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도연 度淵



  도연(2011-04-23 00:18:15, Hit : 4388, Vote : 1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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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다람쥐, 여태 거기 살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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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람쥐, 여태 거기 살고 있었구나.

제비꽃이 피면 제비가 온다더니 '물찬제비처럼' 들판을 가로지르는 녀석이
있다. 제비가 돌아온 거였다.
논갈이를 위해 논에 물을 대기 시작하자 찌르레기들이 모여들었다. 녀석들은
삼삼오오 전깃줄에 앉았다가 논에 내려앉아 땅강아지나 거미 같은 곤충을
잡아 먹는다.  
개울가 모래밭에는 꼬마물떼새들이 잰걸음으로 오가며 먹이를 찾고
노랑할미새도 꼬리를 까닥거리며 물가를 뒤지는 중이다. 지렁이를 좋아하는
개똥지빠귀 몇 마리도 모래밭에 등장해 수서곤충을 사냥하며 먹이경쟁에
뛰어들었다.

곤줄박이의 '특별히' 아름다운 노래는 번식기인 요즘에만 들을 수 있는 진품명품이다.
그 만큼 곤줄박이는 평소 노래에 인색하다. 창문 위에 걸린 인공둥지에서 번식한
딱새도 공연을 시작했다. 노래의 '달인' 노랑턱멧새는 해가 지고 어둑해질 때까지
앞마당 자작나무 가지에 앉아 목청을 높인다. 새는 내가 나무 밑에 서서
올려다보는 걸 알고 더욱 신이나 노래를 부른다.  
숲속에 사는 새와 내가 이렇게 서로 알고 지낸다는 걸 사람들은 알기나 할까.  

다람쥐가 등장한 건 일주일 전이었다. 박쥐도 겨울잠에서 깨어 찍찍거리며
어둠속에서 먹이를 찾는 중이다. 박쥐는 외등에 나방이 모여든다는 걸 아는 것이다.
고라니 한 마리는 앞마당 한쪽을 아예 화장실로 쓰고 있다. 아침에 나가보면
까만 콩자반을 얌전히도 두고 갔다.

서너 포기 바위틈에 사는 노루귀는 벌써 꽃을 접고 잎만 무성하다.
단풍잎제비꽃, 고깔제비꽃, 개별꽃, 댓잎현호색, 애기현호색도 만발했으며
피나물도 피기 시작했다.
생강나무꽃이 피더니 어느새 군데군데 산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마을에는 벚꽃이
제법 피었지만 앞마당 벚나무는 아직도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그 대신 두 그루 매화나무가 하얗게 꽃을 펴 드나들 때마다 매화향이 향기롭다.
창문밖 홍매 한 그루도 금방이라도 꽃이 필 태세다. 새빨간 꽃봉오리가
줄기마다 사춘기 소녀의 앞가슴처럼 봉긋봉긋 솟아올랐다.

올 봄 하늘다람쥐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여태 그곳에 살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둥지를 옮겼는지 궁금하다.
은사시나무 큰 구멍 밑에 작은 구멍이 하나 더 보인다. 쇠딱따구리나 동고비가 살고
있지 싶어 톡톡 노크를 해봤더니 하늘다람쥐가 고개를 내민다.
나의 문안인사를 받은 녀석은 구멍에서 나와 오히려 나를 관찰하다가
응가도 하고 쉬야도 하곤 다시 구멍으로 들어갔다.
되지빠귀 한 마리가 가까운 곳에서 울어 쌍안경으로 찾기 시작했는데
파릇파릇 잎이 나기 시작한 숲은 좀처럼 새 보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보슬보슬 내리던 비가 어제 저녁부터는 제법 굵어져 대지가 흠뻑 젖더니
식물들이 한꺼번에 푸릇푸릇 들고 일어났다. 무성하게 자란 금낭화와 원추리도
더러 솎아 데쳐두었다. 된장에 슬쩍 무쳐 내놓으면 씹을 것도 없이 입안에서
녹아 없어질 만큼 맛과 향이 일품이다.

되새 무리는 빗속에서 마지막 식사가 한창이다.
여름새들이 속속 도착하고 텃새들이 포란을 시작했지만 저 녀석들은 언제
돌아가서 번식을 준비하려나 염려스럽지만 어느날 갑자기 되새는 온다간다
기별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해마다 그랬으므로.

금요일 오후 4시 반에 방송되는 sbs '물은 생명이다'에서는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멸종위기종 새들을 다루었다. 하나같이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존재들이다. 인간에 의해 저질러지는 환경파괴현장을 자꾸 방송하다보니
알만한 이런저런 곳에서 눈총을 많이 받는 모양이다.
금요일 방송분에서는 아나운서가 밖으로 나왔길래 좋아보였다고 전화했더니
스튜디오가 정리 중이라서 할 수 없이 나왔다고 한다.
환경을 다루는 방송이 황금시간대가 아닌 오후 4시 반에 방송되는 것도
서글픈 일인데 존폐위기에 몰려있는 것도 슬픈 일이다.
여러분께서 다시보기를 시청 후 응원메시지를 많이 남겨주셨으면 좋겠다.

사람 살자니 그럴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산을 헐어 자꾸 바다를 메우는 일에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바다는 바다로 있게 거기 놓아두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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