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9-14 08:26:23, Hit : 4080, Vote :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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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



행복.

아침에 작업하러 H씨가 와서 아침공양을 같이 했습니다.
문득 행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는 수시로 행복을
느낀다고 하니까 그는 행복한지 뭔지 모르고 산다고 합니다.
그래서 행복에 대해 얘기해주었습니다.

겨울에 땔 연탄을 1천 장이나 쌓아놓아 나는 행복합니다.  
요즘같은 환절기에 연탄을 지피거나 기름보일러를 트는 것도
어중간하여 전기장판을 미지근한 온도에 놓고 잠자리에 드는데
이때도 나는 행복함을 느낍니다. 물론 전등을 환히 켜는 것도,
티비를 켜면 지구촌 구석구석 소식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콸콸 쏟아지는 것도,
춥지 않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연탄이나 전기가 없어서 옷을 잔뜩 껴입고 얇은 침낭 속에서
밤을 보냈던 기억, 10년 넘게 물을 길어다먹었던 기억,
냉장고가 냉동고가 되는 법당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
한겨울에 언손을 녹이며 탁발 다녔던 기억,
버려진 토관속에서 노숙하던 기억 등등,
사는 동안 힘겨웠던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사는 건
천국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마침 티비에서 제주도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H씨는 여태 딱 한 번 제주도를 갈 일이 있었는데,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기가 제주도 상공에서 되돌아오는
바람에 ‘착륙’도 못했다고 하여 밥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웃는 것도 행복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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