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2-02-15 07:10:28, Hit : 3513, Vote : 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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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사랑 원고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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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랑 원고 2012년 3,4월호

새들이 달라졌습니다.

새들은 겨울을 보내는 방법이 다양합니다. 명금류의 작은 산새들은 겨울에도
쉬지 않고 열심히 먹이활동을 하는데 반해 텃새인 흰뺨검둥오리, 겨울철새인 청둥오리와
쇠오리는 물가에서 쉬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물가에서만
보내는 건 아닙니다. 햇살이 좋으면 물가를 떠나 무리지어 논으로 나가 먹이활동을 합니다.
가창오리는 한낮을 물 위에서 보내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들판으로 나갑니다. 그 유명한
가창오리의 군무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가창오리만큼은 아니더라도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쇠오리도 수십에서 수백 마리씩
깃털을 반짝거리며 하늘에서 군무를 펼칩니다. 물가에서 쉬던 새들은 들판으로 곧바로
날아가 먹이활동을 하면 될 텐데 어째서 춤추듯 날아다닐까요. 나는 새들의 이런 행동이
새들의 놀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들도 개구쟁이처럼 서로 장난을 칩니다.

곤줄박이, 박새, 쇠박새, 동고비 같은 텃새의 울음소리가 매끄러워졌습니다.
멧비둘기도 구구구구 울기 시작했습니다. 새들이 계절이 바뀌는 걸 먼저 알아채고
우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봄에 밭을 갈고 파종 준비를 하는 것처럼
텃새들은 번식기를 앞두고 열심히 웁니다. 겨우내 열심히 몸을 만든 새들은
몸매를 자랑하며 영역을 선포합니다. 그래야 아름다운 배필을 맞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결정권은 암컷에게 있습니다. 몸매와 노래소리가 암컷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해를 외로운 노총각으로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먹이가 부족한 새들은 인공먹이통 근처로 매일 출근을 합니다.
배를 채운 새들은 서둘러 숲으로 퇴근합니다. 잠자리를 놓치면 추운밤을 밖에서
덜덜 떨며 보내야합니다. 그런데 3월에 되면 숲에서 먹이를 찾기가
수월하여 먹이통을 찾는 새들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딱따구리는 뜨르르르 부리로 나무를 쫍니다. 나무 껍질 속에 든 애벌레를 잡으며
자기의 존재를 알리는 것입니다. 햇살이 따뜻한 창가에 앉아 책을 보다가 깜빡 졸고
있을 때 뜨르르르 하고 딱따구리가 나무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면 이상하게
나는 마음이 행복해집니다.
밤에는 수리부엉이가 열심히 웁니다.
겨울에 포란을 시작한 수리부엉이는 벌써 새끼를 키우는 모양입니다.

텃새도 오뉴월 남쪽에서 번식을 위해 찾아오는 여름새처럼 녹음이 우거지는 6,7월에
번식을 합니다. 그런데 텃새들은 어째서 춘삼월부터 울어댈까요. 그것은 바로
여름새들 때문입니다. 속속 도착한 여름새들 우는 소리와 섞이지 않으려는
치밀한 계산인 것입니다.  
박새, 곤줄박이, 쇠박새, 멧새, 딱따구리, 직박구리 같은 녀석들은 독창을 좋아하지만
참새, 붉은머리오목눈이, 까치, 까마귀는 합장을 합니다. 그래서 이들이 한꺼번에
노래를 부를 때면 마치 잘 훈련된 합창단을 보는 듯합니다. 앞엣녀석들은 합창단의
주연이고 뒤엣녀석들은 조연이 됩니다.  

