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8-12 23:01:41, Hit : 3234, Vote : 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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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둥이와 회색둥이 들고양이.



흰둥이와 회색둥이 들고양이.

하얀 앞가슴이 아름다운 들고양이는 거의 매일 먹이터에 등장합니다.
앞가슴을 제외한 온몸은 갈색과 검은색 줄무늬를 가졌습니다.
나는 녀석을 흰둥이라고 부릅니다.
흰둥이는 말을 걸면 가만히 앉아 눈치를 봅니다. 얌전히
있으면 맛난 먹이가 제공된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흰둥이를 처음 안 건 수 년 전의 일입니다.
녀석은 새들 먹이터에 등장했습니다. 피골이 상접한 녀석이
새먹이 땅콩을 주워먹는 거였습니다. 집고양이로 태어나
인간들에게 귀여움을 받다가 버려진 건지 아니면 야생에서
들고양이로 태어나고 자란 건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 후 나는 녀석을 위해 따로 고양이사료를 놓아주다가 가끔은
별식으로 치즈도 놓아주고 때론 참치도 놓아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점박이는 내 손에서 치즈를 받아먹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탈이었습니다. 녀석이 새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녀석은 마치 병에 걸린 것처럼 느릿느릿 먹이터를 오갔습니다.
그러다가 새들이 안심하고 먹이를 먹을 때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새들을 낚아챘습니다.
깜짝 놀란 나는 참치통조림을 놓아주면서 달랬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녀석의 공격본능은 새들을 먹지도 않으면서 괴롭혔습니다.
멧비둘기 몇 마리도 녀석에게 희생되었습니다.  
그 후 나는 어쩔 수 없이 점박이에게 출입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그런 흰둥이가 엊그제는 온몸이 회색줄무늬로 치장한 들고양이와
함께 나타났습니다. 바로 그 녀석! 울타리를 넘어들어가 애완 토끼를
물어 죽인 적이 있었고 도란이를 공격해 치명상을 입힌 바로
그 녀석입니다.
순간적으로 가슴이 벌렁벌렁 뛰었습니다.
회색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슬금슬금 달아납니다. 내 눈빛에서
살기를 느꼈는지 아니면 도란이를 공격했던 일에 대해
일말의 미안한 감정을 가진 거 같습니다.  

도란이를 생각하면 돌멩이를 집어던져야 했겠지만 나는 녀석들을
다정스레 불러보았습니다. 그렇다고 당장 녀석과 화해를 하자는 뜻도
아니었습니다. 녀석들이 눈치를 보며 새들 먹이통을 기웃거리는 게
가여웠기 때문입니다. 자비심이었을 것입니다. 자비심은 상대를
가엾게 여기는 마음을 말합니다.

열 마리씩 먹이터에 다녀가던 다람쥐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도
점박이와 회색의 등장 때문으로 짐작됩니다.
다람쥐 역시 들고양이가 제자리에서 2미터까지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다는 걸 미처 몰랐습니다. 나무도 잘 타 나무 높은 곳까지
오를 수 있거나 다람쥐 정도는 순식간에 절명시킬 수 있는 송곳니와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다는 것도 다람쥐는 너무 모르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들고양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이름을 가진 포식자가 아예
먹이터에 누워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게 못마땅했을 것입니다.

주야간을 가리지 않고 전천후 활동을 하는 녀석들에게  
‘나의 비밀의 정원’을 내어주느냐 아니면 녀석들을 쫓아버리느냐를
두고 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더욱이 요즘은 저녁마다 토끼새끼 같은 귀여운 새끼 너구리가
다섯 마리나 먹이를 먹으러 오고 있습니다. 피부병이 심한 어미
두 마리가 자주 다녀갔는데 바로 그 녀석들이 새끼입니다.
요 며칠은 새끼들만 다녀갑니다. 피부병이 심한 어미 한 마리는
산소 밑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습니다.

명색이 도 닦는다는 수행자가 들고양이 하나 도력으로 어쩌지
못하면 안 되겠지요. 다음에 또 나타나면 잘 타일러봐야겠습니다.
비가 내려 한층 무더위가 꺾였나봅니다.
새로 마련한 도연암 지대방 휴심정에 앉아 이 글을 씁니다.
여러분 행복하십시오.

(도란이 이야기는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 동화책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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