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1-15 01:20:32, Hit : 4745, Vote : 1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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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수 믿는 부처가 다녀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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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믿는 부처가 다녀갔네,

남쪽에 내려가 있을 때 정명섭 시인 모친께서 돌아가셨다는 전갈을 받았다.
일정도 남아있을뿐더러 야간운전이 어려워 문상을 못하고 삼우제가 일요일이니
그 때 가겠다고 약속하고 아침에 올라오는데 운전하는 내내 마음이 무겁다.
이번에는 늘 다니던 길이 지루해 안동-영주-단양-원주-춘천길을 택했다.

안동을 지나면서 일기예보대로 눈이 내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안개도 슬슬
짙어지더니 소백산에 이르러서는 심각할 만큼 시야가 어둡다. 전조등을 켜고 조심운전을
했지만 긴장 탓에 휴게소에서 먹은 점심이 소화가 안 될 지경이다.  
춘천시내를 벗어나고 춘천댐에서부터 사창리-철원으로 이어지는 길로 들어서자 아름다운
설경이 펼쳐진다.
그제야 나는 ‘추운고장’ 에 돌아왔음을 알아챈다.

곳곳에 설치된 방역시설을 지날 때마다 엄청나게 뒤집어 쓴 약물세례만 아니었다면
돌아오는 길이 훨씬 즐거웠을 텐데, 무슨 병균이 하필이면 추운 겨울이면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사람들을 고단하게 만든다니,
세차장에 들러 물을 뿌렸더니 걸레질 할 틈도 주지 않고 ‘급냉동’ 이 된다.
바깥기온이 영하 10도나 된다는 걸 미처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자동차 세워두는 곳에 대빗자루가 나와있다.
누군가 눈을 쓸고 놓아둔 것인데 법당 앞까지 길이 훤하다.  
고맙기도 해라.
연탄보일러와 화장실 난로에도 불이 확확 피어오르고 있다.
교회에 다니는 동갑내기 H씨 짓이다.
언제 오느냐고 묻더니 내가 오기 하루 전부터 오가며 꺼진 불을 지펴놓은 것이다.
난로가에는 물을 네 통이나 길어다 두었다.
방바닥이 따뜻하다.
따뜻한 방바닥만큼이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나는 감격하네.  

가끔 ‘소주 한 잔 하겠느냐’ 물으면 ‘절에서 어떻게 술을 마시느냐’고 손사래를 치는,
때로는 나보다 더 ‘중스러운’ H씨는 예수 믿는 부처가 틀림없다.

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예수 믿는 부처가 드나들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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