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6-02 22:48:00, Hit : 3631, Vote : 1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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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랑 원고 7월


산사랑 원고 7월

적게 갖고 적게 쓰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앞마당 '낚시터 의자'에 앉아 이 글을 씁니다.
낚시터용으로 나온 등받이와 팔걸이가 있는 접이식 알루미늄 의자입니다.
3만 원 주고 산 건데 가볍고 편안하여 벚나무 그늘 아래에 놓고
앉아 책도 읽고 쉬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절정을 이루었던 아카시아꽃도(요즘은 '아카시'라고 부르던데 아무튼)
모두 졌고 분주히 오가던 벌들도 휴식에 들어갔습니다.
머잖아 밤꽃이 피면 벌들이 다시 왕성하게 활동을 할 것입니다.
벌꿀도 조금 땄습니다. 기후가 가물어 수확량은 많지 않으나 지난해처럼
필요한 분들과 조금씩 '공유'할 만큼은 됩니다.
사실 벌들은 '언제나' 열심히 일만 하는 거 같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양식(꿀)이 넉넉하면 일을 하지 않고 놀멘놀멘 집안일을 합니다. 그러다가 사람이
꿀을 빼앗아 가면 깜짝 놀라 다시 꿀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애써 모아놓은 꿀을
빼앗아 먹는 게 미안한 일이지만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공존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앞마당 수돗물을 졸졸 틀어놓았습니다. 너무 가물어 푸석거리는 마당을
적시는 역할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새들을 위한 것입니다. 새들은 틈틈이 물가에 앉아
깃털을 고르고 목욕을 하며 기생충을 털어내며 몸을 청결히 합니다.
여러 마리가 모여 목욕을 할 때는 마치 아낙들이 빨래터에 모여있는 거 같습니다.
유월과 칠월은 녹음이 한껏 짙어지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새들이 번식을 마치는 시기입니다.
새끼들을 먹이느라 어미새들은 몰라보게 수척해집니다. 깃털의 윤기도
사라지고 색깔도 바래집니다. 벌레를 입에 문 어미들은 먹이를 보채는
새끼들 때문에 제대로 먹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어미 몫으로 영양 높은 잣을
넉넉하게 공급합니다. 벌레를 물고 온 어미새는 새끼에게 먹인 후 둥지에서
나와 잣알을 하나 물고 갑니다.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잣알 하나로 허기를
메운 어미는 다시 벌레를 찾아 숲으로 들어갑니다.

열 곳이나 되는 인공둥지에서 새들이 번식을 마쳤습니다.
참새는 2차 번식에 들어갔고 창문 밖 둥지와 현관문 옆에 걸린
둥지에서는 곤줄박이가 번식을 마쳤습니다. 어떤 녀석은 일곱 마리나
길러내느라 그야말로 등골이 빠집니다. '흰눈섭황금새'도 다섯 마리의
새끼를 키우는 중입니다.
앞마당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보고 싶던 새들이 스스로 다가옵니다.
쳐다만 보아도 달아나던 뻐꾸기도 머리위에서 천연덕스럽게
울어댑니다. 뻐꾸기는 뱁새나 솔새 같은 작은 녀석들 둥지에 몰래 알을 낳고
기르게 하는데 제새끼가 다 자랄 때까지 쉴 새 없이 울어댑니다.
어미 뻐꾸기는 울음소리를 통해 새끼에게 우는 법을 가르치고 새끼가
뱁새가 아니라 뻐꾸기라는 걸 각인시키려는 의도입니다.

뻐꾸기는 낮에만 우는 게 아니라 밤에도 열심히 웁니다.
그러나 밤에 우는 녀석 중에 소쩍새를 당할자는 없습니다. 야행성인 소쩍새는
밥은 언제 먹나 싶게 밤새도록 웁니다. 2등은 '검은등뻐꾸기'입니다.
이 녀석 우는 것도 소쩍새 못지않습니다. 밤새도록 두 녀석이 서로 경쟁하듯
웁니다.
아카시아꽃이 지면 오디가 새까맣게 익습니다. 얇은 지붕 위로 후두둑 오디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딱따구리나 직박구리, 호반새 등이 오디를 먹으러
왔다는 뜻입니다. 땅에 떨어진 오디는 멧돼지 몫입니다. 덩치는 남산만한
녀석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오디를 무척 좋아합니다.

벚나무에서 꾀꼬리가 지줄댑니다.
예쁘게 우는 놈은 어미새입니다. 새끼는 어미새에게 우는 걸 배우는 중인데
아직은 우는 게 서툴러 마치 어린아이 옹알이 하듯 합니다. 눈을 감고 앉아
새끼새들 옹알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새끼 우는 게 맘에 들지 않았는지 이따금 어미새가 카악!하고 꾸짖는 소리도
들립니다. 그러나 일주일만 더 지나면 새끼도 제법 낭랑한 목소리로 울게될 것입니다.
버찌는 흰눈섭황금새도 좋아하고 딱새도 좋아하고 노랑턱멧새도 좋아합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새들은 버찌를 따먹으면서 아름다운 노래로
보답합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새들은 사람을 무시하고 아주 가깝게 다가와
먹이를 물어갑니다.

