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6-13 10:18:24, Hit : 3637, Vote :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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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코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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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힐링

철원문화복지관에서 중학교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와 두어 시간 함께 보냈습니다.
까막딱따구리 둥지 앞으로 오게 하여 새들이 어떤 곳에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얘기해주었습니다. 잠시 후 암자로 이동했는데 하나같이 짧은 바지와
치마 차림이라서 풀뽑기는 물론이고 숲길 산책도 할 수 없었습니다.
풀줄기에 쓸려 풀독이라도 오르면 큰일이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서먹했던 아이들이 수박도 먹고 차도 마시고 오디도 따먹고
노트북과 아이패드를 내주었더니 그제서야 신나게 풀어졌습니다.
점심은 나가서 자장면과 탕수육을 사먹게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고민을 물으니 하나같이 '공부'였습니다. 공부가 큰 스트레스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여기서도 뭘 가르치고 주입하려들면 뒈레 스트레스만 받습니다.
그래서 멋대로 왁자지껄 놀게 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알게모르게 배우고 느낀 게 많았을 것입니다.

오후에는 조계사 에코힐링캠프 강의가 잡혀 있어 나갔습니다.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세 시간을 선채로 넌스톱으로 떠들었더니
목이 칼칼합니다. 시간이 늦어 저녁공양도 못하고 인사동 길에서
떡 두 개를 사 먹는 걸로 저녁공양을 대신했습니다.
꾸벅꾸벅 졸며 밤11시가 넘어 암자 입구에 도착했는데 훈련나온 미군들도
조는지 철조망을 열어주지 않습니다. 잠시 후 카튜사가 졸린 눈으로 나와
철조망을 열어줍니다. 뉴스에 나온 것처럼 요즘 사격훈련이있어서 밤낮으로
탱크 오가는 소리, 포 쏘는 소리로 여간 시끄러운 게 아닙니다.
물닭 조승호 박사님이 들어오시면서 '입구에 미군이 철조망을 쳐놓았다'고 하셔서
요즘 제가 형편이 조금 나아져서 경비병을 한국군에서 미군으로 바꿨다고
했더니 파안대소합니다.

까막딱따구리 새끼들이 둥지를 떠날 만큼 자랐습니다. 오늘 내일 둥지를 떠날 거
같아 서둘렀습니다. 집안 치우고 빨래 하고 아침 공양 하고 설거지 하고,
거기다가 오늘 아침에는 혜민 스님 나오는 아침마당을 보느라
출발이 늦었는데 6사단 앞에 장갑차들이 진을 치고 길을 막는 바람에
아홉 시가 훨씬 넘어서야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둥지 앞에는 일곱 분이 카메라를 거치해놓고 있었고 하나같이 새얼굴입니다.
포토라인을 넘어 들어가 카메라를 거치해 놓은 사람도 있고
어미새가 오가는 길목을 막고 장대같이 서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기분 상하지 않게 잘 얘기해서 새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했습니다.

새들에게 공손한 사람도 있지만 무례한 사람이 더 많습니다.
둥지 앞에서는 소곤소곤 조용히 대화를 해야 하는데
큰소리로 마구 떠듭니다. 심지어는 셔터를 누르면서도 떠듭니다. 큰소리로
전화통화를 하는 사람도 있고 담배를 피우거나 쓰레기를 버리고 전혀 주의를
의식하지 않으며 함부로 오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관리자가 내년에는 일체 출입을 금지시키겠다고 합니다.  

어느 새 카메라가 폭력의 도구가 된 느낌입니다.
자연에 대해 너무 몰라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모른다고 면죄부가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알려고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책 몇 권만 사서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는데 카메라를 장만하기 위해서는 수백 만원을 투자하면서 책 한 권 사서
읽는 것에는 인색합니다. 성능 좋은 카메라만 갖고 있으면 다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결과물이 아무리 좋아도 과정(비하인드스토리 혹은 뒷담화)이 좋지 않으면
그 결과물은 두고두고 기분좋을 수만은 없는 일입니다.

그저께는 물닭 선생님과 모처럼 한가롭게 수다를 떨었습니다.
나가서 저녁 먹자고 하는 걸 따끈하게 밥을 짓고 나물 네 가지로 소박한
'에코밥상'을 차려 둘이 마주앉아 먹었습니다.
나물이 적당히 잘 삶아지고 잘 무쳐졌다며 맛있게 드셨습니다.
음식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칠순이 넘은 마을 노보살님들이
전날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나는 또 겸손하지 못하게
자랑을 했습니다.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치유(힐링healing)의 역할로서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누가 의사 아니랄까봐 직업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사진을 통해 소통하고 대화하려는 자비로운 마음입니다.
오랫동안 품위있는 사진활동을 해오면서 주옥같은 자료가 많을 것이니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새둥지를 만들어 나무에 매달아주거나 먹이를 놓아주는 것은
새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정작 사람에게 더 많은 위로를 줍니다.
'에코힐링' 인 셈입니다.

올 여름 도연암 하안거는 '에코힐링캠프'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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