겨우내 진화한 녀석들도 있습니다. 바로 노랑턱멧새와 참새입니다.
노랑턱멧새와 참새는 주로 바닥에서 먹이를 찾습니다. 그런데 바닥에서
먹을 먹이가 없으니까 나무에 매달린 먹이통을 엿보기 시작했습니다. 박새와 곤줄박이,
동고비가 먹이통에서 먹이를 꺼내먹는 걸 지켜본 노랑턱멧새와 참새가 드디어
먹이통에서 먹이를 꺼내먹기 시작했습니다. 학습의 결과이며 진화를 한 셈입니다.
노랑턱멧새와 참새까지 먹이통을 드나들게 되면서 먹이통이 비워지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이삼일에 한 번 먹이통을 채워주었는데 이제는 하루만에 먹이통이
비워집니다. 그래도 먹이가 아깝지는 않습니다. 하루 종일 창가에 앉아
새들이 오가는 걸 즐겁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원근각지에서 유치원 아이들, 초등학생들이 가장 많이 다녀갔으며 어른들도 상당수
다녀갔습니다.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도 다녀가고 자연을 지키려는 사람들, 자연과
환경을 보호하는 사람들도 다녀갑니다.

지난 겨울에는 이곳저곳 몇 군데 온실을 찾아다녔습니다. 양수리, 양평, 제주도 등등
다양한 온실을 구경하고 왔는데 제주도는 두 번이나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제주도에
있는 온실들이 가장 좋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포천에 있는 허브랜드가 가장
훌륭했습니다.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우선 따뜻했고 식물들에 쏟는 정성이 대단했습니다.
온실 순례를 한 까닭은 나도 작은 온실을 하나 갖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부엌방이 따뜻해 화분을 들여놓은 게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기장판 하나로 지낼 때는 식물 하나 들여놓을 수 없었는데 부엌방을 만들고
연탄보일러를 놓으면서 방이 따뜻해졌습니다.
대략 50평 쯤 되는 <온실법당>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습니다. 사철 갖가지 식물이
우거지고 새들이 드나드는 <숲법당>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숲법당에서 예불도 올리고
차도 마시고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토론도 하고 서로 가르치고 공부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즐겁습니다.

숲법당의 모델은 포천 허브랜드입니다. 겨우내 허브랜드는 네 번을 갔습니다.
갈 때마다 구석구석 손도 많이 가고 정성을 쏟은 흔적들이 발견됩니다. 직원이
100 명이나 된다니 그렇게 가꿀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숲에서 얻는 치유입니다. 삭막하기 짝이 없는 겨울, 우거진 온실을 걷거나 앉아서
쉬고 있으면 긴장했던 온몸이 절로 이완됩니다. 결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소득입니다. 그래서 숲법당이 더 간절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곳에 새들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따금 박새 몇 마리가
관찰되었지만 도연암처럼 다양한 새들이 바글바글 오가지는 않았습니다.  
숲법당에서는 별도의 기도도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갖가지 식물과 꽃과 대화하고 새와 나비와 곤충과 대화하는 게 기도가 될 터이고
찌푸렸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질 것입니다. 얼굴이 밝아지면 일도 잘 풀리고
뭐든 안 되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앞뒤 숲이 모두 법당입니다.
아무도 가꾸지 않아도 절로 만들어진 숲 자체가 법문이며 위대한 스승입니다.
다만 너무 커서 잘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일본까지 날아가 겨울을 보낸 재두루미들이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에서 돌아온 녀석들은 사람들을 겁내지 않아 금방 알 수가 있습니다. 그쪽에서는
두루미들에게 친절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철원 민통선 안에 있는 토교저수지에서
대규모 얼음낚시대회가 열렸습니다.
20만 마리나 되는 쇠기러기와 천연기념물인 수백 마리의 두루미와 독수리가
해마다 겨울이면 찾아와 월동을 합니다. 얼음이 얼고 토교저수지에서 잠을 자는
새들은 이보다 훨씬 줄었지만 아주 떠난 것은 아닙니다. 두루미의 고장
철원을 표방하면서 이런 곳에서 낚시대회를 허가하다니 사람들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거 같습니다. 더욱이 누구 한 사람 안 된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는 게
더 이상했습니다. 자기네 고장이, 그것도 새들이 쉬는 곳을 1천 명이 넘는 낚시꾼이
짓밟는데도 이를 나무라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부득이 혼자라도 나서야했습니다. 마침 하남에서 6학년 수영이와 수영이 아빠가 찾아와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김화에 사는 동규씨도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준비를 마치고 고석정까지 갔는데 벌써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불을 밝히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탱크처럼도 보였고
시위대를 향해 돌진하는 전투경찰과도 같았습니다.
어둠 속에 토교저수지로 들어가는 민통선 검문소 앞에 도착했습니다.
검문소에 총을 든 군인들이 검문을 합니다. 자칫하면 준비가 헛수고가 될 거
같았습니다. 그래서 현수막을 펼쳤습니다.
현수막에는 '어서오십시오, 두루미의 고장 철원입니다' 라고 써있었습니다.
철원경찰서 정보과 형사도 이미 알고 다가와 이것저것 묻습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얻어터지면(?) 빨리 연락하라고 명함을 주고 갑니다.
오전 7시, 낚시꾼을 태운 버스가 하나 둘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얼른
두루미 도래지 낚시 반대, 라고 쓰인 현수막을 꺼내 펼쳤습니다.    

