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7-20 00:31:11, Hit : 3788, Vote : 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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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끼 고라니 (도란이) 이틀 째




2012년 6월 25일 월요일
도란이 구조 24시간 경과.

새끼 고라니 이름을 ‘도란이’라고 지었습니다.
나와 새끼 고라니 이름에서 한 글자씩 땄는데 도란도란
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태어난 지 사나흘 밖에 안 된 도란이에게 어미가 없다는 것은
죽음 자체입니다. 들고양이에게 머리와 뺨, 목덜미와 목을 물린 걸
사람에 비유하자면 젖먹이가 커다란 사냥개에게 물린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들고양이에게 공격당한 충격과 어미와 헤어졌다는 상실감에
몇 모금의 우유조차 제대로 삼키지 못합니다.
밤새 두 시간 간격으로 우유를 먹이며 돌봤지만 어미의 돌봄에
비하면 턱도 없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경직된 상태에서 우유가 제대로 넘어갔을 리도 없습니다.
그래도 도란이는 천만다행으로 아침까지 견뎠습니다.
아침에 철원 동송에 있는 동물병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는 야생동물은 진료하지 않지만 한 번 데리고
와보라고 합니다. 안 된다고 하지 않은 게 다행스러웠습니다.

동물병원에 도착해 보니 병원이라기보다는 동물약품을 파는
곳이라고 해야 맞을 거 같았습니다. 약품 출납하는 탁자에
도란이를 올려놓고 진료를 하는데 진료라기보다 그냥 대충 살펴보는
정도였습니다. 치료도 상처부위에 스프레이 약을 도포하고 주사 한 대
놓은 게 끝이었습니다. 애완동물을 보는 곳이 아니라 소나 돼지 같은
가축을 보는 곳이었으니 그랬을 거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래도 수의사가 본 거니 믿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치료가 부실하게 느껴졌습니다.

티비 동물농장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티비에서 본 진료모습과는
너무 차이가 났습니다.
스프레이 약은 은색이었는데 한 번 뿌리고 나면 천지사방에 마구
묻어나는 바람에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닙니다. 어쨌거나 하루에도
몇 번씩 상처를 소독하고 정성스럽게 연고를 발라주며 그런대로
또 하루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도란이가 애완동물처럼 아프다고 낑낑대지도 않고 보채지도 않아
무척 안쓰러웠습니다. 야생에서 아프다고 소리 지르는 것은 포식자를
불러들일 뿐이므로 아파도 소리를 지를 수도, 아픈 척도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야생에서 살아간다는 게 이토록 만만찮은 일입니다.

야생에서 초식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는데
부상을 당한 도란이는 아직 일어서지 못합니다. 일으켜 세워도
바로 서있지 못할 만큼 충격이 컸던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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