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1-16 02:01:54, Hit : 5210, Vote :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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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춥다,


.
눈 쌓이고 찬바람 불고, 새들이 법당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눈(雪)이 내리면 눈에 들어오는 풍경 어느 것 하나 ‘작품’ 아닌 게 없다.
눈이라고 다 같은 눈이 아니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눈이 내리면 좋은 일이라도
일어나고 좋은 소식이라도 들릴 것 같아서일까.
땅에 얇게 깔린 눈은 부끄럼 많은 처녀눈이다. 왔다 싶으면 어느 새 사라지고 없다.
손가락 두 마디나 세 마디 쯤 쌓인 눈은 뽀드득 소리도 경쾌한 청년눈이다.
한 뼘 쯤 수북하게 쌓이면 풍년을 예고한다. 눈이 천천히 녹으면서 식물들이 수분을
흡수할 충분한 시간을 벌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은 초입부터 두 번에 걸쳐 눈이 내려 한 뼘 넘게 쌓였다.
이럴 때는 읽던 책을 덮어놓고 적막한 설경을 감상하는 게 제격이다.
아름다운 설경이 사라질까 조바심을 하면서 나는 사람만 간신히 다닐 수
있을 만큼만 비질을 해 길을 터두었다.
밤에 보는 설경도 낮에 보는 설경 못지않게 아름답다.
실내등은 끄고 바깥 외등에 비친 고즈넉한 밤풍경은 혼자 사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랄 수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새들이 부산스럽다.
카메라를 하나씩 목에 건 사람들이 내가 아끼는(?) 눈을 여기저기 함부로 밟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새들 먹이터까지 점령한 것이다.
설경은 사람들의 발길에 짓밟혀 단박에 초토화가 되었고 새들도 혼비백산 모두 숲으로
달아났다. 사람 다니는 눈길이 트여졌고 눈 위에 새나 길짐승 발자국 외에
사람 발자국이 없다는 걸 알았다면 함부로 발자국을 내지는 않았을 텐데
사람들은 참 무감각하다.
사람들이 돌아간 후 나는 먹이터에 ‘위험’이라고 붉은 글씨가 새겨진, 공사장에서나
쓰는 비닐 안전띠를 길게 둘러쳤다. 혹시라도 오시는 분들은 띠가 쳐진 곳은
새들의 영역이니 함부로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눈이 내릴 때마다 나는 기왕이면 키만큼이나 내려서 봄이 올 때까지 온 세상을
두껍게 덮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한다. 그러면
세상의 시끄러운 일과 보기 싫은 일 모두모두 눈 속에 묻혀 고요하지 않을까.

날이 추워지는 건 새들이 먼저 알아채고 법당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지금 이 시간 바깥 기온은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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