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3-02-20 18:16:39, Hit : 3937, Vote :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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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을 준비하는 새들처럼.



봄을 준비하는 새들처럼.

봄이 오면 사람 마음이 싱숭생숭 들뜬다고 하지요. 이팔청춘도 아니면서
봄바람은 나이든 사람 마음까지 가만두지 않습니다. 생물학적으로 놓고 보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인간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만물이 소생케 하는 봄이
그냥 지나치지 않는 모양입니다.
내가 사는 곳은 너무 추운 곳이라 봄이 늦게 찾아옵니다. 아니 봄이 올까 싶게
지난 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오고 추웠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겨울비가
마치 여름철 장마비처럼 내리기도 했습니다. 한뼘이나 쌓인 눈도 100미리 넘게
내린 비로 흔적도 없이 녹아버렸습니다. 그러다가 겨울은 봄기운에게 절대로
질 수 없다는 듯 다시 눈을 흠뻑 쏟아부어 계곡은 또 한 번 눈이불을 쓰는
진풍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영하 20도가 넘는 맹추위가 계속되면 새들도 사는 게 만만찮습니다.
밤새 추위에 노출된 새들은 얼어 죽기까지 합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개체가 조절되는 게 자연현상이라지만 새들이 죽는 걸 가만히
볼 수만 없어 더 많은 먹이를 공급하게 됩니다.  
2월 중순이 지나면 새들이 울기 시작합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울음소리가
달라집니다. 곤줄박이 암컷은 벌써부터 수컷에게 먹이를 달라고 아양을 떱니다.
수컷은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기꺼이 암컷에게 먹이를 먹여줍니다.
암컷이 스스로 먹이를 먹을 수 있는데도 수컷에게 먹이를 보챈다는 게
참 흥미롭습니다.

겨울이면 야생동물이 민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은 먹이 좀 달라는 뜻입니다.
너구리와 고라니는 겨우내 먹이터에 드나들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멧돼지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멧돼지는 무리지어 먹이활동을 하다가 번식기가 다가오면
영역을 정하고 독립을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다섯 마리 모두 보이지 않다니
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철원평야에 두루미들도 생기가 돕니다.
날씨가 추우면 두루미들도 웅크린 채 잘 날지 않습니다. 3월이면 멀고도 먼
번식지까지 날아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해야 합니다.
대개의 철새들은 이동할 때 많은 수가 희생된다고 합니다. 새들은 이렇게
이동할 힘도 필요하지만 영양상태가 좋아야 번식에 문제가 없습니다.
이동을 앞두고 두루미들은 들판에서 활동하는 시간보다 강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집니다. 물고기를 비롯한 수서생물을 통해 단백질을
비축하기 위해서입니다.

‘철원평야 두루미’가 매스컴을 타면서 뒈레 두루미들이 고단해졌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무분별하게 두루미를 쫓아다니는 바람에 두루미들은
안전하게 먹이를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까닭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철원평야에 두루미 개체가 예년에
비해 1/3 넘게 줄었다고 합니다. 그 대신 임진강 습지, 한강하구, 강화도,
주남저수지 같은 곳에는 두루미의 개체가 오히려 증가했다고 합니다.
철원평야의 두루미가 이동한 것으로 유추되지만 오히려 잘된 셈입니다.
한 곳에서 무리지어 월동하는 것보다 너른 지역에 고루 퍼져 살게 되면
전염병에 노출될 확률도 줄어들고 먹이를 구하기도 쉬울 테니까요.

한편으로는 각 지역에서 관심있는 단체나 사람들이 노력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두루미가 오는 곳을 겨울동안 만이라도 생태보전지역으로
잠정 설정하여 보호활동을 하고 개체수 확인하며 끊임없이 먹이를 공급한
까닭입니다.

