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4-06 10:01:19, Hit : 3707, Vote :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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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향墨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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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墨香

묵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붓장난을 하고 있으면 아름드리 소나무가 빼곡하게 들어찬 경주 삼릉
소나무숲을 걷는 듯하다. 지금은 거의 화학재료와 동물의 기름 등에 향을 섞어
먹을 만들지만 옛날에는 송연묵이라고 하여 소나무를 태운 재와 기름으로 먹을
만들었기 때문에 먹에서 그윽한 소나무향이 맡아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는 글은 잘 쓸 줄 모르지만 묵향만큼은 ‘지나치게’ 좋아하는 편이다.
쓰거나 그리다가 함부로 던져놓은 붓이며 화선지며 곳곳에 떨어진 먹물로
내 방은 알다시피(?) 늘 어지럽다.
그러나 방에 들어갈 때마다 은은하게 풍기는 묵향은 나를 마치
고매한 선비라도 된 것처럼 우쭐거리게 만들고 금방 내 손에 붓을 쥐게 만든다.
붓을 쥐고 있으면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오로지 붓과 먹으로만 문자를 쓸 수
있었던 아득한 과거로 돌아간다.
그 옛날 선비들 역시 은은한 묵향을 벗 삼아 공부했으리라

성천문화재단 송곡 선생님 댁도 묵향 가득한 가문이다.
송곡 선생 사모님의 친정 어머님이 우리나라 궁서체를 만든 유명한 서예가
꽃들 이미경 선생이며 자매 이철경 선생과 쌍벽을 이룬다.
송곡 선생 사모님께서도 '한 붓' 하는 건 물론이다.
내가 붓장난을 하는 걸 알고 당신께서 갖고 있던 품질 좋은 먹이나 화선지를
챙겨주기도 하는데 그 중에는 송곡 선생 부친이신 성천 유달영 박사께서 쓰시던 먹도
몇 개 들어있었다.
성천 선생께서 생전에 쓰시던 책상 하나도 나한테 와 있다. 그리고 그 책상 서랍
속에는 반쯤 닳은 먹이 유품으로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기도 하다.  
엊그제 재단 사무실에 들렀더니 또 한보따리 화선지를 챙겨주신다.
글은 잘 되고 있느냐, 그림은 잘 되고 있느냐, 잘 된다 안 된다 문답은 없었지만
염화미소, 묵언으로 말이 오간다.

옛날 선비들이 붓을 놓지 않는 까닭은
묵향을 닮고 '향기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더불어 그들이 남긴 작품에 먹은 마른 지 오래지만 작품에서 풍기는 묵향은
오래도록 멈추지 않는다.

내게서는 어떤 향기가 맡아질 것이며, 어떤 향기로운 사람이 될 것인지,
훗날 나는 어떤 향기를 남길 것인가 생각해볼 일이다.

사진 / 안과병원에 병문안 오셨을 때. 묵향 가득한 두 분께 연필 그림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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