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3-10-10 05:18:59, Hit : 3302, Vote : 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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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 최북단, 소청도와 백령도에 다녀왔습니다.



2박 3일 예정으로 소청도와 백령도에 다녀왔습니다.

오전 6시 30 문화일보에 모였다가 인천으로 이동 오전 8시 배를
타기로 했습니다. 생태전문기자 그리고 생태사진가 등 나를 포함하여
모두 다섯이 일행입니다. 암자에서 문화일보까지는 자동차로 두 시간
남짓 걸리므로 새벽 네 시에 출발했습니다.  
소청도, 대청도, 백령도는 인천에서 뱃길로 223km 네 시간을
달려야하는 북한 깊숙한 곳에 있는 섬입니다. 평소 가보고 싶은
곳이기도 했고 특히 이동 중인 새들, 그 중에서도 뭍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맹금류들을 볼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칠 수 없어 따라
나섰습니다.

내나라 땅인데도 낯선 섬. 섬들은 북쪽에 너무 붙어 있어 그런 느낌이
들었을 것입니다. 인천항을 떠난 지 두 시간 쯤 지나자 전화통화가
안 되는 지역으로 들어섰고 섬이 가까워 다시 통화가 가능했습니다.
소청도 작은 항구로 숙소 주인이 트럭을 몰고 나타났습니다. 전체
주민이 250명 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집집마다 자동차가
필수입니다. 평지라고는 없는 가파른 섬길을 오가려면 자동차가 꼭
필요하긴 하겠지만 코딱지 만한 섬에도 자동차가 붐빈다는 현실이
마뜩하지는 않습니다. 섬이라면, 더군다나 망망대해의 작은 섬이라면
응당 고요하고 낭만적일 것이라는 선입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숙소에 짐을 풀기가 무섭게 우리는 섬에서 가장 높은 곳 소청도 등대로
이동했습니다. 그래봐야 해발 174m의 작은 봉우리에 불과하지만
기류를 타고 높이 나는 맹금류를 관찰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나는 지난 번 몽골 여행에서처럼 가벼운 카메라에 짐을 최소화해
가벼웠지만 일행들은 무거운 촬영장비를 지고 갈 수 없어 숙소 주인의
트럭으로 이동했습니다.
서해 최북단 소청도 등대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1908년에 설치되었고
100년 넘게 서북해와 중국 산둥반도 만주 대련지방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내를 맡아오고 있는 중요하고 유서 깊은 곳입니다.

소청도는 정조17년인 1793년에 사람들의 입주가 허용되었고 진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1894년에는 황해도 장연군에 속했다가 1928년
백령면, 1974년에 인천광역시 옹진군 대청면이 되었습니다.
멀리 대청도가 바라보이고 그 뒤로는 백령도까지 눈에 들어옵니다.
일행들의 카메라가 까마득한 절벽 아래를 향하고 카메라 셔터소리가
작열합니다. 점박이물범이 물질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가까이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백령도에 가면 코앞에서 볼 수 있다니
희망을 가져보기로 했습니다.  

짧은 하루 일정을 마감하고 저녁 공양 후 막걸리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안주는 ‘김치쪼가리’가 전부이지만 촬영 무용담에 에피소드에
얘기는 끝도 없이 흥미진진 이어집니다. 서해 최북단 외로운 섬에서
공통분모 위에 언어들은 신나게 춤을 추고 밤이 깊었습니다.  

소청도에서 볼만한 곳은 등대 말고도 분바위 해안과 곳곳에 산재해 있는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는데 두 곳 모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하고
있습니다.
이튿날, 일행들이 새를 보러 나갔을 때 나는 일찌감치 물을 챙겨들고 분바위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가파른 언덕길을 넘어 분바위 해안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에서 30분 쯤 걸렸나 싶습니다.

백색결정질의 석회암이 해식작용으로 노출된 하얀 분바위는 아침햇살에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나 한 때 대리석을 채취하기 위해 발파를
하거나 파헤친 흔적이 군데군데 남아 있어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망가진
자연이 안쓰러웠습니다.
스트로마톨라이트, 는 지구 생성 후 가장 먼저 광합성작용을 하며 산소를
만들어냈던 미생물의 화석입니다. 그 역사가 약 10억 년이나 되었다고
하니 선뜻 셈이 되지 않는 세월입니다.    

분바위와 스트로마톨라이트 화석을 어루만지며 우리 생명의 근원도 여기서
출발했구나 싶으니 기분이 묘해집니다. 혼자 다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역시 여행은 혼자 다니는 게 나한테는 제격입니다. 머물고 싶으면 머물고
가고 싶으면 가고, 빨리 가자 천천히 가자 말 거는 사람이 없으니
서두를 일도 기다리는 일도 없습니다.
분바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앉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눕기도 하자니
저만큼 소형 어선에서 어로활동을 하던 어부 내외가 이상한 듯 바라봅니다.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고 찾아온 사람은 아닌가 싶었던 모양입니다.
애써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더니 그제야 일을 계속합니다.

띠리리 전화가 와 탐조 나간 팀이 이준택 교수도 거기 근처 있을 테니
찾아보라고 합니다. 그는 물리학자답게 내가 서 있는 절벽 바로 위에서
10억 년의 세계를 탐닉하고 있었습니다.  

소청도에서 이틀 동안 새매, 황조롱이, 말똥가리, 벌매 등이 관찰되었습니다.
특히 벌매는 도두 200개체 가까이 관찰되었는데 뭍에서는 잘 볼 수 없는
녀석들이라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벌매는 말벌의 애벌레가 주식입니다.
벌매는 축구공처럼 생긴 말벌의 둥지를 공격해 애벌레를 먹는데,
말벌이 양봉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또 사람의 생명도 빼앗을 만큼
위협적인 존재이지만 벌매가 살아가는데 중요한 먹이원이 된다고 하니
확실히 세상에는 반드시 옳거나 그른 것은 없나봅니다.

다음날은 점박이 물범을 ‘알현’하기 위해 백령도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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