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3-08-19 10:52:02, Hit : 3522, Vote : 1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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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문턱까지 다가왔습니다.



요란한 풀벌레 울음소리가 가을을 알립니다.

확실히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들어선 거 같습니다.
기온이 영상 30도만 넘어도 ‘더워 죽겠다’고 아우성이었는데 올 여름에는
영상 40도가 육박하는 곳이 있었다니 ‘4계절이 뚜렷한 나라’라는 말이
무색해졌습니다.
번식을 마친 새들이 다시 아름답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새끼들에게 숲에서 살아가는 방법, 멀고 먼 남쪽 이야기와
장거리 이동에 대해 가르치는 소리입니다.

번식하는 동안 잠잠했던 소쩍새와 호랑지빠귀도 다시 울기 시작했고
번식을 마치고 남쪽으로 떠났나 싶었던 꾀꼬리와 호반새도 다시 울기
시작했습니다. 조용히 떠나면 될 걸 굳이 앞뒤로 다니면서 우는 건
‘새끼를 무사히 잘 길러 떠납니다. 내년에 다시 오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매미들은 앞마당 주변을 떠나지 않고 웁니다. 앞마당에 있는 벚나무와 뽕나무,
자작나무 밑에서 태어난 녀석들입니다. 참매미는 울다가 그치기를 반복해 마치
산들바람이 부는 것처럼 시원하게 들립니다. 좋은 노래도 자꾸 들으면 지겹다고
하는데 쉬엄쉬엄 우는 참매미 울음소리는 지루한 적이 없습니다.

적당히 알고 지내던 수행자가 한 달 남짓 머물다 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잘 몰랐던 부분이 드러나 불편과 갈등을 겪기도 했습니다.
참매미가 살랑살랑 부는 바람처럼 울 듯 사람도 간간히 오가야 더 살갑다는 걸
배웁니다.      
여름새들이 오가는 것처럼 휴가철이라 많은 사람들이 오갔습니다.
게스트룸에는 뚝딱뚝딱 나무 침대를 하나 더 만들었고 라텍스 매트리스도
새로 주문해 깔았습니다.

가을이 오고 있는 건 풀벌레들이 먼저 압니다. 밤중에는 풀벌레들의 합창소리로
숲이 왁자지껄합니다. 녀석들도 사람처럼 세월이 흐르고 계절이 바뀌는 게
못내 아쉬운 모양입니다.
중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사람들이 가끔 찾아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겠지요. 불과 100년 사이에 인간의 생활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런데 인간의 유전자는 미처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게
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인간은 원래 유목민의 유전자를 가졌으므로
집에 있기 보다는 펄펄 날아다녀야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사람이 여행하는
것처럼 새들도 물고기도 여행을 하는 건 더 강해지기 위해서입니다.

기왕 죽을 거 천지사방 방방곡곡 다니다가 죽는 게 낫지 않겠느냐, 그러다보면
소생할 기회가 더 많지 않겠느냐,고 권해도 집 걱정, 마누라 걱정, 애들 걱정에
안 된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집에서 또는 병원에서 삶을 마감합니다.
몽골의 드넓은 초원은 힐링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적어도 도대체 할 일이 없는 곳이 몽골 초원입니다.
새벽 시간에 징기스칸 공항에 내려 ‘공항로’라고는 이해가 안 되는
심하게 덜컹거리는 길을 빠져나와 수도 ‘올란바트로’에서 고속도로인지
비포장도로인지 시골길인지 흙길인지 헤깔리는 ‘도로’를 180km나 달려목적지
‘군가르트 자연보호구역’에 도착했습니다.
    
우리가 몽골텐트라 부르는 유목민의 이동식 주택 ‘게르’에 여장을 풀고 아침을 맞는데
눈에 보이는 건 끝 간 데 없는 초원뿐입니다. 몽골초원의 새벽은 종달이 울음소리로
시작됩니다. 수 십 수 백 마리의 종달이가 초원에서 다투어 재잘거리는데 죽은 후에
오는 세상이 이렇지 않을까 싶을 만큼 몽환적입니다.
문득 몸과 마음의 치유가 필요한 사람은 모두 이곳에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몽골 대초원이라면 살아오는 동안에 지고 있던 짐을
남김없이 내려놓을 수 있을 거 같았습니다.

가을이 성큼 문턱으로 다가왔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사진 / 몽골 초원에서 번식한 큰고니. 뒷쪽으로 가축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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