이맘 때면 '칡넝쿨'과 외래종인 '단풍잎돼지풀'을 제거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됩니다.
칡넝쿨은 저 혼자 저만큼 떨어져 살면 괜찮을 텐데 나무를 감고 올라가
끝내 나무를 죽입니다.
넝쿨이 연할 때는 손으로 잡아당겨 끊을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풀깍는 기계에
감겨 귀찮은 존재가 됩니다. 수고스럽지만 손으로 잡아 뽑아내는 방법이 가장
확실히 제거하는 방법입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시에서 나온 '외래종제거반'이 단풍잎돼지풀을 모조리 베어주고
갔습니다. 덕분에 많이 제거되기는 했지만 안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겨울새인 콩새의
개체가 줄어든 것입니다. 단풍잎돼지풀의 씨앗은 콩새의 중요한 겨울먹이가 되었는데
먹이가 줄어드니 새들도 찾아오지 않은 것입니다.
단풍잎돼지풀 씨앗은 등줄쥐나 땃쥐 같은 작은 녀석들도 좋아합니다.
쥐가 줄어들면 작은 쥐를 먹는 때까치나 황조롱이 같은 포식자도 덩달아
줄어듭니다.
먹이그물 내지는 먹이사슬의 고리가 끊어진 것입니다. 자연은 이렇게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자연학습'의 한 과정으로 아이들이 자주 옵니다.
아이들과는 문답식으로 문제를 풀어갑니다.
--환경이 뭔지 말할 수 있는 사람?
--생태는 또 뭘 말하는 거지?
--자연이란?
--거기에 인간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지?
이렇게 묻고 답하고 따지면서 아이들 스스로 답을 말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흥미진진한 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이 한 마디씩 합니다.
--스님 머리 좀 만져봐도 돼요?
--누가 깎아주나요?
--어쩌다가 스님이 됐어요?
--왜 혼자 살아요?
등등 아이들은 궁금한 게 참 많습니다.

환경이 무엇인지 말하라면 나무, 숲, 물, 바람, 곤충, 새, 동물, 깨끗함, 더러움, 소음,
공기 등등을 나열합니다만, 정작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할 '인간' 이 빠져있습니다.
작금 지구촌 곳곳에서는 인간의 손에 의해 삼림이 파괴되거나 거대한 댐을 만들어
지형이 변형되기도 하고 그로 인해 기후까지 변화하고 엄청난 재앙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동식물의 서식환경이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처하거나 이미 멸종된 종도
수없이 많다는 건 너무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모두가 인간의 소비욕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소비를 위해 더 많이 일합니다.
좋은 주택, 좋은 자동차, 좋은 음식, 좋은 가구, 좋은 옷을 위해 투자하고
소비하며 엄청난 산업쓰레기를 양산합니다.
여행이나 스포츠 같은 여가 및 취미생활도 따지고 보면 소비를 부추기는 요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이제 조금씩 줄여야합니다. 찬란함보다 소박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곳곳에서 벌어지는 축제가 하나같이 긍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축제 하나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하지만 결국 그 짐과 빚은 각자의 몫으로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이런 얘기를 잘 알아듣습니다. 문제는 어른입니다.
교과서나 수 많은 도서와 인쇄물, 매스컴을 통해 검소하게 살자고 외치면서도
정작 어른들은 그렇게 살지 않습니다.
이런 어른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거침없이 어른을 닮아갑니다.
이런 저런 심포지움에 다녀왔습니다.
경남 람사르 재단에서 주관한 한일 논습지 심포지움에서는
일본 따오기, 황새 복원 사례가 발표되었습니다. 감명 깊었던 것은
민관 가릴 것 없이 생각이 한 곳으로 모아졌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100년 전에 멸종된 종을 복원하기 위해 100년을 계획하고
투자한다.
는 말도 감명 깊었습니다. 문득 4대강을 한꺼번에 어떻게 해보려는
우리가 부끄러웠습니다.
환경재단 환경운동 30년 심포지움에서도 결국은 '소비 줄이기'가
가장 큰 관건이었습니다.
전기와 물을 아껴 쓰고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덜 먹고 덜 쓰고 덜 갖는 것은
이제 수도자 그룹이 해야할 일 만은 아닙니다.

여름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노타이에 반바지 반팔을 입는 등 에너지를 절약하려 안간힘을 쓰는데 한편으로는
불야성을 이루며 에너지가 줄줄 새는 곳이 많습니다.
일본은 54기의 원자로가 모두 멈춰섰다고 합니다. 대단합니다.
이런 면에서도 우리는 많이 배워야하겠습니다.

올 여름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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