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7-18 21:15:47, Hit : 3805, Vote : 1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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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고라니 구조일기




지난 25일 동안 들고양이에게 공격당한 새끼 고라니 돌보느라
변변한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오늘 부터 새끼 고라니 구조일기를
올립니다.

2012년 6월 24일 일요일

아침 여섯 시,
갑자기 창문 밖에서 새끼 고라니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뒤이어 어미 고란이의 찢어지는 고함소리도 들렸습니다.
창문 밖 10 여 미터 떨어진 풀숲에서는 해마다 고라니가
새끼를 낳아 기르고 있습니다. 나는 직감적으로 새끼 고라니가
무언가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속옷 바람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우측 풀숲으로 달아나는 들고양이의 뒷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는 들고양이가 새끼 고라니를 물고 달아나는 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미가 새끼를 구하기 위해 들고양이를 따라가지 않는 게
이상했습니다. 어미는 숲에 서서 울부짖기만 했습니다. 들고양이에게
새끼를 잃은 게 너무 분하고 슬퍼서 우는 거라고 생각하고 어미를
위로할 셈으로 어미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어미 앞에는 목에서 피를 철철 흘리고 쓰러져있는 새끼 고라니가
누워 있었습니다. 새끼는 눈도 깜빡하지 않고 미동도 하지 않아
죽은 듯 보였습니다.  

새끼의 비명소리를 듣고 어미도 달려오고 사람까지 뛰어나오니까
새끼 고라니를 물고 가던 들고양이가 새끼를 놓고 달아난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새끼는 태어난 지 사나흘 쯤이나 됐음직한
아주 작은 녀석이었습니다.  
다행히 새끼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미가 손댈 수
없을 만큼 부상이 컸습니다.
금방 피 냄새를 맡은 파리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대로 놓아두면
구더기가 생길 테고 구더기는 살을 파먹어 새끼의 생명을 위협할
것입니다.
들고양이도 다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미가 저만큼 물러나자 나는 조심스럽게 새끼를 안고 들어왔습니다.
어미는 언덕에 서서 내가 새끼를 데리고 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새끼는 목덜미 위 아래에서 정수리는 피부가 뜯겨나가 하얗게
두개골이 보였습니다. 나는 서둘러 응급처치를 하여 지혈을 했습니다.  

새끼는 아프다는 신음소리 한 번 내지 못합니다. 소리치면 되레
포식자를 불러들이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관련기관에 전화했더니
일요일이라 통화가 되지 않습니다. 동물병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간신히 근처 도시 연천 관련단체에 연락이 닿았지만 일요일이라
교회에 가서 안 된다고 합니다.
또 한 군데 파주 야생동물보호협회에서는 멀어서 안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데리고 갈 수 있다고 하니까 가봐야 아무도 없을 거라고,
소용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렇다고 잘 알고 지내는 김신환 원장 병원이 있는 서산가지 데리고
갈 수도 없고 진퇴양난입니다. 응급치료를 마치고 한 시간이 더
지나서야 새끼 고라니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대로
우유를 데워 수저로 떠먹였습니다.
그러나 입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밖으로 흘러나오는 게 더 많았습니다.

부상도 부상이지만 고양이에게 공격받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녀석은 살 의지조차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팔딱팔딱 숨을 쉬고 있는 녀석을 굶길 수는 없어 흘리는 게 더 많더라도
어렵사리 입으로 우유를 흘려 넣었습니다.
낮 동안은 돌볼 수 있겠지만 밤이 더 문제입니다. 아직 신생아여서
최소한 두세 시간에 한 번은 우유를 먹어야 하고 또 중상을 입은
녀석이 다음날 아침까지 살아있을지도 의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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