낚시반대 현수막 시위를 목도한 버스 안의 낚시꾼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수영이 또래의 아이들을 데리고 왔는데 애써 외면했습니다.
영하 16도의 추위에 발을 동동 구르며 현수막을 들고 서있는 수영이를 본 것입니다.
25대의 버스, 수십 대의 승용차가 검문소를 통과하는데는 한 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잠시 후 낚시꾼들이 저수지 둑 위로 올라서자 잠을 자던 두루미들이 삼삼오오
날아 나오는 게 관찰되었습니다. 이어서 요란한 엔진톱 돌아가는 소리가
500 미터도 더 떨어진 아스팔트 신작로와 들판에까지 울려퍼졌습니다. 엔진톱으로
얼음구멍을 뚫는 것이었습니다.
두루미의 잠자리가 유린당하는 게 보기 싫어 저수지에 가보지 않았는데 기어이
가보았습니다. 얼음판을 점령한 1,200명의 인파! 그 다음은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철원군은 낚시꾼을 통해 철원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지구촌은 환경의 날까지 정해가면서 자연보존을 한목소리로 외치는데
철원은 돌도끼로 사냥을 하는 석기시대입니다. 창원에는 주남저수지가 있고
부산에는 을숙도, 창녕에는 우포늪이 있다면 철원에는 학저수지와 토교저수지가
있습니다. 주남저수지와 우포늪이 1,200명이나 되는 대규모 낚시꾼에 의해
유린당했다면, 상상이나 되겠습니까.
그런데 철원은 어서 와서 짓밟아 달라고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국토를 수호해야할
국군을 낚시꾼 수발이나 들게 했습니다.

낚시대회 이후 들판에 나가보았습니다. 그러나 웬일인지 새들은 그렇게
행복해보이지 않습니다. 사람들 눈치를 보며 들판 구석진 곳에 서성대고 있었습니다.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챈 것입니다.
'새를 사랑한 산' 이라는 ‘웃기는 책’을 보았습니다. 왜 웃기는 책이냐 하면
10 분이면 한 권을 다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용까지 가볍지는 않았습니다.
원고지 수십 장 분량밖에 안 되지만 무척 감동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새 한 마리 없는 산에, 산이 길 잃은 새 한 마리를 사랑하면서 새는 씨앗을 물어 나르고
훗날 산은 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산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창문 유리에 양면접착제를 이용하여 먹이통을 붙여놓았는데 먹이통이 비었다며
곤줄박이 한 마리가 유리창을 톡톡 쪼아댑니다. 새들이 살아있는 한 숲은 영원할
것입니다. 새들이 달라진 것처럼 사람도 달라져야하겠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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