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3-14 10:41:43, Hit : 4164, Vote :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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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춤주춤 봄이 다가오다.



주춤주춤 봄이 다가오다.

영하 25도를 오르내리는 한파가 멈출 줄 모를 때는 봄이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주춤주춤 봄은 오고 있었다. 봄이 오고 있음을 이끼식물이 먼저 알아채고
푸릇푸릇 옷을 갈아입는다.
골짜기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녀석은 ‘너도바람꽃’ 이다.
가끔은 둘이 나란히 피기도 하지만 여기 하나 저기 하나 거리를 두고 피는 바람에
자칫하면 무심한 발길에 밟힐까 염려스럽다. 그래서 이맘 때 아침 포행은 멀리보지 말고
발끝을 잘 살펴야 한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 고 하지만 내 눈은 높이 나는 새의 눈도 아니어서
가깝게 ‘셋팅’ 되었다. 의사 선생께서 가까운 걸 잘 보게 해드릴까요 먼 걸 잘 보게
해드릴까요 물어 가까운 걸 잘 보게 해달라고 한 것이다.
가까운 사물이 잘 보이는 눈을 근시안이라 하고
먼 데 사물이 잘 보이는 눈을 원시안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이 사는데 있어서 ‘근시안’ 이란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가까운 데만 보고 미래는 보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런가, 사람들은 가까운 곳을 잘 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찾고자 하는 게 가까운 데 있다는 걸 모르고 너무 먼 데서 찾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가장 가까운 데서 찾을 것을 권한다.
지금 위치에서 가장 유리한 게 뭐며 가장 잘하는 게 뭔지 생각해보면 그 안에
답이 나오게 마련인데 자꾸 바깥에서 구하려하기 때문에 시행착오와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대로 가업이 농부였다면 아들 하나쯤은 더 훌륭한 농부를 만들거나
되어야 하는데 하나같이 도회지로 나가 월급쟁이를 한다면 그야말로
소는 누가 키우겠는가.

내가 틈만 나면 뒷산 골짜기를 누비는 까닭도 앞을 잘 보기 위해서다.
물푸레 나무는 어디에 있고 노루귀는 어디에서 꽃을 피우며 여름마다 찾아와
아름답게 우는 되지빠귀는 어디에 둥지를 트는지,
날마다 들여다보아도 신비롭고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    
오늘 아침에는 안개비가 살짝 내려 땅이 촉촉하게 젖었다.
안개비가 보슬비로 내리면 대지는 우후죽순처럼 새싹을 밀어올릴 것이다. 식물이
살아있는 게 아니라 대지가 살아있는 것이다.  
얼음 밑으로 흐르던 골짜기 샘물도 모습을 드러내 바가지로 물 깃기가 사뭇 쉬워졌다.

골짜기 샘물을 길어오는 거리는 왕복 8백 미터 쯤,
하루 두 번 물지게를 지고 오르내리는 걸 보고 사람들은 힘들겠다며 염려하지만
힘들게 길어온 물이니 만큼 찻물 한 방울도 함부로 할 수 없으니
물의 소중함도 절로 깨닫게 하여 나무물보살 따로 없지 않은가.
크든 작은 절집의 샘물이나 연못은 단순히 고인 물이 아니라 ‘용궁’ 이라 부른다.
귀하고 거룩하다는 뜻이다.
손님이 오면 ‘물 길러 갑시다’ 하고 골짜기까지 다녀오는 사이
그게 마음을 비우는 일이며 그게 기도하는 일이라는 것도 깨달으니
물을 긷는 일이 단순히 물 긷는 일만은 아닌 것이다.  

곤줄박이, 박새, 쇠박새, 동고비 지저귐이 매끄럽다.
다람쥐는 외출을 시작했고 멧비둘기는 벌써 부화에 성공했다.
이리저리 기웃기웃 다가온 봄은 확실히 시작을 알리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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