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4-16 00:03:50, Hit : 3372, Vote : 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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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랑 원고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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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떻게 소통하십니까.

새들에게 공급되는 먹이가 넉넉하면 모여드는 새들도 다양하고
숫자도 많습니다. 먹이통 근처에 둥지를 지으려는 녀석들 때문에 둥지쟁탈전도
치열합니다. 나무구멍은 딱따구리와 하늘다람쥐가 서로 쟁탈전을 벌이고
인공둥지는 박새와 참새와 곤줄박이가 서로 자기 둥지라고 주장합니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냉큼 둥지 안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다가
한 녀석은 아예 둥지 위에 앉아 둥지를 지키고 한 녀석만 부지런히 보드라운
재료를 물어나릅니다.  
비둘기 한 마리가 참매에게 당했습니다. 살코기는 참매 새끼들에게 먹여지고
바람에 날리는 깃털은 작은 새들의 둥지재료로 쓰입니다. 비둘기 한 마리의 희생은
또 다른 여러 생명을 잉태시킵니다. 이런 것이 자연의 순리입니다.

밤중이면 만찬을 즐기러 등장하는 다섯 마리의 새끼멧돼지는 벌써
중돼지가 됐습니다. '돼지처럼 먹는다'는 말이 있지만 멧돼지는 집돼지와 달리
절대로 게걸스럽게 먹지 않습니다. 멧돼지 먹이로는 옥수수를 공급하는데 마치
포크로 하나씩 찍어먹듯 얌전히 먹습니다. 칡뿌리나 고구마를 캐먹기 위해
땅을 파헤칠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털갈이를 하느라 몰골이 사나웠던
너구리 두 마리는 토실토실 살이 오른데다가 금빛 털옷으로 갈아입고
몰라보게 변신했습니다.  
호랑지빠귀는 지난해보다 하루 늦게 왔습니다. 그러나 되지빠귀는 열흘이나
빨리 왔습니다.

철원평야의 흰두루미는 모두 북쪽으로 돌아갔지만 재두루미는 4월 13일 현재
60 마리가 민통선 안쪽에서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쇠기러기는 4월 15일 현재
암자에서 가까운 냉정리 저수지에서 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노랑부리저어새
두 마리도 관찰되었습니다. 북상길에 관찰되는 새들은 노랑부리저어새 뿐 만이
아닙니다. 논갈이를 마친 논에서는 북상중인 댕기물떼새 커풀이 열심히 거미와
딱정벌레 같은 곤충을 잡고 있었습니다. 습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도요새들과
물떼새들이 까불거리며 오가는 모습이 관찰됩니다. 노랑지빠귀는 두엄을
뒤지고 있고 수백 마리의 되새는 먼 길을 떠나기에 앞서 들깨밭에서 열심히
먹이를 찾는 중입니다.  
절벽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사는 노루귀는 식구가 열 포기로 늘어났습니다.
사람들 눈에 잘 뛰지 않게 숨어 산 까닭에 숫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노루귀와 현호색이 피고지면 노란 피나물이 피기 시작하면서 오월은
절정기를 맞습니다.

하남 남한산성 골짜기에 사는 수영이는 대안학교 7학년(중학교 1학년)입니다.
지난 겨울 두루미가 자는 철원 토교저수지 낚시대회 반대 현수막을 함께 들었던
그 꼬마입니다. 수영이가 이번에는 생태공부도 하고 사진 찍는 법도
배우고 싶다며 혼자 도연암에 왔습니다. 3박 4일 동안 함께 지내면서
4월 13일에 연천에서 열린 두루미 심포지움에도 가봤습니다. 어른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을 것입니다.
수영이한테는 아직 휴대폰이 없습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니어서
아빠에게 사달라고 하면 사주겠지만 꼭 필요하지 않아 사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앉았다 하면 휴대폰을 꺼내드는데 반해
수영이는 책을 뒤적입니다.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닌데 생각이 깊습니다.

가끔 서울 볼일이 있어 나가는 길에 지하철을 타보면 승객 중 반 이상이
스마트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어떤 날은 호기심에 세어보았더니 열에
여덟이나 스마트폰을 쥐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분위기에 눌려 걸망 속에서
책을 꺼내들기가 민망합니다. 머잖아 <휴대폰>은 그 이름조차 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스마트폰 역시 따지고 보면 정확한 이름은 아닙니다.
소리와 문자를 통한 다양한 통신, 게임, e-mail, 뉴스를 비롯한 정보검색,
문서작성 등등 컴퓨터의 기능을 넘어선 진정한 Personal Computer가 된 것입니다.
사람들마다 나름대로 자주 사용하는 분야가 있겠지만 내 경우 뉴스 검색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위한 수단으로 자주 이용되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초록살이> 라는 이름으로 부산, 창녕, 순천, 군산, 서산, 김포,
연천, 속초, 철원 등 곳곳에서 여러 사람이 도연암에 모였습니다.
<초록살이>는 각자 사는 지역에서 지역 사람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알리고
함께 공부하는 모임으로, 한달에 한 번씩 모여 각자의 지역의 환경에 대한
개선된 점이나 문제점을 보여주거나 들려주며 교류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동안 게을렀던 한탄강 돌아보기에 더 많은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여태까지 강은 천대받았던 게 사실입니다. 함부로 쓰레기와 오물을 버리고
더럽혔습니다. 결국 4대강 정비라는 빌미를 제공한 셈입니다.
강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생물들이 강에 기대 살고 있는지, 식물은 또
어떤 종류가 서식하고 있는지,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낱낱이 조사하고
기록해두면 훗날 좋은 자료로 쓰일 것입니다.
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한정된 자원의 씀씀이도 상대적으로 헤퍼졌습니다.
전 국민이 전기와 물 소비를 줄이면 원자력 발전이나 댐 건설을 강행할
명분이 사라집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수영이와 왕복 십리 쯤 산책에 나섰습니다. 산골짜기인데도 악취가
진동합니다. 밭에다 가축분뇨를 산더미처럼 방치했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면 가축분뇨는 실개천을 따라 한탄강으로 유입될 것입니다. 돼지, 소,
닭 농장 뿐 아닙니다. 개농장과 사슴농장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정화시설이 있을 리 없어 실개천으로 악취 나는 시커먼 구정물이 흘렀습니다.
수영이에게 답을 물었더니 '고기를 덜 먹어야겠어요' 하고 대답합니다.

수영이를 데리러 수영이 아빠, 엄마, 누나까지 와 하루를 묵었습니다.
때마침 두루미 심포지움에 참석했던 서산 김신환 원장님과 군산의
주용기 선생도 도연암에서 하루를 묵으며 밤 늦도록 토론을 벌였습니다.
어찌보면 말잔치에 불과하지만 서로가 미처 몰랐던 것들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소통의 부재로 인해 곳곳에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서두루지 말고 인내력을
가지고 충분히 협의하고 이해하면 못할 일도 아닌데 너무 서둘렀기
때문입니다. 서둘러서 좋은 일 없습니다. 소통하는 공부 좀 더해야겠습니다.
아름다운 봄날, 여러분 행복하십시오.

사진 / 창문 밖에 세워놓은 고목나무에서 둥지를 탐색 중인
오색딱따구리 암컷(위)과 수컷(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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