아가야겠어요. 더 늦으면 잠자리를
찾기가 힘들 거예요.
--그렇구나. 며칠 정이 들었는데 정말 서운하구나.

밖으로 나가 도치를 내려주었어요. 도치는 크게 심호흡을
하더니 곧장 숲으로 향했어요. 숲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를
맡은 거예요. 숲으로 돌아가기 전에 도치가 뒤를 돌아보았어요.

--어서 가 도치야.
--네, 고마웠어요.
--내년 봄에 진드기 떼러 다시 오렴.
--그럴 게요...

도치는 바스락바스락 가랑잎을 헤치며 숲으로 사라졌어요.
깜돌이와 깜순이가 숲을 향해 힘차게 짖었어요.

--멍멍! 멍멍!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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