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2-16 19:17:22, Hit : 4278, Vote : 1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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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들이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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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고생이 많다...

검고 흰 들개 세 마리가 고라니를 쫓아 종횡무진 숲을 휘젓고 다닌다.
그러다가 한 녀석이 밀렵꾼이 놓은 올무에 걸렸는지 골짜기가 찌렁찌렁 울리도록
운다. 고라니나 너구리 같은 산짐승들을 못살게 굴던 녀석이라 샘통이다 싶었지만
마침 방문한 손님과 절단기를 챙겨들고 올라가봤더니 흔적없이 사라졌다.
다행히 올무가 풀려 달아난 것이다.
--개놈들! 혼이 났으니 다시는 오지 않겠지!
그러면서 산에서 내려오며 생각해보니 들개들이 욕 먹을 이유가 없는 거였다.
들개들이 몰려다니며 야생동물을 위협하게 된 원인은 순전히 사람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마을에는 두 곳에 ‘개농장’ 있다.
자건거를 타거나 산책 중에 개농장 앞을 지날 때면 역한 냄새 때문에 숨을 멈추고
지나간다. 사람들이 먹다 남긴 ‘쓰레기 같은 음식 찌꺼기’를 개들에게 먹여서 그런지
개농장에서 풍기는 냄새는 사료를 먹는 돼지농장이나 양계장에서 풍기는 냄새보다
몇 배 더 지독하다.
개농장은 또 그 곳에 살지도 않는 외지인이 오가며 운영하기 때문에
혐오스런 냄새와 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마을 사람들이 감내해야할 몫으로
남는다.
야생동물을 뒤쫓는 들개들은 아마도 이런 개농장에서 탈출한 녀석들일 것이다.

티비에서 보니까 동물구조대가 버려진 개 한 마리를 구조하기 위해 난리를 치던데
식용으로 대량 사육되는 멍멍이에 대해서는 어째서 눈길 한 번 주지 않는지
나는 참 아리송하다.
어디 멍멍이 뿐이랴, 30일 밖에 못사는 닭, 태어난 지 180일이면 죽어야 하는 돼지,
3년 밖에 못사는 소는 또 어떻고.
불교계에서는 구제역으로 죽은 동물들의 위령제를 지내는 일에 앞서
육식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홍보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24시간 약을 뿌려대는 지역 공무원이나 농장주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암자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는 소독지원을 하던 육군 이등병이 자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까지 발생했다.
이게 모두 누구 탓일까.
개 돼지 탓일까 부처님 눈을 닮았다는 우직한 소 탓일까.

철원에는 구제역으로 무사한 돼지 농장이 딱 한 군데 밖에 안 남았다고 하고
종돈을 키우는 냉정리 이종호 님은 3천 5백 마리를 땅에 묻었다고 하는 등
이 지역 돼지 농장은 구제역 전염병으로 ‘싹쓸이’를 당했다.  
산책길에 소독지역임을 안내(?)하는 인형이
어디에 대고 휴대전화를 하려는지 다리 난간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있다.
마치 오늘 날 위기에 처한 축산업을 말하는 듯.
      

나는 속으로 ‘에고, 니가 고생이 많구나’ 하며 지나는데
정작 고생이 많은 건 인형도 사람도 아니고 개나 소 돼지 같은 가축들이어서
나는 다시 고쳐 말했다.

--멍멍이들아 돼지들아 우공들아, 니들이 고생이 많다...  

사진 / 스마트폰 카툰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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