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3-29 12:42:01, Hit : 3925, Vote : 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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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지빠귀가 우네,


.
나의 비밀의 정원에도 호랑지빠귀가 돌아왔네,

남쪽에서 돌아오는 내내 뭔가 두고 온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꽃마중을 제대로 하지 못한 때문일까.
꽃봉오리가 한껏 부풀어 오른 벚나무며 막 피기 시작한 매화를
뒤로 하고 걸음을 옮기려니 그랬을 것이다.
남쪽은 한창 봄이 무르익는데 산에 오니 아직 을씨년스럽다.
새들 먹이는 오가는 분들이 넉넉하게 줘 먹이 먹기에 바쁜 새들은
나는 아예 알은체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몇 마리의 곤줄박이와
쇠박새가 어디 갔다가 이제 오느냐고, 뭐 맛난 거 가져온 건 없느냐는 듯
기웃거린다.

H씨가 먼저 와 연탄불을 지피고 있다.
두더지가 지표 가까이 흙을 부풀리며 지나갔다. 두껍게 얼었던 대지가
봄눈 녹듯 녹았다는 뜻이다. 더불어 마당을 가로질러 묻힌 물 배관도 녹았으리라,
H씨를 재촉해 물 끌어올리는 모터부터 연결했다.
반가운 물이 수도꼭지에서 쏟아졌지만 물 양이 많지 않아 색깔이 뿌옇다.
먹는 물로는 부적합해 화장실 허드렛물로만 써도 물을 긷는 수고를 훨씬 덜 수 있겠다.

새벽에 호랑지빠귀 울음소리를 들었다.
남쪽에서 들었던 그 녀석의 울음소리가 귀에 묻어 여기까지 따라온 걸까,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인데 나는 눈까지 크게 뜨고 귀를 기울인다.
삐이...삐이...우는 게 역시 호랑지빠귀 울음소리가 틀림없다.
2007년 6월 26일
2008년 4월 11일
2009년 4월 18일
2010년 3월 15일
2011년 3월 28일,
여름새인 호랑지빠귀 첫 울음소리를 기록한 날짜이고
새들은 울음소리로 돌아왔음을 알리기 때문에 이 날짜가 돌아온 날짜라도 보아도
얼추 맞을 것이다.

여름 새 중에서 호랑지빠귀는 일등으로 도착한다.
호랑지빠귀는 주로 지렁이를 주식으로 삼는데 두더지가 땅을 파기 시작할 때
거의 어김없이 등장한다. 다른 여름새들은 애벌레가 태어나는 시기에 도착하지만
호랑지빠귀는 지렁이를 먹고 살기 때문에 다른 새들에 비해 먹이걱정을
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이다.

날개를 제외한 몸 전체에 호랑이 무늬가 선명한 호랑지빠귀는
일본 남부지방에서는 일년 내내 관찰되고 주로 중국 남부 광둥성 지역에 넓게
퍼져 겨울을 보낸다. 3,4월에 우리나라 전역과 일본 북구 삿포로, 삿포로에서
11시 방향으로 바다 건너 러시아 북쪽 지역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호랑지빠귀는
깊은 밤이나 새벽에 휘파람을 불듯 삐이...하고 울기 때문에 흔히 ‘귀신새’라고도
하는데, 처음 듣는 사람에게는 낯설고 음습하게 들리지만 먼 남쪽에서 번식을 하기 위해
찾아오는 새라는 것을 알고나면 기특한 생각이 먼저 드는 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니 하얀 눈으로 바뀌어 내린다.
밤은 영하 5도까지 내려가는 겨울이지만 아침 햇살이 퍼지면서 따뜻한 봄날씨로
돌아왔다. 참새는 맡아놓은 인공둥지에 보금자리를 마련하느라 연신 재료를
물어 나른다. 곤줄박이는 지난해 썼던 둥지를 청소하는 중이다. 깃털이며 묵은
재료를 밖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토박이 새들이 번식 준비로 바쁜 가운데 겨울새인 콩새나 되새는 아직도 돌아갈 줄
모른다. 북쪽 추위가 아직 물러나지 않았거나 아니면 장거리 비행에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지 못한 건지도 모르겠다.
멀리 떠나는 새들을 위해 오늘부터는 삶은 계란 노른자와 비타민제를 먹이에 섞어
공급하기 시작했다. 6월이나 돼야 번식하는 사철 토박이 새들은 겨울새 덕분에
맛난 먹이를 얻어먹는 셈이다.

호랑지빠귀 우는 소리는 먼 데 벗이 돌아온 것처럼 반갑기도 하고
지긋지긋하게 추웠던 겨울도 끝나고 이제는 봄이 왔다는 뜻이라서 안도감도 든다.
호랑지빠귀가 울면 노루귀꽃도 피던데
골짜기에 올라가봐야겠다.

사진 / 남쪽에서 만난 꽃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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