철원 두루미보호협회에서도 두루미가 먹이활동을 하고 잠자리로 이용하고
있는 한탄강상류습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했습니다.
또는 탐조할 수 있는 구조물을 설치해 일정한 장소에서만 사진촬영을
하거나 탐조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두루미들은
알아들었다는 듯 이제는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먹이를 구하고
노래도 하고 깃도 다듬고 심지어는 짝짓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과 새들은 서로 소통하고 가까워졌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이 두루미를 보호하는 최선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철원의 논습지는 1만 2천 헥타(정보)나 됩니다. (1헥타는 3천 평에 해당하니
3천 6백만 평이 되겠지요.) 엄청나지요? 사실 이만한 넓이면 두루미들이
겨울을 나는데 충분한 낙곡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왕래로 두루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도 있고 또 사람들이 귀찮게 하기 때문에 실제 두루미들이
안전하게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은 훨씬 줄어들 수밖에 없겠지요.

더구나 두루미는 개체수가 부쩍 늘어난 기러기와도 먹이를 나눠먹어야 합니다.
철원평야에는 약 20만 마리의 쇠기러기가 날아옵니다. DMZ 와 민통선 내에서
무리지어 월동하던 쇠기러기들은 점차 민가 가까운 곳까지 진출하여 그야말로
먹이를 싹쓸이합니다.  
기러기가 잠자리로 이용하는 저수지가 얼면 대개의 기러기는 더 남쪽으로 남하
합니다. 그때서야 들판은 두루미 차지가 되긴 하는데 먹이는 이미 동이 난
상태입니다. 결국 쇠기러기들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우점종에 대한
개체수를 조절할 필요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연구할 때가 된 거 같습니다.

먹이주기도 지금과 같이 한 곳에 주는 건 기생충에 감염될 수도 있고
질병에 무방비상태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두루미는 가족단위로
활동하고 영역을 정해 해마다 같은 장소에서 월동합니다. 그래서 이들이
활동하는 영역을 직접 찾아다니며 먹이를 공급해야 하겠지요. 참 귀찮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힐링(치유)로서의 습지와 새.
밖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새를 보러온 사람들입니다. 먹이를 든 사람도
있고 카메라를 든 사람도 있습니다. 더러는 햇볕이 잘 드는 강당(법당 겸)에
앉아 차를 마시며 새를 보기도 합니다. 새들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
사람은 카메라를 든 사람이 아니라 가만히 앉아 망연히 새를 바라보는 사람들
입니다. 20그램밖에 안 되는 박새와 곤줄박이의 재롱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나는 사람들을 데리고 들판으로 나갑니다. 들판에는 10kg이 넘는 거대한 새,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두루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큰 덩치답게 두루미는
사람이 접근하거나 놀라게 하지 않으면 절대로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
잠시 경계를 하다가 위협적이 아니라는 걸 알고는 저 알아서 먹이 먹기에
열중합니다. 성큼성큼, 그러나 품위를 잃지 않는 걸음걸이에서 사람보다 몇 배는
더 여유로움을 봅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노래방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격한 운동을 통해 땀을 배출합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스트레스
해소방법은 거의 대동소이합니다.
사람들이 이처럼 다소 ‘시끄럽고 극성스럽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밖에
없는 것은 조용한 해소방법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요. 종교는 다르지만 각자
묵상과 참선을 통해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는 방법도 있지만 잘 가르쳐주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숲길을 조용히 걷는 것입니다. 입은 닫고 귀를 비롯한
오감을 활짝 열고 걸으면 숲과 소통이 시작됩니다. 나는 움직이는 것이나
움직이지 않는 것이나 모두에게는 정령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 정령들은 우리와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합니다. 다만 우리가 오감을 열지 않았기 때문에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바야흐로 걷기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곳곳마다 걷기 좋고 경치 좋은 둘레길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 나도 올해는 전국의 둘레길을 한 번씩 걸어보려 작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다가오는 새봄을 맞겠습니다. 봄맞이로 들 뜬 새들처럼.

여러분 행복하십시오.

(위 사진은 캐논 하이엔드 카메라 sx50hs 로 촬영했습니다.
값도 저렴하고 가볍고 작고 망원배율도 좋아 요즘은 거의 이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사진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적극 추천합니다. 동영상 화질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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