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5-25 08:33:34, Hit : 3635, Vote :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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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있는 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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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콩.

초파일 연등을 달러 오신 노부부께서 집 다 지었다고 자랑입니다.
댐건설로 이주민이 되었는데 새 터에 흙벽돌집이 완성되었고
구들을 놓은 찜질방도 하나 지었다는 것입니다. 거기다가 얼마를 주고
나무보일러를 놓았으니 추우면 언제든지 내려오라고 이릅니다.
한 6천 평 모도 심고 오늘은 아침부터 콩을 심었다고 합니다.
문득 밥에 둬 먹는 검정콩이 생각났습니다. 얼른 콩을 내와 이거 심으면
나겠느냐고 물으니 나긴 나는데 스님네는 안 된다고 합니다.
안 되다니, 식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자란다는데
내 게으름이 탄로났나? 다행히 그게 아니고 고라니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새순을 좋아하는 고라니들이 콩 싹이 나오는 족족
먹어치우기 때문입니다. 조용하면 안개처럼 내려오는 꿩이나 멧비둘기도
만만찮은 적수입니다.  

두 분이 내려가신 후 콩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콩이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밥 지을 때마다 무심코 한웅큼씩 넣었는데 그럴 때마다 콩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걸을 수도 뛸 수도 없는 콩들은
뜨거운 밥솥으로 들어가는 동료를 보고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을 것입니다.
여태까지 어째서 나는 콩이 살아있다는 생각을 눈꼽 만큼도 하지 않았는지
의아했습니다. 그저 먹는 콩일 뿐 땅에 심는다는 생각, 땅에 심으면
싹이 돋는다는 생각을 못한 것입니다.  
콩을 볶을 때 마구 튀어오르는 것은 콩이 살아있어서 뜨거워서
그랬을 것입니다.

갑자기 쓸쓸해졌습니다.
사람도 그릇 속 콩 같은 존재와 다를 바 없는데
서로 지지고 볶고 다툼이 끊이지 않습니다.

노부부께서 ‘스님네는 안 된다’ 고 했지만 나는 콩을 심기로 했습니다.
땅기운을 받아 콩들은 서로 다투어 싹을 틔울 것입니다. 콩을 심을 때는
한 곳에 서너 개를 심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 경쟁하고 또 서로 기대서
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튼실하게 자랍니다. 콩을 심을 거라고 마음 먹으니
콩들이 알아들었는지 반짝반짝 생기가 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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