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11-16 12:56:02, Hit : 3556, Vote :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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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멍멍이 똘이는 열심히 취미활동 중이다.
두 달 전 45일된 녀석을 입양했는데 입으로 물어 나를 수 있는 것은
빠짐없이 수집하는 게 녀석의 취미생활이다.
음식물이 담겼던 용기, 갖가지 페트병, 타다 남은 쓰레기, 버려진 걸레, 나무토막,
장화, 운동화, 슬리퍼, 고무호스, 면장갑, 무거운 전동드릴에 이르기까지
종류를 헤아릴 수 없다. 그래서 아침마다 앞마당은 쓰레기 집하장이 된다.
나는 청소하고 똘이는 다시 물어들이고, 청소하면 또 물어들이기를 반복하는데
놈은 취미생활을 핑계로 은근히 나를 골려먹는 게 아닐까 별 웃기는
상상까지 해본다.
이를 테면 놈에게 빈 요구르트 페트병을 던져 물어오게 하면
‘어쭈, 이 인간 잘 던지는데? 다시 던져봐!’ 하고 페트병을 물어다가 내 앞에 놓으며
기특해할 지도 모른다는 거다. 내편에서 보면 놈을 훈련시키는 것이고
놈의 편에서 보면 나를 훈련시키는 꼴이 아니겠는가.

그야말로 <멀티미디어>가 됐었다.
글 쓰는 선수가 아니어서 책 하나 엮는 일도 분주하기 짝이 없었다.  
갖가지 행사에도 참여해야 했고 두 번의 전시회와 출판기념회도
성황리에 마쳤다. 준비에서부터 손님 맞고 행사 치르느라 몸은 고단했지만
보람도 컸다.  
사진전 주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으로 정했다.  
생명이 있는 것이든 없는 것이든 삼라만상은 생멸변화生滅變化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으며 실체가 없음을 말한다.
사진은 두루미가 나는 모습을 느린 셔터속도로 촬영한 것들을 내걸었다.
동감動感 있는 사진이다. 입자도 거칠다.
그러나 사진이 어디 움직이던가. 사진의 실체는 종이와 염료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은 종이와 염료와 점(거친 입자)일 뿐인데
두루미가 아름답게 날고 있다고 말한다. 마음이 모양像으로 보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실체가 아닌 허상에 속고 산다.
이번 사진전은 사람들이 눈에 보이고 만져지는 모든 것들을
실체라 여기며 집착하는 것을 꼬집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사이사이 공양간 공사도 시작했다.  
전문가 손을 빌렸으면 하루 이틀 만에 뚝딱 해치웠겠지만 비용을 아끼려고
비전문가를 데리고 손수 공사를 했더니 두 달이나 걸려 완성되었다.
컨테이너 숙소 옆에 터를 고르고 조립식 판넬로 벽체를 세우고 지붕을 얹었다.
바닥에는 보일러 배관까지 깔았다.      
지난 일요일에는 문병규 과장과 법등지 보살 일행이 도배 봉사를 했다.
동쪽으로 난 창문으로는 아침햇살을 고스란히 받는다. 창문을 식탁 높이와
같게 했기 때문에 식탁에 앉으면 맞은편 산봉우리와 말갈기 같은 능선과
신작로와 건너편 마을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그 동안 법당을 공양간과 겸했던 터라 추운 겨울이면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죽지 못해 밥 한 술 떠먹었다. 그러나 올 겨울부터는 따뜻한
공양간에서 사철 변화하는 풍광을 감상하며 제법 품위있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아침저녁으로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까지 볼 수 있으니 공양간이 생기면서
얻는 보너스가 상당하다.

10년 넘게 sbs ‘물은 생명이다’를 만들었던 이성수 pd가 하룻밤 묵고 갔다.
아이 때문에 키우던 개를 다른 집으로 보냈는데 밥그릇 하나에 장난감 하나,
먹다 남은 사료 조금...무소유가 무엇인지 강아지 한 마리를 보내면서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우거진 숲이 앙상하게 변하고 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름새들은 번식하느라 공들여 지은 둥지를 버리고 모두 떠나고
겨울새들이 여름새가 떠난 빈자리를 채우는 중이다.
새들은 하나같이 빈손이다.
한곳에 오래 살다보니 자꾸자꾸 삶의 때가 켜켜이 쌓여
정말이지 산새처럼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사진전 행사 경비는 총 5백만 원이 지출되었는데 지난 1년 동안 여러 행사를
통한 소득과 여러분께서 넣어주신 불전함을 털어 충당했다.
4점의 작품이 팔려 3백만 원의 소득이 있었고 전시작품이 남았으니
이만하면 얼추 수지는 맞춘 거 같다.
행사기간 동안 새로 나온 책 150권을 주문했다.
100권은 출판사에서 50권은 서점에서 구입했는데 출판사에서는 1만 원에
구입했고 서점에서는 정가대로 13,800원에 구입했다.  
전시장에서 모두 100권의 책이 나갔으며 증정과 판매가 반반이었고
판매는 권당 1만 원을 받았으니 적자인 거 같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책 한 권 가져가면서 두세 권 값을 놓고 가거나 때로는 열 권 값을
놓고 간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누는 걸 ‘법보시’라고 한다.)

책은 소매점인 오프라인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구해보시면 좋겠다.
그래야 책 만드는 사람도 먹고 살고 책 파는 사람도 먹고 산다.
책 한 권 팔리면 저자에게 1천 원이 입금된다.
여러분께서 열심히 팔아주셔야 내년에 또 어린이들과 두루미 그림 그리기
행사도 치루고 전시회를 열 수 있다.

새로 나온 책 '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를 구입해주신 여러분께
거듭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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