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4-18 01:25:18, Hit : 4797, Vote : 1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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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만에 듣는 빗소리인가,


.
얼마 만에 듣는 빗소리인가,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도 같고,
한밤중에 누가 올 리 없다는 걸 알면서도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토닥토닥 자박자박 비가 내리는 소리였다.
얼마 만에 듣는 빗소리인가.
지난 겨울 눈이 내린 뒤로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아 숲이 온통 바짝 마른
불소시게 같다. 기왕에 내릴 거면 계곡물이 철철 흐르도록 내렸으면 좋겠다.
그래야 겨울 묵은 때가 씻겨 내려갈 테고 목마름에 시달린 나무들도 해갈을 하고
맘껏 기지개를 켜고 녹음이 짙어질 것이다.

비는 가만가만 ‘옛날이야기’를 하듯 내린다.
나는 자전거를 타고 벚꽃 그늘 아래를 천천히 달리고 바다로 이어진,
오리들이 한가롭게 헤엄치는 개울물을 건너 아주 오래된 것들과 만나러 간다.
‘옛날이야기’ 속 시계는 늘 옛날시간에 맞춰져 있다.
나도 옛날 사람이 되고 나의 유년시절에서 소년시절의 어디쯤
서성거리게 된다.
나의 유년시절의 사진은 딱 한 장밖에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나이에 ‘이담에 크면 제일 먼저
사진기를 사겠다’는 야심차고도 당돌한 계획을 세운다.

자전거도 마찬가지였다.
소년기에 버려진 자전거를 주워 고쳐 타고 어디든 갔다.
어디든 떠난다는 것은 어디든 달아난다는 것과 동의어일 것이다.
내 소년기의 자전거는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고 고장난 자전거가 되어
늘 떠난 자리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관성의 법칙에 충실한 시간처럼 결국
나는 자전거를 타고 대기권 바깥 아주 먼 곳으로,

아아,
달에 토끼가 살지 않는다는 사실은 얼마나 절망적인 일이냐.

아무려나,
머지않아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지구의 자장이 미치지 않는 대기권 바깥
토끼가 사는 곳, 시간마저 멈춘 곳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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