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3-07-12 05:29:25, Hit : 3508, Vote : 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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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은 떠나는 자만의 특권.


--스님은 그리운 곳 없나요?
사립문을 나서면서 스님한테 물었습니다.
--없는, 데요? 미련도 없어요.
--도가 튼 거야 뭐야 이거, 사람도 아니네.

나는 도가 덜 여물어서 그런지 집 나서면 금방
집이 그립습니다.
며칠 나갔다 왔더니 새들이 먼저 반깁니다.
직박구리가 어디 갔다가 이제 왔느냐며,
지가 낳은 새끼들 좀 보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릅니다.
군락을 이루어 사는 패랭이는 환영의 꽃을 우루루
피워들고 섰습니다.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나무 한 그루 식물 한 포기,
어딜 가나 흔히 있는 거지만 내 정원에 있는 것들에
비할 수는 없습니다. 시나브로
오랜 시간 우리는 서로 교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지붕을 두드리는 요란한 빗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문득 자비로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자비'라는 말 속에는 사랑과 슬픔이 공존합니다.
슬픔이라는 것은 가엾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세상 어느 하나라도 슬프지 않고 가엾지 않은 건 없으니
오직 사랑하라는 뜻이겠지요.

높은 산에 올라가서 세상을 내려다보면 인간의 존재가
정말 작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래서 법회를 하든
생태강의를 하든 나는 세상을 더 넓게 보라고 이릅니다.
하늘을 쳐다보기보다는 기왕이면 내가 하늘에 올라가 있다고
가정하고 우주를 돌아보면 사람이 산다는 게
얼마나 작은 존재이며 가여운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습니다.

내일 이 시간이면 나는 몽골 초원에서 아침을 맞습니다.
일주일을 바깥에서 보내고 돌아왔는데 하루만 쉬고 다시
먼 길을 나섭니다.
카메라는 컴팩트 카메라(일명 똑딱이) 하나만 달랑
챙겼습니다. 야영을 한대서 '잘 됐다, 좀 걸어보자'고 생각은
하지만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몽골 초원에서의 걷기 명상,
멋질 거 같지 않습니까.

집 나서면 나는 금방 집이 그리울 것입니다.
그리움은 떠나는 자만의 특권일지도 모릅니다.
비가 많이 내립니다. 오가는 길 조심하시고
오늘도 행복하십시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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