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3-20 06:21:29, Hit : 3348, Vote : 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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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만에 강에 나가 자다.


.
강에 나가 자본 게 5년은 됐나보다.

다행히 날이 많이 풀렸고 또 이번에는 강바닥이나 강기슭이 아닌
탐조용 컨테이너에 텐트를 치고 잤다. 나야 ‘원래 컨테이너 체질’이라고
자만한 게 실수였다. 초저녁에는 그런대로 잠 들 수 있었는데 새벽이 되면서
슬슬 바닥에서부터 한기가 올라오기 시작했고 이후로는 온 몸에 한기가 퍼져
다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영하 20도가 넘을 때 자갈밭에서도 잤는데 그 동안 많이 늙었구나 싶다.
차 한 잔으로 몸을 데우면 되겠다는 생각도 오산이었다. 커피포트에 물이
미지근하게 식은 거였다. 그러나 어쩌랴, 촛불을 켜고 챙겨온 다기를 꺼내 차를 우렸다.
새벽 두 시부터 어둠이 걷히는 아침 일곱 시까지 기도로 대신했다.
원자력 발전, 제주 구럼비 해안의 해군기지, 설악산 케이블카, 강화 가로림만의
조수발전소, 4대 강 등등 나라 곳곳에서 대립하고 대치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도했다. 그러나 어느 한 편에 설 수도 없는 일이다.
강 이편에서 보면 저편이, 강 저편에서 보면 이편이 안쓰럽다. 너도 옳고
너 또한 옳다고 했던 황희 정승의 생각은 비겁한 것인가 현명한 것인가.
‘우리들’ 대신 난장에서 대치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이어서
나는 더 마음이 아프고 더 간절하다.    

날이 밝으면서 희미하게 두루미들이 보였다.
숨을 죽이고 새들을 바라보았다. 새들은 등에 내려앉은 서리를 털어내고 산책을
시작했다. 걷는 모습이 영락없이 기품있는 선비의 걸음이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선비는 학처럼 걸으라고 했나보다. 산마루에 해가 솟으면서 짙게 깔렸던 안개가
걷힐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따뜻한 기온은 강을 오리무중으로 만들었다.
새들도 안개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다. 햇살이 완전히 퍼지고 안개가 걷혔다.
그러나 새들도 안개처럼 사라지고 강은 정막하다.
마치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아침산책을 즐긴 후 안개를 타고 다시
천상세계로 사라진 것만 같다.

기온이 오르고 대지의 상승기류가 형성되면 들판의 새들은 두 날개를 활짝 펴고
떠오르기 시작한다. 공룡의 후예답게 굵고 우렁찬 울음소리로 동료들을
불러모으며 빙글빙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시야에서 사라진다. 새들은 아주
짧은 시간에 수십 수백 km를 이동할 것이다.
들판에서 새들을 볼 날도 며칠 남지 않았다.
어제 두루미 네트워크 이기섭 박사의 두루미 개체조사를 도왔는데
전날 만해도 일본에서 올라온 재두루미를 포함하여 1천 여 개체였던
숫자가 5백 개체로 줄어들었다. 이마저 오늘 내일 중으로 모두 이동을
마칠 것으로 짐작된다.

야영을 하면 고생이 되긴 해도 바깥 기운이 온몸을 싸고돌며 충전되는
게 느껴진다. 길짐승 오가는 소리, 청둥오리 옹알이 하는 소리, 야행성인
기러기 오가는 소리, 가끔이지만 두루미 경계울음소리에 물소리 바람소리
그 어떤 것도 기운 아닌 게 없다.
새들이 모두 떠나기 전에 하루 더 나가 밤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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