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3-25 10:43:19, Hit : 3720, Vote :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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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빛 길어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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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길어올리기

3월 23일 새벽,
전시진(부산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은 을숙도에서 고리 원자력발전소 앞바다까지
직접 소형보트를 몰았다. 이미 뉴스로 보도된 것처럼 노후 원자력발전소 폐기를 주장하며  
전시진은 바다에서 합류한 몇몇의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기습해상시위를 벌인다.
전날 일회용 커피 한 잔 타주고는 '보트 손봐야 하니까 알아서 놀라' 고 하더니
이런 꿍꿍이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을숙도에서 고리까지 거리가 얼만데 소형보트를 타고 간담.
미쳐도 단단히 미쳤지, 그러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해양경찰관들이 들이닥쳤다.
<레저>로 출항신고를 한 후 내뺀 거였다. 자기들에게 귀띔이라도 해줬으면
알고 당하니까 좀 나았겠는데 '놀러간다' 고 출항신고를 하고
고리 원자력발전소 앞바다에 나타나 기습시위를 하고 있으니 높은 데서 난리가 났고
급기야 말단 경찰관들에게 불똥이 튀어 달려온 것이다.
'그런 사람이 있기에 당신들 심심하지 않은 거지, 안 그러면 심심해서
아마 미쳐 나갈 걸...' 하며 말 같지 않은 말로 위로를 하고 있는데
드디어 원정 나갔던 전시진이 도착했다고 알려왔다.

임권택 감독의 101번째 영화 '달빛 길어올리기' 역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영화였다.
시청 한지과 7급 공무원 역을 맡은 박중훈도 영화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사람이다. '스티브 잡스'도 '빌 게이츠'도 '워런 버핏'도 '정주영'도 '안철수'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는 사람이다.
세상은 이렇게 언감생심 돈키호테처럼 혼자서 가거나
달빛을 길어올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희망적이다.
그리하여 세상살이에 희망을 걸어도 좋은 까닭이다.

종이 한 장으로 생선을 쌌느냐 향을 쌌느냐에 따라 종이에 남는 느낌이 다르듯,
어떤 사람은 레저용으로 호화 보트를 타지만 어떤 사람은 낡은 보트를 몰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인류'를 위해 거침없이 파도를 헤치고 바다로 향한다.
지지난해 부산 다대포에 잠시 정박한 '그린피스' 호 앞에 섰을 때처럼
나는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거나 달빛을 길어올리려는 '맹랑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코끝이 찡하다.
세상 사람이 모두 '예' 라고만 하고 '아니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면
세상은 섬뜩한 일방통행으로 내달리겠고 '시인이 죽어버린 삭막한 사회' 가 되고 말 것이다.

때론 무모하고 때론 아름답게
달빛을 길어올리려는 사람들에게 왜 이런 일을 하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아무도 하지 않으니까.

애썼다고, 점심 한 그릇 사주러 가야겠다.

사진 / 을숙도에서 새들에게 먹이를 주는 전시진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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