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3-04-02 09:21:38, Hit : 3146, Vote : 986
 http://hellonetizen.com
 IMG_1998_2.jpg (151.5 KB), Download : 33
 꽃 보러 안 다니냐구요?



--스님, 요즘은 꽃 보러(사진 찍으러) 안 다니세요?

꽃 피는 봄이 오니 사람들이 이렇게 묻습니다.
한 때 많이 다녔습니다. 흔히 보지 못하는 꽃이 어디에
피었더라 하면 어디든 찾아 나섰기 때문입니다.

<꽃보기> 발길이 뜸한 이유는 여럿입니다.
첫 째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꽃을 보러 다닙니다.
--산에 사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네.
다 아는 싯귀죠? 꽃이 저만치 혼자서 피어있다는
뜻은 시인이 꽃을 몇 걸음 떨어져 보고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이렇게 몇 걸음 떨어져 보아야 하는데
꽃을 너무 가까이 들여다 보는 사람이 많아 꽃이 피곤합니다.
야생화 한 송이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꽃 주변을 초토화
시킵니다. 뭐 나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아하, 이거 안 되겠구나 하고 꽃보기를 끊다시피 했고
보더라도 멀찌감치 떨어져 봅니다.

오래 전에 구룡령(비포장이었을 때)까지 꽃을 찾아갔습니다.
골짜기에서 수녀 두 분을 만났는데 나는 필름카메라에
삼각대를 대고 거창하게(?) 사진을 찍었지만 그 분들은
헝겊가방에서 돋보기를 꺼내들었습니다. 그리고 꽃을 가만가만
보고 돌아갔습니다. 당연히 충격이었지요.

또 하나 이유는 흔하지 않은(귀하다고 표현하더군요.) 꽃이나
흔한 꽃이나(잡초라고도 합니다.) 다 같은 식물인데
차별할 것 없다는 뜻입니다.
예초기로 풀을 베다가 꽃이 베어나가면 아차! 싶습니다.
그러다가 이내 ‘다 같은 풀’ 이라고 서운함이나 미안함을
달랩니다.

꽃도 제법 심었습니다. 그런데 관리하는 일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것도 아니다 싶어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는 절로 잘 자라고 기계로 풀만 깎아 주고 가지치기만
더러 해주면 힘들 게 없습니다.
어제 한택식물원에 다녀왔는데요, 여느 식물원도 마찬가지지만
정말 일 많이 했더군요. 화초 가꾸기가 얼마나 손이 많이 가는
일인지 다 아실 겁니다. 정말 골프장처럼 반들반들했습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을 보면 나도 그러고 싶지만 금방 마음을
접습니다.

너무 인위적이기 때문이지요. 내가 사는 곳 암자 뒤쪽 골짜기를
걸으면서 나는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
깨닫습니다.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자연이 자연스럽지
않으면 더 이상 자연이 아니겠지요?

식물원을 다닐 때마다 나는 한숨이 나옵니다.
어쩌다가 이런 얘들을 이런 데서 볼 수밖에 없을까 하고요.
할미꽃이니 깽깽이꽃이니 하는 것들, 사실 지천에 널려 피었던
식물이잖아요. 그런데 내가 사는 암자 주변에서 할미꽃은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없습니다. 머잖아 분명 희귀종이 될지도
모릅니다.
동강할미꽃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지요.
사진 찍으려고 바위절벽을 기어 올라가고, 손 대고,
더러는 캐가느라 기어이 주민들이 보호에 나섰다고 합니다.

아름다운 꽃사진이나 새사진이나 풍경사진을 보면
‘아 좋다’ 하면 될 것을 ‘이거 어디야, 나도 가서 찍어야지’ 합니다.
이러다보니 경쟁심이 생기고 못 찍으면 동료들에게 소외된
느낌이고 경쟁에서 낙오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은 ‘짱짱한’
사진으로 도배되고 ‘피사체’는 그게 뭐가 됐든 사람들의 단순한
일회용품 놀이개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결국, 아, 나 하나만이라도 좀 빠져야지 안 되겠다.
뭐 이랬습니다.

