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3-07-29 10:17:28, Hit : 3326, Vote :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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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7월은 지나가고.



벌써 7월은 지나가고.

비도 참 유난스럽게 자주 내리고 많이 내리는 올 여름입니다.
하필이면 비는 번식기에 집중적으로 내렸습니다.
폭우가 쏟아지면 어미새들이 알을 품기도 쉽지 않습니다.
새끼들의 주 먹이가 되는 곤충의 애벌레도 줄어들어 어미들은
번식 타이밍을 놓칠세라 먹이 잡아오랴 사력을 다합니다.  
둥지를 떠난 새끼새들도 비를 맞으면 체온이 떨어져 생존에
위협을 받습니다. 새끼새들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이 먹어야 합니다. 그래서 한겨울이 아닌데도 비축해 놓은
땅콩이나 잣을 넉넉하게 공급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7월은 다 지나가고 텃새 여름새 할 것 없이
거의 번식을 마쳤습니다. 인공둥지에서 번식에 성공한 어미새들은
새끼들을 데리고 숲으로 들어갔다가 새끼들이 제법 날아다니면
다시 새끼들을 데리고 앞마당으로 옵니다. 어미새는 새끼들에게
사람의 존재에 대해 가르치고 또 사람이 공급한 먹이를 먹는 법도
가르쳐줍니다. 그러다가 다 자란 새끼들이 어미곁을 떠나면 어미는
홀로 먹이를 먹으로 옵니다. 윤기 흐르던 깃털은 듬성듬성 빠졌고
아름답던 색깔도 많이 퇴색되었습니다. 어미새들을 보면
자식들을 도회지로 보내고 홀로 밭에 나가 김을 매다가 밭고랑에 앉아
삶은 고구마나 감자로 점심을 때우는 늙은 어머니의 모습 같아서
애처롭기 짝이 없습니다.

참나리도 만개했고 벌개미취와 비비추도 슬슬 피기 시작했습니다.
장마철에 외래종인 <단풍잎돼지풀>은 때를 만난 듯 길길이 자라고
지난해에 심은 돼지감자(뚱단지)와 키재기 경쟁이 대단합니다. 열심히
단풍잎돼지풀을 뽑아버리지만 어찌나 생명력이 강한지 며칠만 지나면
금세 한 뼘이나 자랍니다. 둘 다 ‘돼지’ 자가 들어가는 식물인데
예뻐하고 미워하며 차별하는 걸 식물들은 공평하지 못하다고
무척 서운해 할 거 같습니다.

원두막 아래 계곡 어디에 둥지를 마련한 꾀꼬리가 새끼들을 데리고
떠났나 싶었더니 어제는 새끼들을 데리고 창문 가까이 다가와 놀다가
갔습니다. 남쪽으로 떠나기 전에 작별 인사를 하러 온 모양입니다.
꾀꼬리 뿐 아닙니다. 소쩍새, 호랑지빠귀도 다시 울기 시작했습니다.
새끼들을 키울 때는 포식자를 경계하기 위해 침묵하기 때문에
어미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미들이 다시
울기 시작하면 새끼들을 무사히 잘 길렀다는 뜻으로 알아듣습니다.
어미새들의 행복한 노래인 셈입니다.

최근 갑자기 늘어난 갈색여치가 다시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갈색여치는 곤충 중에 상위포식자인 사마귀(버마재비)보다도 무서운
폭군이어서 곤충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고 과일도 갉아먹는 잡식성입니다.
대개의 곤충은 사람을 보면 달아나기 마련인데 녀석은 스스로 강자라고
생각해서인지 사람도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집안으로 침입하기도
합니다. 독을 가진 뱀이나 벌레도 그렇고 조류 중에 수리, 매처럼
상위포식자들은 사람도 겁내지 않습니다.  
          
창문 밖에 상사화는 무성한 잎을 모두 버리더니 꽃대를 50cm 나 밀어올렸습니다.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했는데 아침에 보니 꽃봉오리에 매미가 우화하고 남긴
허물이 붙어있었습니다. 애벌레를 갉아먹으려고 호시탐탐 기다리던 갈색여치를
피해 무사히 우화에 성공한 것입니다.
생물들이 야생에서 살아간다는 건 태어남부터 이렇게 어렵습니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일터에서, 일터를 오가다가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허다합니다.

어제(일요일)에는 한탄강에서 급류타기 카약을 하던 사람이 실종됐습니다.
모두 세 사람이 급류를 탔는데 그 중 뒤따라오던 사람이 카약과 노와
구명조끼만 남기고 실종된 것입니다. 한탄강에는 급류도 많고 소용돌이 구간이
여럿이어서 소용돌이에 한 번 빠지면 여간해서는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
목숨을 걸고 놀이를 즐기는 존재는 인간밖에 없나봅니다. 하여튼 조심하고
조심할 일입니다.

삼삼오오 손님들이 다녀갔습니다.
--몇 시에 새벽 예불하나요?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지요?
--공양시간은?
이런 저런 질문에 나는 ‘편한 대로 알아서’ 하라고 이릅니다.
도연암 템플스테이는 놀멘놀멘 놀다가는 템플스테이라고 공지했으니
따로 시간을 정해놓지 않았습니다. 그저 편한 대로 놀다가 먹다가
자다가 기도하고 싶으면 하고 아니면 말고,
세상에서 하던 걸 여기까지 와서 할 필요는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니까요.

또 손님이 오신다니 준비해야겠습니다.
행복한 여름 보내십시오.  

사진 / 바람의 눈 사진전. 명예회원으로 한 점 출품했습니다. 서울 충무아트홀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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