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3-09-18 09:28:14, Hit : 3167, Vote : 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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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찾아온 풀종다리.



다시 찾아온 풀종다리.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서 깜짝 놀란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일제히 잦아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다행히(?) 수은주가 예년 기온으로
돌아오고 풀벌레들은 다시 신나게 노래를 시작했습니다.
벌레들도 가는 세월이 못내 아쉬운 모양입니다.

미국에서는 귀뚜라미의 개체가 갑자기 증가하여 골칫거리라고 합니다.
거리에 삽으로 퍼내야할 만큼 많은 귀뚜라미의 사체가 널려있더군요.
미국 뿐 아닙니다. 내가 사는 곳에도 올해는 유난히 많은 귀뚜라미가
눈에 띕니다. 그야말로 발에 치일만큼 많습니다.  
  
--오냐오냐 그래그래...
풀벌레들이 울면 나는 이렇게 화답합니다. 열심히 우는 벌레들에게
아무 대꾸를 하지 않는 게 괜히 미안해서입니다. 곤충학자들은 짝을
찾기 위한 노래라고 하지만 나는 곤충들이 우리처럼 감정이 있어서
노래를 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간밤에 ebs에서 방송된 '후투티의 귀향' 다큐를 보았습니다.
(좋은 프로그램은 늘 스마트폰에 알람을 하여 시청합니다.)
유럽의 한 포도농장 농부가 폭풍우에 부서진 둥지에서 살아남은
새끼 한 마리를 구조해 키웠습니다. 소형 송신기를 단 후투티는
멀리 아프리카에서 월동한 후 이듬해 다시 농부의 포도농장으로
귀환하는 내용입니다.
해마다 멸종 위기의 후투티를 위해 수 십 개의 둥지를 지어주며
보살핀 끝에 맛보는 농부의 환희로움을 공감했습니다. 나도
해마다 찾아오는 '흰눈섭황금새'에게 둥지를 지어주며 그런 기쁨을
느꼈기 때문이지요. 물론 도연암에는 후투티도 찾아옵니다.

올해도 실내에서 청아한 풀벌레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울음소리를 들은 건 몇 년 전이었지만 녀석의 정체를 안 건
지난해였습니다. '풀종다리'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녀석이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커튼 뒤에 붙어서 울더니 어제부터는 전등 밑에 붙어서
한낮에도 열심히 웁니다.  
지난해 그 녀석인지 아니면 새로 태어난 녀석인지 아무튼 후투티나
흰눈섭황금새가 돌아온 것처럼 나는 녀석을 반겼습니다.

숲에 살면 여러 종류의 산새들과 야생동물 등 '서로 알고 지내는 친구'가
있다는 즐거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는 알고 지내는 곤충을
하나 더 추가해야할 거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숲에 알고 지내는 친구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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