어제 한택식물원에도 연천 이석우 님과 canon sx50hs 하나씩
들고 갔습니다. 줌 기능이 좋아 먼발치에서 주우우욱! 당겨
찍으니 화단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떨림방지기능이
탁월하여 삼각대도 필요 없습니다. 앞으로 카메라는 더욱 진화할
것이며 카메라 가방 안에 주렁주렁 렌즈를 담아 갖고 다니지
않는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나한테는 벌써 도래했지만.

어제 저녁부터 봄비가 가랑가랑 내리고 있습니다.
꽃천지 세상 남쪽에 비해 내가 사는 곳은 아직도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입니다.
비가 그치면 회색숲이 녹색으로 바뀔 것입니다.

한택식물원에 가시면 꽃에 너무 꽂히지 마시고
꽃은 저만치 혼자 피게 놓아 두시고
시선은 멀리 두고 천천히 걸으십시오. 그래야 본전 뽑습니다.

세상을 카메라 프레임 안에 가두거나
너무 가까이 들여다보면 넓게 보지 못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십시오.






  꽃 보러 안 다니냐구요?  도연 2013/04/02 3146 986
1396   문화일보 자연&포토 / 후투티  도연 2013/04/02 2567 854
1395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당신을 말한다. / 사진. 할미꽃  도연 2013/04/01 6319 2354
1394   종심  도연 2013/03/29 3491 1096
1393   알고 지내는 새, 있습니까?  도연 2013/03/21 3102 988
1392   두루미 이야기 책이 나왔습니다.  도연 2013/03/19 3309 1146
1391   문화일보 자연&포토 / 붉나무 열매 먹는 청딱따구리  도연 2013/03/18 2948 918
1390   아침공양은 하셨습니까.  도연 2013/03/18 4383 1337
1389   여름철새 '후투티'가 벌써?  도연 2013/03/16 3151 1057
1388   새들이 바글바글, 철원 학저수지.  도연 2013/03/16 4016 1310
1387   우리 동네에 찾아온 고니.  도연 2013/03/16 4880 1581
1386   문화일보 자연&포토 / 수리부엉이가 포란을 시작했습니다.  도연 2013/03/05 4251 1287
1385   봄을 준비하는 새들처럼.  도연 2013/02/20 3868 1193
1384   문화일보 자연&포토 / 층간소음 다툼, 우린 그런 거 몰라요.  도연 2013/02/18 4221 1498
1383   문화일보 자연 & 포토 / 쉿, 새들이 자고 있어요.  도연 2013/02/09 4686 1357
1382   2103 계사년, 행복한 설 맞으십시오.  도연 2013/02/09 3784 1165
1381   새들이 다가오는 까닭.  도연 2013/02/09 4355 1287
1380   반가웠습니다.  도연 2013/01/22 4209 1296
1379   아이들이 다녀갔습니다.  도연 2013/01/22 3131 969
1378   문화일보 자연 & 포토 / 어미새는 새끼를 버리지 않습니다.  도연 2013/01/17 4696 1477
1377   가본 곳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습지 <우포>  도연 2013/01/12 3540 1039
1376   기도하는 즐거움.  도연 2013/01/06 2994 894
1375   살아있는 모든 것을 위해 기도합니다.  도연 2013/01/04 3693 1196
1374   새와 사람, 사람과 새.  도연 2013/01/04 3185 1046
1373   문화일보 자연&포토  도연 2013/01/01 5075 1601
1372   올해부터는 새 법당에서 기도하게 되었습니다.  도연 2013/01/01 3357 1033
1371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도연 2013/01/01 3800 1283
1370   철원 민통선 이길리 마을, 아주 작은 겨울 축제  도연 2012/12/24 3445 956
1369   부산 <습지와 새들의 친구> 아이들이 다녀갔습니다.  도연 2012/12/18 5022 1750
1368   깊어가는 겨울밤, 도연암 차방에는,  도연 2012/12/15 3207 898

[1][2][3][4][5][6][7][8][9][10][11] 12 [13][14][15][16][17][18][19][20]..[58] [다음 20개]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z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