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9-10 01:42:51, Hit : 3301, Vote : 1041
 http://hellonetizen.com
 들판에는 벼베기가 시작되고,


더워 죽는다더니 뜨거운 여름은 어느덧 사라지고
벌써 9월 10일, 가을입니다.
철원 들판에는 드디어 벼베기가 시작되었습니다.
누런 들판이 군데군데 마치 이빨 빠진 것처럼 풍요롭던 농토가
바닥을 들어내고 벼베는 기계와 트럭들이 분주히 오고갑니다.
밤이면 기온도 뚝 떨어져 오늘 저녁에는 전기장판을 켰습니다.
이달 말이면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돌아갔던 두루미들이
속속 도착할 것입니다.

잠자리에 들었다가 가을밤을 잠으로만 때우는 거 같아
마당에 나갔습니다. 서성댄다고 해야 할까, 손전등도 비추지
않고 여기저기 기웃거려봅니다. 늘상 살아온 곳이면서도 오늘밤은
괜히 새삼스럽습니다.
10년도 훨씬 전에 내가 심은 자작나무는 10미터쯤 크게 자랐습니다.
벚나무, 느티나무, 소나무, 뽕나무, 붉나무 등등 빠짐없이
무성하게 자라 앞마당을 지킵니다.

새로 쌓은 돌탑 틈새에서는 귀뚜라미가 자리를 잡고
귀뚤귀뚤 또르르르 울고 있습니다. 성기게 쌓았더니 귀뚜라미가
먼저 터를 잡은 것입니다.
나는 나무를 올려다보고 나무들은 나를 내려다봅니다.
내가 이 숲에 오기 전부터 계곡 밑에서 자라던 낙엽송과
아카시 나무는 그 높이가 20미터는 족히 될 만큼 장대합니다.
나무들이 보기에 주인행세를 하는 내가 어처구니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무성하게 자란 나무들이 있어 문득문득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참 좋다는 생각합니다.

요즘 사진이 왜 없을까 궁금했을 겁니다.
사진을 찍고 손질하려면 성가시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사진이 없으면 글도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없으면 틈틈이 떠오르는 단상을 바로바로
타이핑하여 업로드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글을 써놓고도 어떤 사진을 함께 올릴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까 참 간편합니다.
사진은 시간 날 때 따로 손질해서 갤러리에 올려놓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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